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드라마스페셜 <국시집 여자>의 결말을 포함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KBS 드라마스페셜 <국시집 여자>는 한 남자의 잘못된 자존심이 누군가에게, 또 그 자신에게 아픈 상처를 남기는 과정, 그리고 그걸 진심으로 사과하면서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드라마의 핵심 메시지에는 이기심과 상처, 진심어린 사과를 통한 회복이 있다.
줄거리는 이렇다. 문학청년의 꿈을 접고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며 아내와 살던 진우(박병은 분)는 국문과 선배(김태우 분)의 부고를 받고 안동 장례식장에 내려간다. 그곳에서 진우는 우연히 한 여자 미진(전혜빈 분)을 보고 이유 없이 이끌린다. 마침 죽은 선배의 형님이 그에게 선배의 글을 다시 검토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진우는 주말마다 안동에 내려와 선배의 소설을 빌미로 국시집 여자에게 접근한다. 하지만 유부남인 진우와 비밀스러운 미진의 아슬한 사이는 진우의 섣부른 오해로 인해 산산조각난다.
진우는 소설쓰기를 그만두게 된 계기였던 잘난 친구 상규(오대환 분)의 외도녀가 미진이라고 오해했다. 분노를 참지 못한 진우는 미진에게 그 분노를 다 쏟아버리고, 심지어는 자신의 아내 혜경(심이영 분)을 국시집으로 데리고 와 미진에게 무안을 준다. 하지만 이때부터 진우의 뜻대로 상황은 흘러가지 않았다. 사람은 마음이 있는 동물이다. 혜경은 진우의 잘못된 자존감으로 똘똘 뭉친 그의 마음을 파악했다. 혜경은 자리를 박차고 진우를 떠났다. 이때 혜경이 진우에게 남긴 말이 드라마 <국시집 여자>가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였다.
“당신은 당신 자존심이 제일 중요하지. 상처받는 게 세상에서 제일 무섭고. 그래서 상규씨가 등단하자마자 당신 절필했잖아. 소설이 당신 꿈이 아닌 것처럼 말이야. 실패하고, 상처받는 게 두려워서 먼저 포기한 거잖아. 비겁하게”
“상처 주니까, 상처 준 당신이 더 아프지? 너무 아파서 지금 죽을 것 같지? 나 말고 그 여자한테 말이야. 이름도 모른다면서 그동안 그 여자 때문에 그렇게 마음이 아팠던 거야? 나까지 이용하면서 그 여자에게 상처주고 싶을 만큼? 나는 당신이 더 많이 아팠으면 좋겠어. 그래서 이제 그만 어른이 되길 바라.”
결국 진우는 혜경도 잃고, 미진도 잃고, 자기 자신도 잃어버린다. 그러나 그가 미진을 오해한 계기가 모두 ‘오해’였다는 진실을 알고 그는 삶의 태도를 바꾼다. 진실을 알게 된 그 자리에서 미진에게 달려가 사과한다. 진심으로.
“정말 미안합니다. 꼬시고 넘어와 주길 바라고, 질투에 상처도 주고, 제가 진심으로 미안합니다. 이거 정말 진심이에요.”
이에 미진은 그 사과를 받아준다. 그리고 이별을 고한다.
“좋아했어요. 설레고 기다리고 근데 이제 괜찮아요. 덕분에 저도 행복해지고 싶어졌어요. 안녕히 가세요.”
그렇게 두 사람은 다시 각자의 인생길로 나아갔다. 우연히 길 위에서 마주쳐도 모른 척 지나갈 만큼.
상처를 회복하려면 자신을 들여다보려는 ‘진심’이 필요하다. 자신의 진심 들여다보기를 회피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이 없다면 오해와 상처가 생기기 마련이다. 드라마 <국시집 여자>는 어른이 되지 못한 남자의 철없는 행동을 통해 사람들의 삶이 성장하는 과정을 천천히 세밀하게 보여줬다.
사실 드라마를 보면서 나의 모습과 현재 우리나라의 모습을 떠올렸다. 나 역시 상처받기 싫어 진실을 회피하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는지 반성하게 됐다. 또, 우주의 기운을 받았지만 결국엔 밤잠을 설치며 ‘이럴려고 대통령을 했나’ 고민하는 이의 모습도 떠올랐다. 진실을 거부하는 이는 결국 상처를 주고, 상처를 남긴다. 그 사람의 힘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 상처의 정도는 커진다. 현재 우리나라는 이 상처가 곪아 터지기 직전이다. 부디 밤잠을 못 이루는 그 분이 진실을 마주하길 바라며, 이번 경우에는 자기도 아프겠지만 본인으로 인해 아픈 사람들이 5천만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면 한다.
by 건
사진 출처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