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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반복과 변주를 이해하는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일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먼저 고백부터. 나는 이 영화를 계기로 처음으로 홍상수를 만났다. 그래서 이전까지 몇몇 사람들이 홍상수 예찬론을 펴도 솔직히 공감하지 않았다.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굳이 이 말을 꺼내는 이유는 자칭 홍상수 팬을 자처하는 분들의 비판이 두려워서다. 그래도 홍상수 감독은 다양한 해석을 좋아한다 했으니 지극히 주관적으로 그의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어차피 이렇게 밑밥을 깔아도 비판과 비난은 있을 수 있다. 모두 환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화를 감상할 때 그렇듯 나 역시 제일 먼저 제목의 의미를 찾으려 노력한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라지만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본 뒤 처음 느낀 감정은 혼란이었다. 내게 있어 이 영화는 적어도 ‘지금’과 ‘그때’, .. 더보기
<자유의 언덕> 시간과 인과의 전복적 배치란 “시간은 우리 몸이나 이 탁자 같은 실체가 아닙니다. 우리 뇌가 과거, 현재, 미래란 시간의 틀을 만들어내는 거죠. 하지만 우리가 꼭 그런 틀을 통해 삶을 경험할 필요는 없습니다.” 영선(문소리 분)과 마주한 모리(카세 료 분)의 말이다. 그리고 은 정말로 시간에 대하여,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제시한다. 영화는 크게 두 부분의 시점으로 나뉘어 있다. 우선, 모리가 영선을 찾으러 한국에 온 이후로 영선이 모리의 편지를 보기 전까지의 시간. 이걸 ‘A시간’이라 부르기로 하자. 또한, 영선이 모리의 편지를 접한 이후의 시간. 이건 ‘B시간’이라 이름 붙여보겠다. 영화는 A시간과 B시간을 교차 편집해 보여준다. 그리고 A시간이 보이는 방식은, B시간에서 영선이 읽는 편지와 이어진다. .. 더보기
<꿈보다 해몽> 텅 빈 기호들만의 모호한 향연 아무래도 꿈을 직접 다룬 영화 중 대표작을 하나만 꼽으라면 (미셸 공드리, 2006)이 아닐까. 말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꿈속 세계를 영상으로 만든 시도 자체가 독특하고 발랄했던 영화. 하지만 원래 꿈이라는 것이 그렇듯,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던 영화. 을 보기 전에 나는 홍상수의 영화들뿐만 아니라, (수면)을 염두에 두었다. 하지만 (꿈)은 홍상수와도 달랐고, 과도 달랐다. 1. 반복의 미학 이광국 감독은 홍상수의 조감독 출신이다.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이광국과 홍상수의 유사점 혹은 변별점에 집중했다. 생각보다 둘의 유사점은 별로 많지 않았다. 쇼트가 길긴 했지만, 왠지 카메라는 다급하고 성급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미쟝셴은 홍상수보다는 오히려 박찬욱과 닮았다. 대사나 영화의 .. 더보기
지극히 주관적인 2월 개봉 영화 기대작 네 편 벌써 2월이다. 1월 개봉작을 추천한 지(‘지극히 주관적인 1월의 기대작 세 편’) 벌써 한 달이 지났다니. 다들 1월 한 달 동안 영화 많이들 보셨는지 모르겠다. 나는 그래도 위에 소개한 세 편의 영화 중 두 편의 영화를 보았다. 나름대로 만족하고 있다. 2월에도 어김없이 다양한 영화들이 개봉한다. 역시나 관심이 가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별다른 흥미를 유발하지 못하는 작품도 있다. 이번 달에는 꽤 많은 기대작이 있었다. 그중에서 네 작품을 (어렵사리) 선별했다. 아래 각 작품에 대한 기대 평을 적어보았다. 1월에도 그랬듯, 지극히 주관적으로. (2월 5일 개봉) - 다만 내가 걱정하는 건 아무래도 에 대한 얘기를 하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 있다. 근래 들어 세차게 불고 있는 ‘복고’ 열풍. .. 더보기
<우리선희> 솔직히 말해줘, 다만 내가 원하는 걸 “선희야!” 세 명의 남자가 여자를 부른다. 여자는 ‘선희’로 호명된다. 남자들은 하나같이 여자에게 여러 속성을 강제한다. 제목에서처럼 여자는 ‘우리(의) 선희’가 된다. 여기서 방점은 ‘우리’에 찍혀야 한다. 우리가 없다면 선희도 없다. 그런데, 정말 그러한가? 선희는 정말 일방적으로 호명을 당하는가? 우리는 영화에서 ‘진짜’ 선희를 고민해야 하는가? 다시, “선희야!” 세 명의 남자가 여자를 부른다. 하지만 여자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건 “선희야!”가 결코 호명이 아니기 때문이다. “선희야!”는 오히려 대답이다. 선희의 부름에 대한 반응이다. 애초에 선희(정유미 분)는 영화로 침범해 들어온다. 동현(김상중 분)은 대학의 벤치에 앉아 있었고, 문수(이선균 분)는 건널목에서 막 후배와 헤어졌으며, 재학(..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