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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3인의 현상범들

[3인의 현상범들] #번외 모(부)성



[호래.txt]


 나는 고양이를 좋아한다.

 고양이는 나를 싫어한다.

 적어도 지금까지 내가 만나 온 고양이는 그랬다. 후미진 골목이나 길가에서 마주친 고양이들은 모두 내게 관심이 없거나 나를 무서워했다. 집에서 고양이를 한 번도 길러본 적이 없는 나는 고양이를 만나면 어쩔 줄 몰라 했고 고양이들은 그런 내가 어색한지 나를 항상 피했다.

 그런데 바로 어제, 편의점에 가려고 밖으로 나섰다가 복도에서 작고 귀여운 고양이를 발견했다. 그 고양이는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지 내게 먼저 다가와 다리에 얼굴을 비비며 애처롭게 울었다. 나는 고양이가 배가 고파서 울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얼른 집으로 뛰어 들어가 고양이한테 줄 만한 것을 찾았다. 하지만 나도 먹을 것을 사러 편의점에 가려던 참이라 고양이가 먹을 만한 것은 더 없었다. 기껏 생각해낸 것이 국거리로 사용하는 멸치였다. 나는 멸치 두 마리를 들고 허겁지겁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밖에 고양이가 없었다.

 나는 멸치 두 마리를 들고 복도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더 만져주기나 할 걸. 



[학곰군.txt]


하루키가 되면 기분이 너무 이상할거같긴한데


저번에 논픽션 골랐던것처럼 바뀔때도되긴함



[소르피자.txt]


시 1


긴 허수의 시간동안

고양이는 마침내 죽음의 굴레에서 벗어났다

슈뢰딩거는 이미 죽었고 고양이는 꼬리를 치켜세웠다


그는 힐베르트 공간을 돌아다니며 

모든 방향으로 튀어 오르는

무한개의 생선을 먹는 상상을 했다


밤이 오기 시작했다 

정육점 앞을 지나가던 그때,

고양이를 본 정육점 주인이 썰다 남은 닭고기 한 점을 던져준다


어둠 속에서 노랗게 빛나는 두 눈

그는 이제 8개의 남은 인생을 다시 살아야 한다



시 2


문을 열어보게 


죽었습니다. 묻어줄까요?


아니, 태워버려.


사인은요?


오십 퍼센트 확률 自然死

오십 퍼센트 확률 被曝死



[현상소.jpg]



[rastiganc9.txt]


길을 가던 도중에 만난 길고양이입니다. 새까만 녀석이 노란 눈동자를 동그랗게 뜨고 저를 경계하는 모습이 신기해서 카메라에 담아보았습니다. 나중에 보니 근처에 녀석의 새끼들이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있었다는 것을 알고 고양이의 모성(부성?)에 감탄하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