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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기대와 걱정이 교차한 <걱정 말아요 그대>(<톡투유> 방청+시청 후기)

<토토무>를 버리고 <톡투유>를 선택했다. 선택의 이유는 간단했다. 첫째는 모처럼 만에 김제동이 단독으로 MC로 나선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둘째는 직접 <톡투유>를 다녀온 만큼 방송이 어떻게 편집됐을까 하는 기대와 우려가 반반씩 섞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제동은 다음 뉴스펀딩 <제동이와 진우의 애국소년단>에서 ‘걱정 말아요 그대’의 ‘그대’는 자기 자신이라고 했다. 파일럿 프로그램이지만 6년 만에 단독 MC 자리를 꿰찬 만큼 부담감이 작용했을 것이다(물론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러면서 그는 걱정을 대신 해결해주는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걱정을 공감하고 공유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 진행자와 게스트가 아닌 시청자가 주인공인 프로그램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녹화에 (방청객으로) 참여했고 첫 방송을 지켜본 내가 냉정하게 내린 결론은 ‘뭔가 부족하다’였다. 부족의 근거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현장과 방송에서 모두 느낄 수 있었다. 김제동의 입담 덕분에 물 흐르듯 진행되긴 했지만, 각각의 사연의 연결고리가 없었기 때문에 자연히 김제동의 ‘입담’에 의지한 프로그램이 되고 말았다. 그 때문에 방송을 보면서 기본적인 맥락이 잡히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 애초에 제작진은 방청객들의 사연을 받았는데 그 사연들을 유기적으로 엮어 사연의 충돌, 방청객들의 마찰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사전에 ‘연애’라는 주제로 토크가 이뤄진다는 것을 고지했다면 관련된 에피소드를 더 많이 사연에 담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두 번째 부족의 근거는 스케치북과 공간 활용이었다. 입장 전 사람들에게 나눠준 스케치북은 딱 두 번 사용됐다(방송에도 몇 번 나오지 않을 만큼 종이가 아까울 정도였다). 스케치북을 좀 더 활용하는 방법을 강구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또 무대에는 냉장고와 옷장이 있었는데 그것들이 그냥 공간을 채우는 용도로만 쓰인 것이 아닌가 싶었다. 무대소품과 스케치북은 진행자와 관객들 사이의 소통창구로 좀 더 확실히 자리 잡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 부분 역시 앞으로 제작진의 고민으로 해결돼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만족할 수 있는 부분이 없지는 않았다. 첫째는 역시 현장에서 찾을 수 있었다. 김제동이 직접 섭외한 게스트들과 김제동의 케미가 생각보다 괜찮았다. 특히 요조의 솔직함과 강풀의 무뚝뚝함이 돋보였다. 인터넷강의 강사로 유명한 최진기 씨의 사유 역시 깊었다(사랑과 설렘은 다르다는 부분에서 특히 공감했다). 이처럼 각양각색의 게스트들을, 김제동은 적재적소에 활용했고 덕분에 (단 1분의 쉬는 시간도 없었음에도) 녹화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다.

 

두 번째는 편집의 힘이었다. 사실 나는 도대체 이런 토크콘서트를 어떻게 방송으로 소화시킬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그러나 방송을 본 뒤 우려가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제작진은 편집으로 방송을 만들어냈다. 방송만 본 분들은 겨우 이 정도야, 라는 반응을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구성, 대본 없이 진행된 토크콘서트를 방송으로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이라 확신한다. <톡투유>의 숨은 공신은 김제동이 아닌 PD, 카메라 감독, 보조 스태프일 것이다. (방청객에서 들었던 이야기지만 관객들과의 부담 없는 소통을 위해 카메라맨들은 무대 뒤에 숨어서 촬영하기도 했다.)

나는 <톡투유>의 성공을 응원하고 기대한다. 내가 이 프로그램을 주목한 이유는 무엇보다 ‘그들’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특이한 이야기가 아닌 평범한 이야기, 소소하지만 먹먹한 그러나 누구나 겪어봄직한 이야기(설령 그것이 정치적, 사회문화적인 논쟁의 여지가 있다 할지라도) 그런 이야기보따리들이 앞으로 진행될 방송에서 펼쳐질 것이라 확신한다. 그것이 <톡투유>의 확실한 메리트다. 화려한 입담보다도 장삼이사들의 온갖 사연들을 주목하는 것만으로도 프로그램이 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고 싶다.

 

방송에 나온 대로 <톡투유>는 손석희 사장이 방송인 김제동에게 자신이 오래 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프로그램이었다며 직접 섭외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장르는 예능이 아닌 시사/교양이다. 그래서 기대되면서 걱정된다. 가볍지만 때론 진지한, 무거우면서도 어느새 유쾌하게 웃기는 방송, 그런 프로그램은 우리나라에 (거의) 없다. 그럼에도 나는 <톡투유>가 그런 류의 프로그램이 됐으면 한다. 오래도록 사랑 받으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메신저가 되면 좋겠다. 어쩌면 그런 프로그램 하나가 누군가에겐 수많은 뉴스보다 더 소중한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 테니까. 그런 의미에서 김제동과 제작진에게 말해주고 싶다. 걱정 말아요 그대!

 

*사진 출처: 직접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