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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영화

<당신의 세상은 지금 몇 시?>, 당신의 위치는 지금 어디? “이 영화는 공감이 되지 않아서 별로였어.”만큼 난감한 평가도 없을 것이다. 그런 평가가 잘못 됐다는 게 아니라, 공감하고 말고를 나누는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냐는 말이다. 누군가는 비행사의 삶을 다룬 영화를 보면서, ‘나는 비행을 해보지 않았으니, 저 이야기에는 전혀 공감이 되지 않아.’ 영화티켓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내쉴 수 있다. 반면에, 누군가는 재난영화를 보면서 ‘얼마 전 오줌 마려워 죽을 뻔했던 기억이 나네.’ 창백해질 수도 있다. 그러므로 ‘공감을 얻는 영화=보편적 주제를 담은 영화’ 혹은 ‘공감을 얻지 못한 영화=특수하한 주제를 담은 영화’라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나는 (난니 모레티, 2015)에서 어머니의 존재와 부재에 대해 숙고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린 램지, .. 더보기
지극히 주관적인 11개봉 기대작 세 편 같은 시간을 함께했던 이들과의 모임에는 남다른 기억력을 뽐내는 사람이 꼭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7년 만에 만난 재수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유달리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나는 더듬더듬 말을 이어 가고 있었다. “왜 걔 있잖냐. 맨날 잠자고, 자습 빼먹고 피시방 가던 놈. 하, 누구더라...” 다들 조용히 하늘만 쳐다보고 있을 때, 뒤늦게 합류한 A가 치고 들어온다. “아, X 말하는 건가? 자습이 뭐냐. 수업도 빼먹고 피시방 돌아다니느라 바빴지. 걔네 무리가 있었어. Z, W, U랑... 맞다, S. 이렇게 넷이서 같이 다녔잖아. 아, 그리고 니네 그거 아냐? Y랑 X랑 잠깐 사귀었던 거.” 하나 더 있다. 연례행사처럼 모이는 중학교 동창(회라기엔 초라하지만 어쨌든)회. 술이 한두 잔 들어가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