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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사회

[일베 어묵 논란] 일간베스트 저장소 줄임말 IS로 바꾸는 건 어때?

또 다시, 일간베스트(일베)가 사고를 쳤다. IS가 일본인들을 참수한다고 해서 난리인데. 어딜 가나 항상 극단주의자들이 문제다. 노골적인 전라도 혐오와 여성 비하를 일삼는 이들이 이번에는 또 어떤 사고를 쳤나 하고 보니 역시 그들은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26일 일베 회원은 단원고 교복을 입고 어묵을 입에 문 채 ‘친구 먹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사진 속 일베 회원은 일베 회원을 인증하는 손가락 모양을 취하고 있었다. 해당 게시물은 이후 논란이 일자 운영자에 의해 삭제됐지만 네티즌들이 SNS를 통해 공개하면서 일베의 극단성에 대한 파문이 다시금 일고 있다.

 

사진을 보고 제일 처음 나온 반응은 한숨이었다. 이제는 분노도 일어나지 않는다. 대중이 분노할수록 일베는 좋아라한다. 관심종자들에게 가장 좋은 타격은 무관심이기에 이 글을 굳이 쓰고 싶지 않았지만 저들(굳이 글을 게시한 개인을 지칭하지 않는 이유는 여전히 일베에서는 관련 패러디물들이 간간이 올라오고 있기 때문)의 심리 상태와 의식 수준을 나름대로 분석하고자 하는 의도로 컴퓨터 앞에 앉게 됐다. 때문에 일베에 대해 더 이상 알고 싶지 않을 정도로 혐오하시는 분들은 과감히 창을 꺼주시길.

 

우선 나는 일베 글에 관심이 없다. 이는 내가 IS에 관심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따라서 오로지 어묵 글에서만 엿볼 수 있는 저들의 의식과 기대심리가 무엇인지 분석해보겠다(물론 나는 정신병리학자도 심리학자도 아니다. 다만 일베가 자기들 말로는 나름의 근거를 갖고 호남인과 여성을 비하하기에 나도 같은 방식으로 나름의 근거를 들어보려 한다). 이 역시 내가 IS에 관심이 없기에 그들이 일으키는 테러 및 납치 등의 사건만을 보고 IS를 판단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먼저 교복 코스프레다. 단원고 학생이 해당 글을 올린 일베 회원일 수 있는 가능성이 완전히 제로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범인이 생각하듯 글을 올린 이는 단원고 학생을 사칭한 일베 유저일 것이라 확신한다(설령 단원고 학생이 진정 그런 짓을 했다고 해도 그 역시 범주상 일베 회원에 가까우리라). 그렇다면 그 심리는 무엇인가. 굳이 단원고 학생으로 변장을 해서 어묵을 먹는 그 가상한 노력. 그것은 관심을 받기 위한 어리광으로 보인다. 마치 어린아이가 부모에게 왜 나한테는 관심 없느냐고 떼를 쓰는 듯한 처절한 몸부림. 그러나 엄밀히 말해 일베의 변장은 코스프레와 동일어가 될 수 없다. 둘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나는 코스프레를 하는 심리를 잘 알지 못한다. 해서 코스프레하는 일본인들을 분석한 기사(인니뽄 매거진)를 접했다. 해당 기사(http://innippon.net/detail.php?number=1259)의 핵심은 이것이었다. 코스프레를 하는 것은 특별히 무슨 목적을 갖고 하는 것보다는 그냥 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이상 코스프레는 문제될 것 없다는 것. 이것이 코스프레를 취미로 하는 평범한 사람들과 일베 유저들을 가르는 경계다. 일베 유저들은 분명한 의도가 있다. 희생자 가까이로 가서 그들로 변장한 뒤 스스로 모욕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듯 가장하는 것. 그것이 일베의 조롱 방식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일베 회원들의 은폐 전략이다. 일베 회원들 중 대부분은 자신의 신상이 알려질까 두려워 결코 본인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일베를 상징하는 손짓만 보일 뿐 이다. 마치 IS 대원들이 참수를 앞두고 복면을 쓴 채 카메라를 응시하는 모습을 닮았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못할지도 모른다. 공격을 하면서도 떳떳하지 못한 심리. 그것은 일베라는 것이 밝혀졌을 때 실생활에서 본인이 겪을 고통과 심적 스트레스가 뒤따를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베와 IS는 닮았다. 둘 다 극단적이고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는다. 거기에 뉴미디어를 활용해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어떻게든 알리고 선전하는 모습까지 빼닮았다.

 

또 하나 짚어야 할 것이 저들의 언어 구사 전략이다. ‘친구를 먹는다’는 표현은 당연히 존재할 수 없는 말이다. 그러나 일베는 예전부터 존재할 수 없는 말과 논리들을 많이 만들어왔고 떠들어왔다(가령 전라도라 그렇다, 종북이라 그렇다 등등). 그러니 저들은 날이 갈수록 패륜성이 짙은 표현이나 어떠한 모욕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IS의 언어전략과 유사하지 않은가. IS가 프랑스에서 테러를 일으키고 일본인 인질을 무참히 살해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그것은 이슬람이라서 아니라 다름을 이해하지 못해서다. 억울하게 사고를 당한 ‘친구를 먹는다’고 서슴없이 표현한 일베 유저는 소통 및 공감능력이 부족했을 것이다. 그래서 본인과 다른 사정에 처한 ‘친구를 먹는다’고 아무 거리낌 없이 표현했으리라.

 

거칠게 말해 나는 IS와 일베의 차이를 전연 느끼지 못하겠다. 먼저 둘 다 극단적이다. 또 사회에 도움을 준 적이 없으며, 그들 소식이 전해질 때면 대부분의 사람들 미간엔 주름이 잡힌다. 거기에 테러(도시락 폭탄 일베 유저와 이를 비호하는 일베 회원들의 현상)를 일으키고 그것을 자랑삼아 떠들어 보이는 모습까지 빼닮았다. 이럴 바엔 일간베스트 저장소(Ilbe Storage)의 줄임말을 첫 자와 끝 자를 따 IS로 하는 것이 어떨지. 중동의 IS가 형제를 만난 듯 반가워하지 않을까.

 

*사진 출처: 다음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