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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영화

<투모로우랜드>에 대한 두 가지 키워드 얼마 전 (조지 밀러, 2015)와 의 세계관을 대조한 글을 봤다. 두 영화를 모두 다 봤으므로 반가운 마음에 읽었다. 글의 요지는, 전자는 미래에 대한 비관을 담은 반면, 후자는 미래에 대한 낙관을 담고 있다는 것이었다. 미안하지만,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었다. 는 ‘미래’에 대한 비관을 담지 않았다. 엄밀히 말해 는 미래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내가 를 SF가 아니라 판타지로 분류하는 까닭이다. 반면에 에서 그린 세계는 (비현실적이라고 할지라도) 어쨌든 현재의 연장선상에 있다. 를 보고 현실을 반추하는 일이란 결코 없을 테지만, 를 보고 나면 저절로 현실을 돌아보게 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미래에 대한 ‘낙관’을 담고 있지 않다. 물론 영화는 인.. 더보기
<써드 퍼슨>에 대한 두 가지 키워드 은 파리, 로마, 뉴욕에서 각각 벌어지는 세 이야기를 다룬다. 하지만 세 곳에서 벌어지는 세 이야기는 마냥 독립적인 것은 아니다. 모든 이야기들은 기묘하게 서로 연결되어있다. 이를테면, 파리에서 마이클(리암 니스 분)과 안나(올리비아 와일드) 묵는 호텔과 뉴욕에서 줄리아(밀라 쿠니스 분)가 근무하는 호텔은 마치 하나의 공간인양 이어진다. 또한, 줄리아의 뉴욕과 스콧(애드리언 브로디 분)과 모니카(모란 아티아스 분)의 로마 사이는 비슷하지만 다른 풍의 멜로디로 이어진다. 말하자면 영화 전체는 하나의 거대한 수수께끼다. 별 다른 사건 없이 영화가 진행되는데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의 끊을 쉽사리 놓지 못하는 까닭이다. 영화는 끊임없이 미세한 수수께끼를 던진다. 서로 연결될 수 없는 지점들을 마구잡이.. 더보기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 대한 세 가지 키워드 아니, 이 영화의 러닝 타임이 정녕 두 시간이라니.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후 )의 상영 시간은 네이버나 다음이나 어딜 가서 찾든 ‘120분’이라 명시되어있다. 혹시 아직도 영화에 홀려있는 이라면 믿기지 않을 숫자일 테다. 직접 찾아봐도 좋다. 그 덕분일까. 영화관에서 으레 밝혀지곤 하는 핸드폰 액정이 이번만큼은 잠잠했다. 요새 중고등 학생들이 영화관에 가는 것을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가 핸드폰을 볼 수 없기 때문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렇다면 야말로 중고등 학생들에게 추천해야할 영화 1순위리라. 그야말로 영화에 압도되어 모든 것을 잊을 테니까. 그들뿐만 아니라 영화를 데이트 수단 등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주목하길! 를 통해 그대들은 영화가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을 좌지우지하고, 숨을 가파르게.. 더보기
<투 라이프>에 대한 세 가지 키워드 이 말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유대인 관련 영화라면 이제 사절이다. 50년이나 지난 과거의 일이기 때문이 아니다. 햇수는 전혀 중요치 않다. 2014년 4월에 발생한 사건을 나는 아마 평생 잊지 못할 테니까.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는, 끊임없이 자각하고 반성해야 하는 일은 분명히 존재한다. 유대인 학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동시에 근래 들어 중동의 상황을 살펴보면, 혹시 유대인 학살이 유대인들에게 일종의 절대적인 ‘면죄부’로 작용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분명 부당하고 끔찍한 폭력을 경험했지만, 그렇다고 지금 그들이 행하는 부당한 처사들이 용인되는 건 아니다. 만약 가 유대인 학살에 관한 영화라는 걸 미리 알았다면, 나는 이 영화를 보지 않았을 것이다. ‘다행히’ 그걸 몰랐던 .. 더보기
<해피 해피 와이너리>에 대한 두 가지 키워드 좋은 기회로 (이후 ) 시사회를 보고 왔다. 여성 감독 미시마 유키코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했고, 그의 전작이자 의 전편이라고 할만한 도 보지 못했다. 말하자면 나는 아무런 기대 없이 영화를 보러 갔던 셈이다. 직전에 (알레한드로 곤잘레즈 이냐리투, 2014)에 대한 글(‘ 알레한드로 곤잘레즈 이냐리투만의 '연극적 롱테이크'’)에서, 나는 ‘기대가 높을수록 실망할 여지가 많다’라는 경험적 확신이 보란 듯이 깨졌다고 밝혔다. 그리고 정 반대의 측면에서, 도 지금껏 축적된 경험이 결코 보편적인 진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방증해주었다. 그러니까, 를 나는 아무런 기대 없이 봤지만, 영화는 (생각지도 못했지만) 생각보다 별로였다. 하지만 실망했다는 표현은 쓰고 싶지 않다. 기대 자체가 없었으니까.(기대와 실.. 더보기
<나이트 크롤러> 로버트 엘스윗과 제이크 질렌할 덕분에 (나이트)의 내러티브는 명확했다. 다른 말로 하면 의 내러티브에 대한 의문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었다. 인과관계는 뚜렷했고, 기-승-전-결의 전형적인 구조도 거의 완벽했다. 는 마치 한 편의 첩보물 같았다. 사실상 영화는 한 민간 촬영기사에 대한 내용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위에서 말한 내러티브뿐만 아니라, 영화 내내 이어지는 긴장감도 그러했다. 이에 대한 의문은 감독에 대한 정보를 찾아본 뒤 해소되었다. 댄 길로이(Dan Gilroy)는 각본가 출신이다. (숀 레비, 2011), (토니 길로이, 2012)같이 잘 알려진 영화 외에도 6편의 영화 시나리오를 쓴 경력이 있다. 그리고 는 그가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은 영화다. 그는 이 영화에서 각본과 연출을 동시에 맡았다. 즉, 각본가 출신인 길로이는 에서 자신이.. 더보기
<허삼관>, '감독' 하정우에 대한 첫 번째 기대와 실망 *보기에 따라 약간의 스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얼마 전, 1월의 기대작을 소개한 적이 있었다.(‘지극히 주관적인 1월의 기대작 세 편’) 하정우가 메가폰을 잡은 도 그 중 하나였다. 글에 적어놨듯, 은 이후 내가 접한 ‘감독’ 하정우의 두 번째 영화였다. 하지만 은 내가 ‘감독’ 하정우에 대해 처음으로 기대한 영화였다. ‘역시 하정우는 연기자야.’ 영화관을 나오면서 강렬히 떠오른 생각이었다. 적잖은 실망과 함께. 하지만 이상하게도 하정우에 대한 애정은 쉽사리 꺼지지 않았다. 처음으로 ‘감독’ 하정우에 대한 기대가 와르르 무너진 것 맞지만, 결코 하정우의 새로운 영화를 외면할 순 없을 것만 같다. 다르게 말하면, 에서 나는 ‘감독’ 하정우에 대한 실망과 동시에 가능성을 보았던 셈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더보기
<언브로큰>을 보고 <국제시장>이 연상된 네 가지 이유 어제 안젤리나 졸리의 첫 연출작 을 설레는 마음으로 보러 갔다. ‘감독’ 안젤리나 졸리 혹은 영화에 대한 기대는 하지 않았다. 다만 안젤리나 졸리라는 이름 혹은 사람에 대한 기대랄까. 사실 그녀의 연기를 좋아하는 편도, 그녀의 외모에 그렇게 큰 매력을 느끼는 편도 아니다. 왜, 그냥 누군가 이름만으로도 아우라가 풍겨 나오는 사람. 뒤에선 욕하다가도 막상 마주치면 입도 뻥끗 못 할 것 같은 그런 사람이 있지 않은가. 내게 안젤리나 졸 리가 그런 존재라는 걸 영화를 보러 가는 길에 깨달았다. 하지만 을 보는 내내 (안젤리나 졸리가 이 글을 볼 리 없으므로 하는 말이지만) 고통스러웠다. 아래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지겨웠고(지루하진 않았다), 뻔했고, 민망했고, 오글거렸다. 일전에 (윤제균, 2014)에 대해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