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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모든 인격이 총출동한 킬미힐미 9회, 신세기의 재등장을 예고하다

드라마의 재미는 주인공이 반대 인물을 만나 새로운 합을 만들어내는 것에 있다. 한마디로 정반합이 쉬지 않고 반복될수록 드라마는 재밌어진다. 좀 더 드라마적으로 말하자면 갈등이 많아질수록 그 드라마는 좋은 것이 된다.

<킬미힐미>의 제작진은 정반합의 원칙을 참 잘 알고 있다. 드라마는 지난주 킬힐 커플, 차도현(지성 분)과 오리진(황정음 분)의 키스 이후부터 시작됐다. 리진은 키스할 때의 인격이 차도현이 아니길 바랐지만, 기억을 더듬어본 결과 확실히 차도현이었다. 그 때부터 그녀는 엄한 상상을 하기 시작한다. 혹시나 차도현이 오리진에게 연정을 품지 않을까 하는 것들 말이다.

 

그래서 리진은 환자가 의사에게 다른 감정을 품게 되는 ‘긍정적 전이’를 말하면서 차도현에게 괜히 철벽을 쳐본다. 하지만 오히려 자기의 마음이 더 콩닥거리는 걸 느끼며 의사가 환자에게 사랑의 마음을 품는 ‘역전이’를 느낀다고 혼자 고백해버린다. 그리고 리진은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차를 타오는데 그동안 도현의 다른 인격이 깨어나는 새로운 사건, 합이 터진다. 이 짧은 장면에서 작가는 긍정적 전이와 역전이를 대비시키면서 사랑의 정반합을 보여줬다.

 

중간에 작가의 센스가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바로 액받이 무녀를 언급하는 장면이었다. 이 드라마의 작가 진수완 씨는 MBC 히트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을 쓴 작가이기도 하다. 작품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여전히 남아있는지 몰라도 이번엔 구체적으로 액받이 무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자막에 액받이 무녀가 일하는 시간까지 설명해주면서 말이다. 제작진의 숨은 센스와 애정이 엿보이는 장면이었다. 

 

다시 내용으로 돌아와서 9회는 그동안의 모든 인격을 총망라하는 시간이었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킬미힐미>를 가장 재밌게 볼 수 있는 요인은 다양한 인격이 나타나는 부분이기에 더없이 반가웠다.

 

처음에 등장한 인격은 소녀 나나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껌 씹는 소녀 요나가 나타난 것이었다. 리진이 그녀를 잠재우고 나니 오랜만에 봐서 더욱 반가운 사고뭉치 페리박이 나타났다. 페리박과 ‘댄싱 위드 더 스타’를 찍으며 빵빵 터지는 웃음을 선사한 리진은 그를 보내고 겨우 잠이 들 때쯤 마지막으로 자살하고 싶어 안달이 난 요섭을 마주한다. 몇 분 전만해도 온갖 춤을 다 추며 재롱을 피던 리진은 요섭의 죽음 포기 선언을 들으면서 순식간에 눈물을 쏟는다.

 

이쯤 되면 답 없는 인간들을 받아주는 리진의 인격도 뜯어봐야할 정도다. 그녀는 도현의 주치의로서 공감 능력이 아주 탁월한 좋은 의사였다. 이 부분에서도 웃음 터지는 장면과 눈물이 절로 나는 장면을 교묘히 대비하면서 제작진은 성공적으로 드라마 속에서 정반합을 만들어냈다. 처음엔 인격을 서비스로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 중에서 신세기라는 가장 문제되는 인격을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새로운 갈등으로 나아갔다.

 

이렇게 <킬미힐미>는 서비스샷으로 보이는 부분에서조차도 적절하게 정반합의 원칙을 지키면서 드라마를 더욱 깊은 갈등으로 몰아갔다. 9회에서는 특히 오리온이 차도현과 오리진의 사이에 본격적으로 끼어들면서 더욱 흥미진진해졌다.

 

그동안 정체를 숨기던 오리온이 처음으로 외부인에게 자신을 드러냈다. 차도현은 자신의 상처에 대해 조금씩 더 알아가게 되었고, 리진도 리온에게 유학을 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들키면서 이야기는 점입가경으로 흘러갔다. 마지막으로 차도현과 오리진이 과연 남매일지 아닐지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최대의 문제인격 신세기가 차도현을 누르기 위해 깨어나면서 9회가 끝났다. 10회를 볼 수밖에 없도록 이야기를 끌어갔다.

 

내용을 쭉 다시 돌이켜보니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7개의 다중인격이 말도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10회에서 신세기와 차도현이 어떻게 싸움을 이어갈지 궁금해졌다. 차도현이라는 정과 신세기라는 반이 붙어서 과연 어떤 합이 나올지 궁금하다. 그리고 오리진과의 애정 관계에서 차도현은 과연 리진과 이어질 수 없는 사이인지, 아니면 둘이 계속 이어질 수 있는 사이인지 궁금하다.

 

사실 <킬미힐미> 제작진이 펼쳐 놓은 갈등의 고리는 수없이 많다. 삼각관계도 한 두 개가 아니다. 그래서 나중에 이걸 추스르는 과정이 어떻게 될까 기대가 되는 동시에 걱정도 되긴 한다. 흥미진진하게 벌여 놓을수록 수습하기 쉽지 않은 법이다. 하지만 실력이 있는 제작진의 조합이고, 지금의 흐름이 좋으니 계속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10회가 더욱 기대되는 9회였다.  

 

사진 출처 :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