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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올해 추석 특집 드라마, 딱 두 편?

또다시 명절이다. 대체공휴일이 생긴 덕분에 하루를 더 번 느낌의 풍성한 추석을 맞았다. 명절 때만 되면 말 한마디에 상처 받는 취업준비생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마음은 풍성했다. 어쩌면 올해는 오히려 공부를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추석을 혼자 보내게 되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명절 때 꼭 챙겨보는 것이 있다. TV편성표다. 예전에는 지상파 4개 채널만 챙기면 되었는데, 이제는 종편 채널 4개에 갖가지 케이블 채널의 편성도 눈여겨봐야 한다. 그들만의 콘텐츠도 충분히 강해졌기 때문이다. 올해는 어떤 방송들이 편성되어 있을까. 기대하면서 페이지를 열어봤다.

 

흥미로운 방송들이 많았다. 각 채널마다 오랜만에 복귀하는 연예인들의 프로그램이 있었고, 복고를 지향하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그런데 아쉬운 것 한 가지. 바로 드라마에 관한 것이었다. 해마다 특집 드라마의 분량은 점점 적어졌지만, 이번에는 놀랄 정도였다. 올해 추석에 방영되는 새로운 특집 드라마는 딱 두 편이다. SBS의 <나의 판타스틱한 장례식>과 MBN의 <엄마니까 괜찮아>가 전부다. 지상파 3사가 적어도 한 편씩은 만들 줄 알았다. 그런데 오히려 종편에서 특집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차라리 내 정보가 틀렸길 바란다. 다른 방송들의 드러나지 않은 드라마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상파는 통틀어서 한 편이 전부였다.  

이 상황에 대해 경향신문의 기자가 [TV전상서]라는 이름으로 아쉬움을 토로하는 글을 올렸다. (출처 참고) 기자의 말대로 막장드라마에 치이던 우리가 그나마 ‘뻔하지만’ 가족사랑을 발견하는 시간이 추석드라마를 보는 때다. 예전에는 클리셰로 점철된 드라마지만 보고 있으면 울고 웃게 되는 특집극이 있었다. 이번에 제작된 두 편의 방송도 그렇다. 한 편은 시한부를 선고받은 여자의 사랑 이야기, 또 다른 하나는 젊은 나이에 치매를 선고받은 엄마의 이야기. 모두 익히 봐온 소재들이지만, 명절이라는 힘을 빌려 한 번쯤 보게 되는 그런 드라마들이다.

 

하지만 화제성과 시청률, 그리고 스마트폰 앞에 방송사들도 꼬리를 내린 모양이다. 이제 팔리지 않는 드라마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짧게 끊어서 봐도 화제가 되고 재밌을 예능을 더 선호하기 시작했다. 방송이 재밌어져서 즐겁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다. 아무리 스마트폰만 보고 대화를 안 하는 세상이 되었다지만 그래도 가족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SBS의 <나의 판타스틱한 장례식>은 일부러 찾아보지 않고서는 알아보기도 힘들었지만, 소개를 보니 흥미롭다. 뇌종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 여자가 우연히 옛사랑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설정만 보면 시한부라는 것에서 KBS 드라마 스페셜 <나 곧 죽어>가 떠오른다. 또 옛사랑을 만나는 것에서는 tvN의 <호구의 사랑>이 떠오른다. 특별히 <호구의 사랑>을 떠올린 것은 최우식이 주연을 하기 때문이다. 배우 경수진과 최우식은 각각 ‘머리가 고장 난 여자’와 ‘가슴이 고장 난 남자’를 맡았다. 죽음이라는 것을 앞에 두고 있지만, 발랄하면서도 아련한 멜로드라마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MBN은 야심차게 드라마를 준비한 만큼 대대로 광고를 했다. 배우 황신혜가 ‘젊은 치매’를 앓는 엄마로 나왔다. 치매를 받아들이는 가족의 모습을 잔잔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명절에 온 가족이 보기에 걸 맞는 드라마를 만들었다. 듣기만 해도 뻔함이 느껴지는 소재지만 그래도 반갑다.

 

수많은 콘텐츠들이 범람하는 시대지만, 예전부터 시청자를 울고 울렸던 그런 이야기들에 힘이 있다고 믿고 싶다. 그리고 그 힘이 드라마에 있다고 믿고 싶다. 좋은 영화들이 많고, 그 영화들이 이제는 TV까지 점령했지만 TV 속 드라마가 가진 힘, 그 힘을 발견하는 이번 추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by 건

 

(참고 : 경향신문 9월 23일 기사,
[TV전상서] 뻔하지만 담백한 ‘추석 드라마’가 그리워요. 유인경 선임기자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9232108465&code=960801)

 

사진 출처 : SBS, MB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