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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

[푸디세이아] 16. 취중일기 [푸디세이아] 16. 취중일기. 술을 살짝 과하게 먹고 나서 글 쓰는 일을 선호하진 않지만,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으므로 손이 가는 대로 노트북을 친다. 탁탁 거리며 울리는 키보드 소리가 오늘따라 유난히 경쾌하다. 기분 탓인가. 판을 키운다. 분명 시작은 2명이었지만 결국엔 여섯까지 늘었다. 연속해서 이틀을 같은 사람들을 봤으나, 그럼에도 이야깃거리가 떨어지진 않았다. 사람 만나는 일을 그토록 귀찮아하건만 그럼에도 즐거울 땐 즐겁다. 1차. 유진. 기껏 약속을 6시 반으로 잡았건만 평생 그런 적이 없던 이들이 뭐라도 잘못 먹었는지 일찍도 모인다. 장소를 묘사하면서 동선 계산을 잘못하는 바람에 한참을 까였지만, 잘못한 건 잘못한 것이려나. 다섯이서 녹두전 3개에 냉면 4, 설렁탕 1, 수육 1개를 시켜 노.. 더보기
[푸디세이아] 3. 유진과 낙원 안국에서 낙원상가, 명동까지 이어지는 길은 묘한 분위기들이 서로 중첩돼 있는 공간이다. 자본주의 문명의 정점과 철 지난 과거 사이로 수많은 시간이 지나간다. 천도교 본당과 운현궁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대로를 지나 골목으로 들어가면 그 어디서도 보기 힘든 풍경들이 펼쳐진다. 거리를 걷는 대부분의 이들이 노인들이다. 장기 두는 이들과 서예 글씨를 쓰는 사람들 주위로 수많은 노인들이 모인다. 노인들이 다른 연령층보다 월등히 많은, 이 다소 기이한 풍경은 어쩌면 내가 아는 낙원의 매우 작은 조각들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 특수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낙원상가 주변은 주변의 비싼 물가를 감안해보면 상당히 저렴한 편. 송해 ‘선생님’이 자주 들린다는 2,000원 남짓 국밥집들이 좁은 골목길을 끼고 쪼르르 모여 앉아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