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쿡방 예능, 흥행의 열쇠는 남남캐미에 있다

category 예능 2015.03.17 10:24

셰프이자 <뜨거운 한입>의 저자 박찬일은 인생은 차가우니 밥은 뜨거워야 한다고 말했다. 겨울이 끝나가는 마당에 현실의 바람은 여전히 칼과 같다. 헌데 정말 가끔 현실의 냉혹함을 망각할 때가 간혹 있다. 김이 모락 나는 흰 쌀 밥을 숟가락으로 딱 펐을 때 그 순간 현실을 씻은 듯이 잊어버릴 만큼 벅찰 때가 있다.

이런 가녀린 현대인의 마음을 아는 듯 브라운관에서도 뜨거운 밥을 다룬 예능의 인기가 점점 치솟더니, 이윽고 쿡방이라는 장르를 탄생시켰다. 그렇다. 바야흐로 요리 예능 쿡방의 전성시대다. 한동안 먹방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더니, 먹는 것만으로는 도통 만족하지 못하는 시청자들을 위해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는 예능이 대세를 이룬 것이다.

 

헌데 이 쿡방을 가만히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 바로 남자들. 시대가 변하면서 이제 주방은 성 역할을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해진 곳이다. 주방은 여자들의 전유물도 아니고, 으레 여자여야만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남자들도 앞치마를 두르게 되면서 그런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듯 TV 속 주방에 남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헌데 단순히 남자들이 주방에 ‘등장’한다고 해서 시청자들의 시선을 당기지는 못한다. 이 주방 속 남자들이 ‘캐미’를 이뤄야지만 시청자들은 적극적으로 호응한다. 캐미가 잘 사는 쿡방은 소위 대박을 친다. 단순히 요리만 하는 남자가 흥미를 유발하는 정도라면, 요리하는 남자들이 캐미를 이룰 때에는 매력과 프로그램의 인기가 화룡점정을 찍는다.

 

<냉장고를 부탁해> 8명의 셰프들

 

냉장고를 부탁해는 8명의 셰프들이 출연한다. 타 프로그램에서는 셰프를 특별 출연 내지는 서바이벌 쇼에서 요리하는 일반인들을 가리는 심사위원 정도로 활용했었다. 헌데 냉장고를 부탁해의 셰프 활용법은 그 성격이 조금 다르다. 대결하는 셰프들이 쇼의 주인공이고, 또한 셰프들 개개인을 낱낱이 살핀다.

 

셰프들을 파헤치다보니 각자 캐릭터의 각이 잡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캐릭터를 탑재한 셰프들은 자연스레 서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관계는 이윽고 캐미를 형성하고 그 결과 냉장고를 부탁해는 재미난 예능으로 둔갑한다. 예를 들어, 허세를 떨어도 될 만큼 발군의 실력을 보유한 최현석 셰프의 대척점에는 다른 셰프들의 도움을 요청하는 데 거침없는 김풍 셰프가 있다. 또한 박준우 셰프의 경우 정식 셰프들 사이에서 인턴의 설움을 떨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정식 셰프들 사이에서 아등바등하는 모습이 묘한 웃음을 자아낸다. 셰프들 서로가 그려낸 관계도는 결코 냉장고를 부탁해를 심심한 요리 프로그램으로 내버려두지 않고 있다. 그들이 이 정도의 케미를 보일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는데, 그들의 파괴력이 대놓고 웃기는 예능들 못지않다.

 

<삼시세끼> 차승원 + 유해진

 

지난 겨울, 우리는 차승원을 차줌마라고 읽었다. 만재도라는 열악한 환경에서 명품 요리를 선 보인 차승원에게 감탄 또 감탄 했다. 불가능은 없다는 것을 몸소 실천하듯, 그의 요리 실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주방의 차승원이 있었다면, 바깥에는 참바다 유해진이 있었다. 해 떨어지기 전에 재료를 구해다 와서 차승원이 요리를 할 수 있게 준비했고, 또 요리하는 도중에 불 피우는 것을 신경을 쓰며 차승원의 요리가 차질을 빚지 않게끔 보조 셰프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마지막으로 쿡방의 완성은 먹방이라고 했던가? 밥상에 앉아 밥알을 입가에 묻혀가면서까지 참 맛있게 먹는 유해진은 언제나 차승원 쿡방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들은 흡사 오래 산 부부처럼 보였다. 아웅다웅 시골집에서 살아가는 어느 노부부의 이야기처럼 그들의 쿡방은 다정해 보였고, 어느 밥상보다도 따뜻해 보였다.

 

<오늘 뭐 먹지?> 신동엽 + 성시경

 

사실 이 포맷은 많이 봤던 콘셉트다. 전문 셰프들의 영역이었다고나 할까? EBS 최고의 요리비결부터 올리브tv 올리브쇼까지, 스튜디오 주방의 셰프를 섭외하고 요리과정을 지켜보는 것, 헌데 성시경과 신동엽을 데려 오니 이 뻔한 콘셉트의 요리 프로그램이 확 달라졌다.

 

오늘 뭐 먹지는 신동엽과 성시경의 요리 도전기와도 같다. 요리 실력이 프로와는 거리가 있지만 요리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프로그램에 고스란히 베여있어서 그들은 쿡방 MC로서 전혀 손색없어 보인다. 또한 농익은 입담과 마녀사냥부터 길러져 온 호흡은 자칫 따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포맷을 재미난 예능으로 승화한다. 특히 애주가들답게 방송 중간 중간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술을 따라 마시는 너스레는 신동엽-성시경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풍경을 자아낸다. 서로를 무척 잘 알고 있기에 방송임에도 편안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이런 편안한 분위기가 프로그램의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해냄으로써, 오늘 뭐 먹지는 요리 스튜디오 예능의 새로운 흥행 공식을 써내려가고 있다.

 

사진출처 : tvN, JTBC, Olive TV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라테♬~♪~ 2015.03.17 11:09 신고

    예능은 어디가 하나 떴다, 싶으면 여기저기서 마구 비슷한 코너를 도입해서 만드는 통에 방향이 뻔해서 잘 안보는데 요리는 약간 다를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드네요. 한번씩 보면 재미있겠죠?

  2. 늙은도령 2015.03.17 20:25 신고

    사회학적으로 분석해볼 필요가 있는 예능 대세입니다.
    특히 삼시세끼는 분석해볼 가치가 있습니다.

  3. corry 2015.03.18 06:44 신고

    사회적으로 남자들이 요리에관심이많아지고 여자들도 좋아하고 이에 부흥하는 추세인거같아요^^그래서 요리 프로그램에 남자연앤들이 인기많은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