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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일

<덕혜옹주> 리듬을 잃은 사건들의 연쇄 1. 약약약약약약강중…‘기막힌’ 리듬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손예진)는 고종의 승하 2년 뒤 1921년 일본 강제유학길에 오른다. 그가 한국의 땅을 다시 밟은 것은 1962년이다. 42년이라는 시간. 자연스레 는 일본에서의 덕혜옹주가 보낸 나날을 가장 비중 있게 다룬다. 강산이 변해도 4번 이상 변했을 기간이다. 그 동안 벌어진 여럿 사건들을 다루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취했을 ‘병렬적 구성’ 자체를 비판할 생각은 없다. 그런데 이건 심해도 너무 심했다. 마치 색종이 찢듯 나눈 시퀀스들과, 이들을 딱풀로 붙이듯 성기게 이은 기묘한 편집술 말이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다. 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영화의 리듬이다. 영화 초반 덕혜옹주를 둘러싼 여러 사건들이 짧게 짧게 이어진다... 더보기
기억의 고독, 고독의 기억 <경주> * 보기에 따라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너, 괜찮냐?” 경주행은 그렇게 비뚠 핀잔 이후였다. 7년 전의 기억이다. 그저 그런 기억들이 춘원(곽자형 분)과의 회포를 뒤로 한 경주행의 모든 까닭이었다. 그러므로 경주란 기억의 도시이다. 경주에는 그들이자 찻집이자 춘화가 있었다. 아니, 그 모든 것들이 경주 자체였다. 경주야말로 기억이었다. 경주에 간 최현(박해일 분)은 마땅히 기억을 붙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묘하게도 기억은 항상 어긋나고야 만다. 경주에서 헤집은 기억들은 어떤 사실도 말해주지 못한다. 돌다리를 가로질렀던 물은 메마르고, 여정(윤진서 분)은 진즉 애를 지웠다. 윤희(신민아 분)는 사실 7년 전에 최현들을 대했었고, 불쾌함을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았다. 어긋나버린 기억을 마주하여 경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