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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봤을 땐 ‘어라? 재미있겠는데’ 정도였다. tvN <식샤를 합시다2>로 로맨틱코미디에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서현진과 그녀와 함께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괜찮다고 느끼면서 드라마를 따라갔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드라마에 빠져들었다. 이것은 남녀를 불문하고 모두 공감하는 부분이다. 배우들의 연기와 독특한 상황들이 흥미로운 것은 사실이었지만, <시그널>이나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내세울만한 것이 없는 데도 불구하고 tvN <또 오해영>에는 ‘뭔가’가 있었다. 

드라마의 중반까지 빠져들어서 봤던 시청자의 입장에서 그 이유를 깨달았다. <또 오해영>이 성공한 힘은 ‘알고 보니 법칙’에 있었다. 이 법칙은 말 그대로 드라마가 ‘알고 보니 이런 일이 있더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즉, A사건 뒤에는 알고 보니 B사건이 있었고, B사건 뒤에는 알고 보니 또 C사건이 있었다는. 사건이 꼬리의 꼬리를 물면서 진행된다는 것. 놀랍게도 이 법칙은 고대 그리스신화에서도 있었다. 


또 오해영의 법칙을 살펴보기 전에 원조 ‘알고 보니 법칙’의 좋은 예로 ‘오이디푸스 신화’가 있다. 현대극으로 푼다면 막장이나 다름없을 오이디푸스의 이야기는 비밀과 진실이 밝혀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시간 순으로 본다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야기인 것이다. 


오이디푸스가 다스리는 도시에 전염병이 돈다. 알고 보니 이것은 어떤 심판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심판의 내용은 선왕을 죽인 자 때문이라는 것. 오이디푸스는 선왕을 죽인 사람을 찾으려하지만 예언가가 와서 오이디푸스가 그 사람이라는 말을 한다. 이것을 들은 왕비는 선왕이 자신의 아들(오이디푸스)이 본인을 죽일 것이라는 예언을 듣고, 아들을 버렸다는 말을 한다. 알고 보니 오이디푸스는 실제로 버려졌었고, 나중에 성장해서 길을 가다 친아버지를 만났으나 알아보지 못하고 선왕인 아버지를 죽였다는 것. 모든 진실이 드러난 뒤 오이디푸스는 자해를 한다.


오이디푸스 신화를 시간 순으로 푼다면 이건 평범한 비극이 된다. 하지만 신화를 만든 이는 사건을 역순으로 구성했다. 그리고 ‘알고 보니’라는 접속사를 추가했다. 그 결과 이야기는 극적인 반전이 끊임없이 나타나는 최고의 비극이 되었다. 


드라마 <또 오해영>을 단순히 오이디푸스와 비견할 수는 없지만, 이 드라마도 ‘알고 보니 법칙’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시청자가 보게 되는 상황들을 그대로 이어보면 그렇다. 


‘그냥 오해영’이 파혼했다. 그것도 결혼식 전날 오해영이 직접. 그런데 ‘알고 보니’ 그녀는 남자에게 차였다. 그것도 밥을 먹는 모습이 꼴보기 싫어졌다는 이유로 말이다. 하지만 ‘알고 보니’ 남자는 정말 그래서 파혼한 것이 아니다. 어떤 남자의 계략에 빠져 구속될 상황이 되자 조용히 끊어내기 위한 방법으로 그렇게 한 것. 계략을 꾸민 남자는 ‘알고 보니’ 오해영과 문 하나를 두고 옆방에 사는 남자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남자도 오해영에게 파혼당한 경험이 있다. ‘알고 보니’ 그 오해영은 ‘예쁜 오해영’이다. 예쁜 오해영은 결혼식 당일에 나타나지 않았고, 남자는 복수하기 위해 오해영의 근황을 알아보던 중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그래서 그 남자를 구속되게 만든 것. 하지만 ‘알고 보니’ 그 오해영은 다른 여자였다. 매일 예쁜 오해영에게 비교당하던 같은 반 동명이인 그냥 오해영이었던 것. 


누군가가 ‘내 친구에게 있었던 일’이라고 말하면서 위의 이야기를 전달한다고 생각해보자. 아마 중간에서 끊을 수 없을 만큼 집중해서 듣게 될 것이다. 드라마를 제작하기 전에 대본을 읽었던 연출진, 연기자들도 읽는 것을 멈출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또 오해영> 작가는 ‘알고 보니 법칙’을 아주 지혜롭게 활용한 장본인이다. 


드라마는 중반부까지 오면서 시청자를 단숨에 사로잡았다. 시청률도 tvN 역대 4위까지 올라왔다. tvN도 놀랐을 것이다. 힘주어 만든 드라마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시청자가 사랑하는 드라마가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중요한 법칙을 발견한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무조건 통한다’는 것. 


18회까지 연장된 <또 오해영>이 마무리까지 시청자의 시선을 놓치지 않는 드라마가 되길 바란다. 


사진 출처 : tvN 


by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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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6.10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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