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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今酒일기] 정말(12.14) 남는 것과 남아지는 것은 다만 문법적 '정오' 관계일 뿐인가. 휑뎅그레 '남아질' 때가 있다. 그리고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그 편이 훨씬 익숙하다. 전날 여자(와 남자) 후배들과 술자리를 심하게 가져 술병에 걸렸다는 P형은 골방의 것으로 남기고 R과 둘이 삼각지에서 만났다. 계획했던 곳에서 "1시간 대기"라는 통보를 받았다. 날이 추웠다. 바로 옆 '용산 양꼬치'에 갔다. 양꼬치 1인분과 탕수육 소자를 시키고 '칭따오' 1병과 '청하' 1병을 마셨다. 2차로 앞서 '빠꾸'했던 '시후쿠'로 돌아갔다. '청하' 2병을 마셨다. 단맛이 강했다. '타코와사비'와 '소유라멘'을 시켰다. 술을 좀 마셨더니 술잔이 빙글빙글 더보기
[今酒일기] 낮술(12.13) 낮술은 술인가 술이 아닌가. 취하지 않는 것을 유일한 목적으로 하는 음주란 사실상 금주가 아닌가! 의지와 그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가 끊긴 진 이미 오래라고 하지만(Thanks to 니체) 이 말이 곧 둘의 연결고리까지 제거할 수는 없다. 프랑스 대혁명은 사실상 굶주린 민중의 아우성이 아니었던가. 문명의 진일보를 이룬 로마의 제정은 카이사르의 욕망이 현실화한 것이며 인류를, 지구를 위협하고 있는 수많은 뇌관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순수한' 과학적 성취에서 왔다. 따라서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의지가 없으면 역사도 없다. 고로 나는 선언한다.앞으로 낮술의 경우 그 밑바닥에 깔린 '불취(不醉)에의 강렬한 의지'를 존중, 음주로 취급하지 않겠다.물론 음주 사실까지 부정하겠다는 말은 아니다. * 본 글에는 숱한.. 더보기
[今酒일기] 사실(12.12) 사실 당신의 것으로 남은 길은 283개쯤 더 있다. 그 길을 나는 매일 걷지 않는다. 그러니까 12월이 가기 전 하루쯤은 눈이 펑펑 내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는 말을 하려고 나는 끊임없이 당신을 에두르고 있는 셈이다. 눈 속에 파묻혀 "깔깔" 웃을 날이 앞으로 얼마나 있을까, 라는 물음에 당신은 그저 침묵하리란 것을 나는 잘 아니까. 그렇다면 친애하는 누군가의 말처럼 이제부턴 '당신' 대신 '당산'으로 얘기를 시작해보는 것도 좋겠다. 성공 더보기
[今酒일기] 이(12.11) 이 글은 너의 것이다, 라는 말을 듣는 당신들이 나에겐 있다. 당신은 나를 부러워해도 좋다. '생어거스틴'에 갔다. 세 번째다. 그 누구의 생일도 아니었지만 엄연히 둘의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고기 썰자"는 채식주의자이자 아버지를 만족시켜야 했다. '스텔라' 생맥주 500cc 4잔을 시켰다. '2잔에 1만원' 할인행사 중이었다. 한 잔에 7000원짜리였다. 6000원 아꼈다. 맥주잔에 거품의 흔적이 층으로 남았다. 평소 '스텔라'는 거품이 맛있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그걸 눈을 확인한 셈. 나는 750cc를 마셨다. 달리 말해 1잔반을 마셨다. 나머지 반잔은 아버지의 몫이었다. 어머니는 언제나처럼 제 몫을 넘기지 않았다. 뿌 팟 봉커리와 나시고랭, 그리고 생어거스틴누들을 식사 겸 안주로 먹었다. 일찍 .. 더보기
[今酒일기] 당신2(12.10) 당신의 것으로 남은 길이 하나 있다. 그 길을 나는 매일 걷는다. 아무래도 이건 좀 불공평하다. 예정대로 부모와 광장에 갔다. 추천받은 '누룩나무'에서 낮술을 하려 했는데 문이 닫혀있었다. 대신 옆골목에 있는 '포도나무집'에 갔다. 대문 앞에 달려 있는 빈 막걸리통 다발 때문이었다. 7000원짜리 '송병섭막걸리'를 한 통 마셨다. 단맛이 1도 없었다. "비싼데 그래도 가격값은 하네.“ 내가 아는 한 이 세상에서 열손가락 안에 드는 짠돌이가 말했다. 그의 아내이자 그 못지 않은 짠순이는 그러나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안주는 굴전 하나와 고등어묵은지찜 2인분. 밥 두 공기가 나왔다. 부모에게 각각 한 공기씩 건넸다. 나는 그들로부터 한 숟갈씩 덜어먹었다. 8시에 본행사가 끝났다. 두 번째 행진이 시작할.. 더보기
[今酒일기] 눈물(12.6) 눈물은 몸 밖에 있다. 그런 것들이 있다. 삼겹살을 굽는데 오랜 사람이 "이제 좀 괜찮아졌냐"고 묻는다. 나에게 그 말은 "이제 진짜 겨울이구나"라는 말과 하등 다를 바 없었기 때문에 여기다 대고 대답을 해야 하나 한동안 고민하다 아직 덜 익은 삼겹살 한 점을 집어들며 중얼거린다."그러네요." 난생 처음 고기 잘 굽는다는 칭찬을 듣는다. 이틀 연속 11시가 되기 전에 잠자리에 든다.'눈 앞에 없는 사람'이 꿈에 나온다. 그 사람이 꿈에 나온 건 처음이다. 분명 악몽인데 웃음이 튀어나온다. 날이 춥다. '은주정'에 갔다. 저녁에 가는 건 두 번째다. 다섯이서 삼겹살과 김치찌개를 안주로 '카스' 3병, '참이슬 후레시 4병'을 마셨다. by 벼 더보기
[3인의 현상범들] #번외 모(부)성 [호래.txt] 나는 고양이를 좋아한다. 고양이는 나를 싫어한다. 적어도 지금까지 내가 만나 온 고양이는 그랬다. 후미진 골목이나 길가에서 마주친 고양이들은 모두 내게 관심이 없거나 나를 무서워했다. 집에서 고양이를 한 번도 길러본 적이 없는 나는 고양이를 만나면 어쩔 줄 몰라 했고 고양이들은 그런 내가 어색한지 나를 항상 피했다. 그런데 바로 어제, 편의점에 가려고 밖으로 나섰다가 복도에서 작고 귀여운 고양이를 발견했다. 그 고양이는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지 내게 먼저 다가와 다리에 얼굴을 비비며 애처롭게 울었다. 나는 고양이가 배가 고파서 울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얼른 집으로 뛰어 들어가 고양이한테 줄 만한 것을 찾았다. 하지만 나도 먹을 것을 사러 편의점에 가려던 참이라 고양이가 먹을 .. 더보기
[3인의 현상범들] #9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학곰군.txt] 1.자유주제로 뭔가 길게 쓰고싶어 일단 번호를 붙인다. 2. 아 벌써 2번이다. 뭐 한 것도 없는데 두 번째 차례다. 그래. 포인트는 뭐 한 것도 없는데로 가볼까. 마땅히 할 말도 없었는데 잘 되었다 싶다. 3. 시작은 두산베어스 모자로부터다. 나는 2006년. 에스케이 와이번즈가 파랑에서 빨강으로 색을 바꾼 그 해 문학구장에서 모자를 샀다. 야구장을 처음 간 그 날 그래! 이왕 야구장에 온 것 모자라도 사야겠지 않겠는가 싶어서 원정 구단 간이 매점을 기웃 거렸고 지금도 쓰고 있는 네포스 두산베어스 모자를 6천원 주고 샀다. 모자의 나이도 벌써 10살. 비를 피하지 않는 주인 덕분에 비며 눈이며 미세먼지까지 온전히 들이마시더니 노화가 왔는지 색이 티미해졌다. 그렇지만 군청ㅡ노랑의 앤티크.. 더보기
[3인의 현상범들] #8 민감하다 [소르피자.txt] E주임은 점심을 먹은 뒤 사무실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그는 갑자기 보도블록에 걸려 넘어졌다. 까끌한 면에 손이 쓸려 생채기가 났다. 그는 당황하지 않고 덤덤히 손을 털고 일어났다. 보도블록에 떨어져 있는 벚꽃잎들. 그는 자신이 걸려 넘어진 것이 벚꽃을 보느라 한 눈을 팔아 생긴 일이라 생각해 괜스레 벚꽃나무를 발로 한 번 걷어찼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경기가 좋지 않았다. 사기업에 다니는 자신의 친구들은 작년에 성과급을 받지 못했다고 투덜댔고, 얼마 전 있었던 설날에도 상여금이 작년보다 곱절은 더 줄었다며 그에게 하소연했다. 하지만 E주임은 그런 말을 들어도 와 닿는 것이 없었다. 자신처럼 나라의 녹봉을 받아먹는 공무원쟁이들은, 늘 일정한 봉급을 받고 하던 일만 하면 됐기에 성과급.. 더보기
[3인의 현상범들] #7 위대한 허구 [호래.txt] 사진가는 창문을 찍을 수 없다. 만약 낮-실내에서 창문을 찍으면 창문 밖 풍경이 카메라에 담길 것이고, 사람들은 그 풍경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다. 사람들은 그것이 창문을 통과한 이미지라는 것도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만약 창문에 찍힌 지문이라든지, 창문에 비친 형광등을 사진에 담아 이것이 창문을 통과한 이미지라는 것을 알아채게 만든다면 사람들은 직접 현장에 뛰어들지 않고 안전한 실내에서 사물을 담으려는 작가의 태도를 질책할 것이다. 반대로 밤-실내에서 창문을 찍으면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찍힐 것이고, 사람들은 이를 자화상이란 의미로 해석할 것이다. 그렇다면 불투명한 창문은 대안이 되지 않을까? 하지만 불투명한 창문이란 그 자체로 창문이 아니다. 그렇다면 ‘창문’ 그 자체를 사진에 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