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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성

<암살>, 오락물과 시대극의 만남이란 아니나 다를까, 에 대해서도 수많은 상업적 걱정과 염려가 앞섰다. 심지어 어떤 기사에서는 지금까지 ‘일제시대’를 다룬 영화들의 저조한 흥행실적을 일일이 나열하며, 최동훈의 ‘천만’ 기록에 혹여 누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물론 상업적인 이해관계를 떠나서, (2004), (2006), (2009), 그리고 (2012)의 최동훈과 시대극의 만남이 어떻게 펼쳐질지 좀처럼 가늠하기 어려운 점은 있었다. 굉장히 개성적인 캐릭터들, 자극적이고 흥미를 유발하는 이야기. 이를테면 지금까지 최동훈의 영화는 철저히 만화적 상상력에 기반을 둔 오락물에 가까웠다. 그의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캐릭터와 이야기가 전부였다. 그와 그의 영화를 비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최동훈은 오로지 캐릭터와 이야기만으로 영화를 유려하게.. 더보기
<소수의견>에 대한 두 가지 키워드 ‘이 영화는 실화가 아니며, 극중 모든 인물은 허구입니다.’ 은 이렇게 어딘지 조급함이 묻어나는 문구로 시작한다. 그리고 저 한 문장 속에는 에 대한 개인적인 아쉬움이 예견되어있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비록 에둘러 언급할 뿐이지만(영화에서는 아예 언급조차 명확히 되지 않지만), 2009년 ‘용산 참사’를 모티브로 삼았다. 이에 따라 영화는 애초에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았건 암묵적으로 2009년의 용산이라는 메시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형편이었다. 즉, 은 기본적으로 국가와 개인의 관계, 혹은 국가의 폭력에 의한 개인들의 상처라는 전언보다 늦될 수밖에 없다. 달리 말하면, 고발영화이자 정치적인 영화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왠지 영화는 ‘정치’라는 구심점으로부터 .. 더보기
<자유의 언덕> 시간과 인과의 전복적 배치란 “시간은 우리 몸이나 이 탁자 같은 실체가 아닙니다. 우리 뇌가 과거, 현재, 미래란 시간의 틀을 만들어내는 거죠. 하지만 우리가 꼭 그런 틀을 통해 삶을 경험할 필요는 없습니다.” 영선(문소리 분)과 마주한 모리(카세 료 분)의 말이다. 그리고 은 정말로 시간에 대하여,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제시한다. 영화는 크게 두 부분의 시점으로 나뉘어 있다. 우선, 모리가 영선을 찾으러 한국에 온 이후로 영선이 모리의 편지를 보기 전까지의 시간. 이걸 ‘A시간’이라 부르기로 하자. 또한, 영선이 모리의 편지를 접한 이후의 시간. 이건 ‘B시간’이라 이름 붙여보겠다. 영화는 A시간과 B시간을 교차 편집해 보여준다. 그리고 A시간이 보이는 방식은, B시간에서 영선이 읽는 편지와 이어진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