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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이제는 최지우 없는 꽃보다 할배를 상상할 수 없다

딸 같지. 저런 딸 있으면 대박 나는 건데..


최지우를 향한 이순재의 말이다. 그리스 여행 후반부로 치닫을수록 점점 최지우의 존재감은 이 여행에서, 이 일행에서 커지고 있다. 머나먼 이국의 땅에서 그녀는 할배들의 손녀딸처럼 사랑을 주고 또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고, 이서진의 조수석에 앉아 든든한 조력자로 활약하고 있다. 처음 이서진과 최지우 이 둘의 썸 정도를 기대한 시청자들의 예상을 훨씬 웃돌고 있는 셈이었다.

꽃보다 할배 대만편에서 잠깐 등장했던 소녀시대 써니는 할배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한 재간둥이 였다면 최지우는 할배들의 동향, 컨디션, 그리고 기분 모든 것들을 맞춰주고 파악하는 가족 구성원과도 같다. 이제는 최지우가 없는 꽃보다 할배를 감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그녀는 참 잘 녹아들었다. 다음 행선지가 어디든 간에 그리스 편 특별 짐꾼으로 섭외한 최지우 카드를 다시 내려놓는 것이 제작진 입장에선 꽤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녀의 매력은 빈틈이 있다는 것에 있다. 빈틈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그 공간에 다른 사람들을 부를 수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만약 그녀가 짐꾼으로서, 사람으로서 완벽주의적 모습을 보였다면 그녀에게 다가가는 것이 지금만치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할배들에게도, 이서진에게도 부족하지만 성심성의를 다하는 모습이 참 예뻐 보였을 것이다.


길을 찾지 못하든가, 지명을 헷갈리든가, 돈을 쬐끔 오바해서 쓴다든가 하는 그녀의 모습은 여행의 제동을 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활력을 복돋아준다. 이서진과 할배들은 물론 여행의 예기치 못한 일들에 의해 문제를 최소화하긴 했는데, 최지우의 가담으로 귀여운 문제들이 속출하면서 이 여행의 또 다른 재미를 안겨주고 있다. 다만 문제를 수습하거나 다음번에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끔 침대 맡에 있는 전등을 켠 채로 공부를 하며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는 최지우의 모습은 그녀가 자신의 부족함을 어떻게 채워나가고 있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부족함을 채워나가기 위해 성심성의를 다하는 모습 뿐만 아니라 그녀 특유의 섬세함과 살가움을 스스로 이 여행을 완성해나가고 있었다. 자칫 호텔 방이 작지 않을까 조바심을 내다가 방을 열고서 할배들이 조금이나마 편히 잘 수 있게끔 침대의 간격을 떼어놓는가 하는 일은 쉬워 보이지만 참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또한 군것질 거리를 살뜰하게 챙겨 할배들이 이동시에 혹여 심심하거나 지루해할까봐 옆에서 건네주는 그녀의 모습은 이제는 참 익숙한 풍경인데, 그것 역시 지금까지 꽃보다 할배에서 어느 누구도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또한 평소 가족 여행을 즐길 때 아버지를 담당했다는 그녀는 항상 어디로 가거나 짧은 이동 거리에도 선생님들의 팔짱을 자연스럽게 낀 채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스킨십은 낯선 사람에게 자칫 경계했던 마음을 풀 수 있게끔 작용한다. 할배들도 그녀의 태도에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 놓으며 그녀를 여행의 동반자로 받아들인 것 같다.


우리는 지금까지 꽃보다 할배 여행에서 서지니의 성장에 주목했다면 이번 여행은 이서진이일견 쉬어도 될 만큼 최지우의 활약이 빼어난 것 같다. 그리고 여배우로서, 간헐적으로 작품에 등장했던 그녀의 배우로서의 모습 말고 인간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던 사실 역시 꽤 반가운 일이었다. 이제 여행 막바지, 그녀와 함께한 꽃보다 할배가 어느새 끝을 향하고 있다. 여행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특별한 통로인데, 이번 여행을 통해 할배들은, 이서진은, 그리고 시청자들은 최지우라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진 출처 :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