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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썰전> 150회, 유익해서 아쉬운 2%의 재미

생각 이상으로 피드백이 빠르다. 전원책 변호사는 보다 순해졌고, 유시민 작가는 보다 공격적으로 변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던 김구라도 슬슬 자신의 페이스를 만들기 시작하는 느낌이다. 오프닝은 깔끔해졌고, 구성은 다시 원래의 모양새를 갖췄다. 토론은 기대대로 첨예하고, 식상할 수 있던 이슈들엔 살을 잘 붙였다. 다만, 오히려 지난주에 비해 조금 단조로운 느낌이 든다.

1월 21일 밤 11시에 방송된 <썰전> 151회는 지난 주의 화제성을 화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두 패널과 한 MC는 한 주만에 호흡을 어느 정도 맞췄다. 짧은 도입을 발판으로 시작된 ‘썰’들은 김종인 영입, TWICE 사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와 농협중앙회 회장 선거 등 총 4개의 큰 화제들을 바탕으로 전개됐다. 지난주보다 더 치열했지만, 유머도 줄지 않았다. 오히려 캐릭터를 스스로 잡아가는 느낌까지 받을 정도였다.


첫 번째 주제인 김종인 영입과 관련한 토론은 전원책과 유시민 두 사람의 시각차를 잘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전원책의 경우는 보다 국민들의 보편적인 심리를 대변하는 말들을 잘 했다. 인터넷 뉴스 댓글들에서 볼 수 있었던 평들이 그의 입을 통해 방송의 언어로 탈바꿈했다. 정당들의 정치적 이념의 선명성과 스펙트럼, 그에 따른 정책을 중시하는 전원책의 시각들도 잘 묻어나왔다. 결국 인물정치, 보스정치로 회귀한 것이 아니라며 김종인 영입과 안철수 등 현실정치를 비판하는 그의 말에는 뼈가 있었다.


반면 유시민의 경우는 현실 정치에 대한 보다 유하고 이상주의적 관점에서 논의를 전개해왔다. “안철수와 탈당파도 새정치를 하러 나간 것”이라며 “일단 그렇게 말을 했으니 믿어줘야하지 않겠냐”란 그의 말이 대표적이다. 정당 선택을 기성복에 비유해 설명하는 등 특유의 비유법의 명쾌함은 오히려 전 주에 비해 더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공격성은 보다 높아졌지만, 그것이 십 여년 전의 그처럼 상대방을 후벼파는 느낌을 주지 않는 적정선에서 이루어졌다.


두 번째 주제인 트와이스(Twice)에 대한 논의는 두 패널의 한계와 장점을 동시에 보여주는 장이기도 했다. 연예인 등 20~30대에 익숙한 이름들에 대해서 전원책과 유시민 둘 다 낯설어했고, 문제의 핵심처럼 얘기될 수 있는 쯔위에 대해서도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시각 외의 생각들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그저 모든 국민들이 알고 있는 그 정도의 보편성이었다. 향후 낯선 주제들에 대한 논의들이 전개될 경우 우려가 되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진짜 주제인 대만의 정치에 대한 논의는 그들의 가진 강점을 활짝 만개하기에 충분했다. 다소 친숙하지 못한 민진당, 국민당, 마잉주, 차이잉원 등 대만의 정당, 정치인과 정치 상황에 대한 보다 심도 깊은 설명과 역사적 배경들을 설명해줌으로써 이번 사건의 의의를 되짚어볼 수 있었다. 새롭게 총통으로 자리 잡은 차이잉원에 대한 설명과 실제 쯔위 사건이 선거에 미쳤을 영향들에 대한 분석은 명쾌했다. 다소 멀게 느껴졌던 주제를 눈앞까지 확 끌어들인 느낌마저 받을 정도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담화에 대한 논의는 공수의 역할이 바뀐 느낌을 줬다. 유시민은 이전에 논의들에 비해 훨씬 신랄해졌고, 전원책은 모두까기 인형이란 별명이 무색하게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날이 약해졌다. 하지만 기자회견의 내용이 감동을 주지 못했다는 전원책의 말과 기자회견 중 경제 지표들의 논리적 비약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국가운영의 품격을 말하는 유시민의 말은 청량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파견법에 대한 두 사람의 논의는 입장차를 명확히 보여주는 지표 역할과 함께 현재 국회에서 벌어지는 논의들의 핵심을 보여줬다. 중소기업의 입장을 들어 필요성을 역설하는 전원책의 말도, 파견법을 통해 대기업의 악용가능성 등을 지적하는 유시민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이를 절충하기 위한 절충안의 부재를 말하며 대통령의 역할의 문제를 지적하는 두 패널의 말들은 대다수의 시민들이 느꼈던 답답함의 원인을 꼬집어주는 말들이었다.


세입자 펀드에 대한 통찰,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대한 분석들 또한 의미 있는 내용들이었다. 언론 매체에서 심도 깊게 다루기 어렵거나 의미를 통찰하기 힘들었던 내용들이 다시 재조명됐다. 실제로는 중요하지만 관심 밖의 주제들을 정리하면서, 정치적인 의미들까지 되짚어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확실히 지난주에 비해 정돈된 느낌이었다. 내용들의 깊이도 깊어졌고, 기존의 포맷을 되살리는 것도 어느 정도 성공했다. 김구라의 경우도 논의가 깊게 진행되면 여전히 맥락을 잘 못 잡는 모습을 보였지만, 일반적 논의들에서는 흐름을 잡아가는 모습들도 보여줬다. 전원책의 경우 댓글로 피드백을 받는다는 말처럼 지난주에 비해 유해진 느낌을 보여, 보다 많은 내용들에 대한 토론이 원활하게 이뤄지기도 했다.


다만 전문적인 얘기들이 많아지고 심도가 깊어지는 만큼 예능으로서의 재미가 반감되는 것은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한 대목으로 보인다. 주제가 많고 그에 따른 얘기들이 많은 만큼 프로그램의 탄력이 떨어지는 대목들도 없을 수 없었다. 팽팽한 논의와 예능적 유머의 균형 감각을 찾는 것이 향후 방송 될 프로그램에 있어 중요한 과제가 될 느낌이다. 쉽진 않겠지만 빠른 피드백의 효과를 기대한다.


by 9


* 사진 출처 : 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