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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미디어

경찰들을 들러리로 만들어버린 <경찰청 사람들 2015>

에둘러 말하지 않겠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경찰청 사람들 2015>는 별로였다. 장르가 예능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방송은 재미도 감동도 없었다. 90년대의 <경찰청 사람들>과 비교하면 타이틀과 로고송만 그대로 가져오고 완전히 다른 프로그램을 만든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다른 지점은 대체로 만족스럽지 않았다.

거기다가 방송에 출연한 ‘영등포 투캅스’는 성희롱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으니 외적인 요소만으로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프로그램 내부와 외부에서 오는 위기, 이 상황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프로그램은 자연 시청자들에게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해결의 키는 프로그램 내부에서 찾아야만 한다.

 

이건 뭐 드라마도 아니고 예능도 아니고…

 

가장 아쉬운 점은 범죄를 재구성해 드라마로 만드는 방식이다. 방송을 보며 KBS의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과 상당히 유사한 내용을 취하고 있다고 느꼈다. 실제로 지금까지 나온 4건의 에피소드는 모두 자극적인 사건들로 구성돼 있었다. 청부살인, 강제입원, 보험사기, 유괴 등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범죄들이다. 물론 어느 정도 자극적인 사건들을 다뤄야 시청자들이 반응한다는 점에서 제작진이 이해되기는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극에 익숙해한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자극적인 범죄들만을 다룬다면 역설적으로 시청자들은 금세 지루함을 느낄 것이다.

형식에 있어서도 <경찰청 사람들 2015>는 <사랑과 전쟁>과 닮았다. 불륜 이야기가 줄곧 나온 뒤 익숙한 신구 아저씨가 등장해 한두 마디를 보태는 방식을 기억하는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경찰청 사람들 2015>의 구성 방식은 큰 틀에서 그와 같은 형식을 취한다. 출연하는 경찰들의 추리보다는 사건의 자극성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제작진이 놓치고 있는 게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극적요소다.

 

<사랑과 전쟁>의 장르는 명백히 드라마다. 드라마라는 장르에 걸맞게 <사랑과 전쟁>은 철저히 드라마 공식을 따른다. 주인공과 주요 갈등이 등장하고 고조되며 해결을 맞이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경찰청 사람들 2015>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어쨌든 실제 범죄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막장 요소가 극화될 수 없고, 캐릭터의 갈등을 심도 있게 다룰 수 없다. 최종적으로는 누군가가 죽거나, 피해를 입는 스토리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극적 반전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결국 장르라는 형식에 얽매여 재구성된 드라마는 전혀 드라마 같지 않는 이야기로 시청자들에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경찰은 들러리로, 이경규는 내레이션으로?

 

해법을 풀기 위해서라도 경찰들의 역할이 보다 선명해질 필요가 있다. 에피소드 중간마다 경찰들이 추리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냉정히 말해 JTBC <크라임씬 2>보다도 못한 방식으로 추리가 이뤄지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경찰들이 제한된 정보만을 접한 뒤 나름의 추리를 한다. 그러고는 끝이다. 곧바로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에피소드가 끝난 후 유사 범죄 등에 대해 경찰들이 소개한다. 이 얼마나 심심하고 재미없는 방송인가.

 

진행자 이경규의 포지션도 딱히 머릿속에 확실히 잡히지 않는다. 막간을 이용해 자신의 과거 방송경력 등을 소개한다. 때때로 버럭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농담하기도 하는 그의 모습이 안쓰러워 보일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주변에는 경찰뿐이다. 반응 없는 개그와 살리고 싶어도 도저히 살릴 수 없는 상황은 시청자들에게 따분함을 줄 뿐이다.

결국 프로그램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제작진은 변화를 줘야만 한다. 변화는 결국 선택의 문제다. 제작진은 과감히 선택해야 한다. 드라마적 요소를 줄이고, 다양한 경력의 경찰들의 추리와 사건 해결 능력을 극대화시킬 필요가 있다. 또 그 과정에서 이경규의 포지션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어차피 예능 프로그램이라면, 역으로 가상 사건을 갖고 실제 경찰들이 추리해나가는 방식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사건과 리얼리티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 법이니까 말이다.

 

<진짜 사나이>와 <경찰청 사람들 2015>, MBC는 정말 진정성을 원하나?

 

<진짜 사나이>와 <경찰청 사람들 2015>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진정성이다. 그러나 그것은 MBC의 바람일 뿐, 시청자들의 실제 감정과 일치하는지는 의문이다. 진짜 군대와 진짜 경찰을 선보이려 하는 MBC의 노력이 진정성 없이 느껴지는 까닭은 정작 그들이 가장 애써야 할 부분은 놓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방송사의 기본은 저널리즘이다. 그들은 지금 진짜 보도와 진짜 시사를 선보이고 있는가?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얼마 전 MBC 파업 노조원들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MBC는 항상 파업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것 같다. 거꾸로 말하면 그것은 현재 MBC가 파업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파업에 참가한 이들을 해고할 수밖에 없을 만큼 제대로 된 언론의 기능을 담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가장 자유롭게 자기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언론사 구성원들이 파업과 해고에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암울한 상황에서 진정성 있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데 방송사의 노력이 제대로 시청자에게 전달될 리 만무하다.

 

<경찰청 사람들 2015>로 시작했다가 MBC에 대한 아쉬움 토로로 끝이 나고 말았다. 그러나 단언컨대 프로그램 자체에 대해서는 악감정이 없다. 일단 시작한 이상 되돌릴 수는 없다. 제작진의 고민하는 시간의 크기에 비례해 프로그램의 질과 시청자의 만족도는 결정될 것이다. 프로그램과 MBC의 변화를 동시에 기대해본다.

 

*사진 출처: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