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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위기 속에 빛난 남자 유재석의 MBC 대상 수상

2014 MBC 연예대상은 역시 유재석이었다. MBC 에서는 5번째, 역대 12번째 연예대상이었다. 그의 대상 수상 기록은 진행 중이다. 자칫 지겨울 법한 연이은 수상 그렇지만 유재석의 수상은 예외다. 해를 거듭할수록 유재석이 받는 대상의 의미는 깊어졌다. 2014 MBC 연예대상에서 그가 받은 대상 또한 그러했다.

사실 유재석의 수상은 MBC 방송 연예대상이 시작할 때부터, 아니 시작하기 전서부터 기정사실이었다. 유재석과 함께 대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후보들은 김구라, 김수로, 박명수, 서경석이었다. 이들의 활약을 깎아내리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만큼은 유재석의 비할 바가 못 되었다. 전반적으로 MBC 예능은 하락세였고, 무한도전 그리고 유재석만이 MBC 예능의 불황 속에서 제 역할을 해냈다. 또한 타 후보들이 시청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유재석을 이기기는 쉽지 않았다.

MBC 측도 시청자 투표제를 도입하면 유재석이 대상 수상 할 것을 당연히 예상했을 것이다. 시청자 투표제를 선정한 MBC의 의도는 떠나간 시청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70만 명의 시청자들이 직접 참여해 대상을 뽑음으로써, 시청자들이 주인인 방송이라는 이미지를 심으려 했고 유재석이라는 이미지에 편승하여 내년 MBC 예능의 사랑을 부탁하는 것으로 보였다.

시청자 투표제가 자칫 공정하지 못한 방식으로 여겨질 수 있으나, 단언컨대 유재석의 대상 수상은 평가 절하될 수 없다. 왜냐하면 유재석의 노력은 올해 유난히 빛났기 때문이다. 황소와 줄다리기하며 쫄쫄이를 입고 무모한 도전을 일삼던 때보다, 시청률 30%를 넘나들며 겁 없이 흥행 가도를 달렸던 무한도전의 전성기 시절 때보다 유재석의 역할은 더욱 절대적이었다. 왜냐하면 위기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기 때문이다.

올 한 해 무한도전은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불미스러운 일로 인한 멤버들의 이탈은 단발성이 아닌 프로젝트 형태로 진행되는 무한도전에 있어서 크나큰 타격이었다. 지난 4월 길이 음주 운전 파문으로 자진 하차 하며 7명에서 6명이 되었고 이후, 11월 노홍철도 음주 운전 파문을 일으키면서 6명이었던 멤버 수가 이내 5명으로 줄었다. 무한도전은 어느 때보다 잔혹한 한 해를 보냈다.

무한도전의 일인자 유재석은 위기가 거듭될 때마다 재차 사과해야만 했다. 선택 2014에서 당선된 유재석은 무한도전의 공식적인 책임자가 되었다.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질 때마다 유재석은 자신의 공약대로 곤장을 맞았고, 프로그램의 대표로서 가장 속상했을 것이다. 무한도전의 계속되는 위기에 시청자들은 불안해했고, 대표인 유재석의 어깨에는 더 큰 짐이 실렸다.

그러나 무한도전은 잠시 흔들렸을 뿐이지 쓰러지지 않았다. 시청자들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5명의 멤버들은 하차한 멤버들의 빈자리를 채우며 프로그램에 헌신했고, 그 중심에는 유재석이 있었다. 지난 선택 2014 토론회 당시 유재석은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에 대해서 언급한 적이 있다.

"진짜 위기는 그것이 위기인지 모르는 것이고, 게다가 위기 중에 나 혼자 살려고 하는 것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

2014년 무한도전이 맞이한 위기에서 유재석은 프로그램의 대표로서 숨지 않고 멤버들과 함께 위기를 돌파했다. 위기를 직시하며 10년 전 프로그램의 초심을 되찾았고, 멤버들을 독려하며 나아갔다. 유재석은 그가 짊어진 책임감을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멤버들을 앞에서 이끌고 뒤에서 밀어주는 리더십을 선보였다. 이윽고 무한도전의 인기 궤도는 거듭된 위기가 무색할 만큼 제자리를 찾았다.

10년째를 맞이하는 무한도전 그리고 더불어 40대 중반이 되는 유재석은 위기에도 성숙했다. 위기라고 쓰고 기회라고 읽은 유재석의 대상 수상은 당연했다. "잘못과 실수를 감추려고 하는 것, 숨기려고 하는 것이 더 큰 실수다. 시청자들의 질책과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서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겠다." 소감을 밝힌 그의 모습을 보면서 비단 무한도전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리더의 자질에 대해 제시하고 있었다.

사진 제공 :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