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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새해에도 여전히 우리는 출출합니다. <출출한 여자 시즌2> 사용설명서

네이버 전체 재생수 230만에 빛나는 <출출한 여자>가 돌아왔다. ‘웹드라마의 여왕’ 박희본을 배출하고, 독립영화계에서 한 자리를 단단히 차지하고 있는 윤성호 감독이 활약한 드라마다. <출중한 여자>라는 스핀오프도 만들어낼 만큼 이 시대 출출한 사람들에게 재미를 안겨준 드라마가 시즌2로 돌아왔다.

<출출한 여자>는 2016년 1월 4일, 열 편 모두 공개됐다. 일반 TV 드라마처럼 기간을 두고 공개하는 것과 다르다. 통(!)이 참 크다. 드라마의 새 시즌을 기다려온 이들에게 보답이라도 하겠다는 의미였을까. 제작진은 페이스북에서 조금씩 나눠서 봐도 좋다고 권유했지만 나는 이참에 한 편에 10분씩, 총 100분 정도 되는 드라마를 정주행했다.

 

시즌2는 주인공 제갈재영(박희본 분)의 이사로 시작된다. 경의선숲길이 만들어져 좀 더 오고 싶은 동네가 된 연남동이다. 이사 후 재영은 새로운 친구를 만난다. 지난 시즌에서 그녀의 베프였던 우정의 베프, 다정을 만나게 된 것. 다정은 이삿짐 옮겨주던 아저씨들처럼 자연스럽게 재영의 집에 들어와 이사를 도왔다. 밥 먹고 가라는 재영의 말에 그제야 자신의 신원을 밝힌다. 엉뚱하지만 매력적인 여자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흘러가던 이야기는 8분쯤 흘렀을 때 레시피로 마무리 된다. 첫 식사는 짜장밥, 전세금 이체 사고로 한바탕 고생하고 온 재영의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정은 배달 온 짜장면을 다 먹고 팔자 좋게 자고 있었다. 재영의 몫도 남기지 않았다. 하지만 재영은 남은 소스를 가지고 너끈히 밥을 만들어낸다. 고소한 냄새가 나자, 자고 있던 다정이 일어나 출출하다며 다시 식탁에 앉는다. 그렇게 재영 베프의 베프는 재영의 베프가 된다.

<출출한 여자>는 이런 방식으로 진행된다. 때로는 썰렁하게, 때로는 궁금하게, 그리고 내내 자연스럽게 말이다. 짧은 시간에 전 편을 모두 볼 수도 있지만 출출할 때, 아니면 뭘 해먹어야 하나 싶을 때 한 편씩 꺼내보면 좋겠다. 거기에 혼자 사는 우리의 이야기 같은 그들의 대화와 상황들은 덤이다. 재영은 시즌2에서 다정이라는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이별과 이직이라는 일도 경험한다. 딱히 설레는 것이라고는 없는 삶이다. 하지만 그녀를 지배하는 ‘출출함’이 있기에 그녀의 삶은 항상 새롭다.

 

문득 출출함이 느껴지는가. 그럼 이 드라마의 뒷부분도 챙겨보길 바란다. 박희본이 또박또박 일러주는 레시피(때로는 그의 상사가, 그의 구남친이 일러주는)를 따라 음식을 먼저 만들며  음식을 향해 달려가는 드라마를 보는 것이 좋겠다. (한 가지 더 팁이 있다면 드라마는 주로 여름에 제작되었는지 여름 음식이 한 번 나온다. 음식 뽑기에 성공하는 것은 여러분의 선택에 달렸다.)

또 이야기 중간에 협찬 받았냐고 물어보는 친구의 말에 협찬 받을 일이 뭐가 있냐고 한 그 협찬 소스를 먹어보는 것도 재밌을 듯 하고, 구남친과 재영이 서로에게 소개했다던 연남동 맛집 이름들을 찾아 가보는 것도 좋겠다. (향미, 하하 라고 했던가)

<출출한 여자 시즌2>에 아주 큰 자극은 없었지만 편안했다. 주로 사랑 이야기에 치중하는 웹드라마와 달리 우정과 가족 간의 정, 때로는 회사에서의 삶을 현실처럼 녹아냈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이 여자에게 반응하고 있는 것 같다. 공개된 지 하루 만에 벌써 30만뷰를 돌파했다.

 

먹방, 쿡방은 이미 끝났고 집방의 시대가 왔다고 하지만, 그래도 벗어날 수 없는 우리의 식탁을 보여주는 <출출한 여자>의 시즌이 계속 이어질 듯하다. 무엇보다 편안하다. 요즘 같은 때에는 편안한 것이 최고이지 않은가. 적어도 드라마에서라도 편안함을 누리고 싶다.

 

“우리 사랑 변치 말자는 힘이 없다, 하지만 그 집 가지튀김은 평생 나랑만 먹자는 말은 힘이 세다. 왜냐면 의지를 지킬 수 있으니까.”

 

by 건

 

사진 출처 : 웹드라마 <출출한 여자 시즌2>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