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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서평] 단지 ‘한국이 싫어서’였을까 장강명의 소설 는 제목과 내용이 일치하는 소설이다. 주인공 계나는 평범한 한국여성이다. 대학 졸업 후 카드회사에서 멀쩡하게 직장 다니던 그가 돌연 호주로 이민 갈 생각을 한 이유는 ‘한국이 싫어서’다. 세 마디로 줄이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고. 그 이유는 마치 압축파일과도 같다. 간단해 보이지만 실마리를 풀어볼 수록 그만한 사정과 계기들이 중첩돼 있다. 계나가 한국을 싫어하는 이유는 지옥과도 같은 출퇴근길이 싫어서고, 남자친구 지명과의 신분 격차가 싫어서고, 도리어 자신에게 짐이 되는 가족들이 싫어서고, 회식 때마다 서슴없이 음담패설을 일삼는 상사가 싫어서다. 이밖에도 수많은 ‘싫어서’들이 모여 계나의 이민 결심을 확고히 만든다. 계나의 논리는 간단명료하다. 한국에서 살면 희망도 없고 무엇보다 자신은.. 더보기
신과 인간, 그리고 비틀린 희생양. 장강명, <표백> 세연이 자살하고 5년 뒤, 잇달아 발생한 사건들. ‘와이두유리브닷컴’의 적잖은 흥행과 ‘제자’ 세 명의 자살. 그리고 기대했지만 의도하지 않았던 또 다른 표백세대들의 자살. 사회적 이슈가 되긴 하지만, 간편히 수치화되어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 수(자살 사망률)는 (중략) 전년보다 1.1명 더’ 는 정도로, 혹은 ‘OECD 평균의 5배가 넘는’ ‘60세 이상의 자살률’(337)에 묻히는 정도로 끝맺음 될 것 같은 사건들. 세연이라면 죽음 이후의 사건들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까? 아마 반은 성공이고 반은 실패? 아니면 ‘실명제’까지 신경 썼던 그녀는 이 모든 것들을 예상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걸 세연에게 묻는다는 게 의미가 있을까? 정말로 세연은 죽음 이후에 무엇을 바랐던 걸까? 소설은 끊임없이 세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