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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

[今酒일기] 무기력(12.23) 무기력하게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 지나치고나서 고개를 돌리게 되는 것들, 이를테면 앙상한 나뭇가지와 그 아래 떨어진 낙엽들, 혹은 황정은과 박준, 그리고 박형준의 문장들이 그렇다. 한숨과 후회로만 남을 나날과 그럼에도 언제나 그 자리에 남아있기를, 그런 기대로나마 끝끝내 버티는 삶들도 마찬가지이며 무엇보다 이젠 단 한번도 반복될 일 없는 2016년 12월 23일의 당산과, 그날 그곳에서 어둠의 빛으로 남을 당신들이 그렇다. 당산에서 3명이 먼저 만났다. '당산 양꼬치'에 갔다. 양꼬치 3인분, 즉 30개와 옥수수국수, 볶음밥을 먹었다. '하얼빈 주스'와 '칭따오 주스'를 1병씩 시켰다. 뒤늦게 9가 합류했다. 옥수수국수를 하나 더 시키고 '칭따오주스'도 하나 더 주문했다. 고량주가 눈에 밟히긴 했지만 주.. 더보기
[今酒일기] 교훈(12.22) 교훈 하나. 끝을 말하려거든 공식적인 자리는 피하라. 방산시장 근처 '보건옥'에서 소고기를 꿔먹었다. 술을 무진장 섞었다. 열나게 퍼마셨다. 어느정도 전략적 심산이었는데, 정작 목적했던 바를 이루지 못했다. '비어할레'에서 '사민주의의 주스'를 마셨다. 치킨 가라아게를 시켰는데 이때 나는 이미 만ㅡ취 상태. 종로3가쪽 어디 맥주집에 갔다. '밀러' 1병을 마셨다. 듣기로는 원샷을 했단다. 미쳤다, 정말. by 벼 더보기
[今酒일기] 내일(12.21) 내일 이후의 세계가 아득하다. 오랜만에 별밤 멤버와의 벙개. 대학로에서 9와 만나 '더 후라이팬'에 갔다. 세 번 허탕친 뒤였다. 그래도 연말은 연말이었다. 회사에서 좀처럼 놓아주지 않은 건은 조금 늦게 합류했다. 오리지널 안심 곱빼기에 '사민주의의 주스' 큰 사이즈를 한 잔씩 마셨다. 손님이 하나도 없어 혹시 조류독감때문인지 물었는데 사장인지 종업원인지는 "그것 때문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아직 시험이 안 끝나서"라고 덧붙였는데 마침 오늘은 성균관대학교 기말고사 마지막 날. "많이 파세요"라고 말하며 가게를 나섰다. 2차로 '홍콩반점'에 갔다. 꿔바로우와 '칭따오 주스' 2병으로 이뤄진 세트를 시켰다. 집 가는 길에 친애하는 고시생과 '오징어나라'에서 잠깐 회동했다. 우럭회와 '청포도에이슬'.. 더보기
[今酒일기] J(12.20) J가 대뜸 "술 마시지?"라며 전화를 건다. "아니"라고 답하자 그렇다면 내일은 글 안 올리는 거냐, 재차 묻는다. 이쯤되면 이 글의 효용가치는 '0'를 넘어 '마이너스'가 된 셈. 이건 '금주'일기란 말이닷! 다음주엔 홍대에서 그의 노래를 보고 들을 계획이다. 오랜만이다. 성공. 더보기
[今酒일기] 가끔(12.19) 가끔 이것 때문에 오히려 술을 더 마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하여간 무진장 마셨다. 골이야.. 삼겹살은 맛있었다. 분위기도 좋고. 서촌에서 삼겹살 먹고싶어지(거나 누군가 그렇다)면 또 찾을듯. by 벼 더보기
[今酒일기] 아이(12.18) 아이가 노부(老父)의 손을 놓는다. 늙은 아비는 등에 멘 가방을 내린다. 아이의 것이다. 건너편 친구들이 손을 흔든다. 어물쩍 화답하고, 아이는 길을 건넌다. 사랑하는 '구탕마라탕'에 갔다. N은 "벌써 세 번째"라며 불평 아닌 불평을 짧게 뱉고는 군말 없이 들어갔다. 맛있긴 하지, 라고 N이 덧붙였다. 셋이서 양꼬치튀김 하나와 마라탕을 시켰다. 양꼬치는 양념이 잘 배긴 했지만 너무 질겼다. 비린내도 약간. 즈란을 듬뿍 찍었다. 마라탕은 역시 '존맛'. 처음 보는 '연경맥주' 1병을 시켰다. 단맛이 강했다. 특히 뒷맛이. 마무리는 '칭따오' 1병. 세븐일레븐에서 와인을 6000원에 할인판매하고 있었다. 사지 않았다. by 벼 더보기
[今酒일기] 우리(12.17) 우리는 승리했다. 고생했다, 그러'니' 이제 시작이다. 곱씹을수록 끝난 건 아무것도 없다. '마침표'는 한 문장을 종결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다음 '마침표'를 위한 들숨이기도 하다.숨을 깊이 들이키자. 다음에 올 문장은 생각보다 길지도 모른다. 헌법재판소 앞에서 막힌 행렬이 광화문으로 돌아가는 길. 지난주 이르게 찾아가 허탕쳤던 '누룩나무'를 찾았다. 넷이서 '개도막걸리'와 '송병섭막걸리'를 한 병씩 마셨다. 해물파전과 석쇠떡갈비를 먹었다. 시중가보다 최소 2000가량 비쌌다. 해물파전은 무려 2만원. 다신 안 갈듯. "이제 광장으로 가자." 나는 물었다. "그 광장이란 것이 광화문 광장을 말하는 거냐 광장시장을 말하는 거냐." 광장시장에는 온갖 손팻말로 가득했다. 순희네 빈대떡에서 모둠과 '대박막걸리' .. 더보기
[今酒일기] 여전히(12.16) 여전히 몸이 좋지 않다. 아프진 않다. 거의 먹지 않은 모든 것을 게워낸다 점심은 굶고 저녁에 본죽을 먹었다. 종이컵에 맥주를 따라마셨다. 딱 1잔. 아프다는 핑계를 대기엔 술을 벌컥벌컥 들이키는 C의 상심이 깊었다. by 벼 더보기
[今酒일기] 정말(12.14) 남는 것과 남아지는 것은 다만 문법적 '정오' 관계일 뿐인가. 휑뎅그레 '남아질' 때가 있다. 그리고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그 편이 훨씬 익숙하다. 전날 여자(와 남자) 후배들과 술자리를 심하게 가져 술병에 걸렸다는 P형은 골방의 것으로 남기고 R과 둘이 삼각지에서 만났다. 계획했던 곳에서 "1시간 대기"라는 통보를 받았다. 날이 추웠다. 바로 옆 '용산 양꼬치'에 갔다. 양꼬치 1인분과 탕수육 소자를 시키고 '칭따오' 1병과 '청하' 1병을 마셨다. 2차로 앞서 '빠꾸'했던 '시후쿠'로 돌아갔다. '청하' 2병을 마셨다. 단맛이 강했다. '타코와사비'와 '소유라멘'을 시켰다. 술을 좀 마셨더니 술잔이 빙글빙글 더보기
[今酒일기] 낮술(12.13) 낮술은 술인가 술이 아닌가. 취하지 않는 것을 유일한 목적으로 하는 음주란 사실상 금주가 아닌가! 의지와 그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가 끊긴 진 이미 오래라고 하지만(Thanks to 니체) 이 말이 곧 둘의 연결고리까지 제거할 수는 없다. 프랑스 대혁명은 사실상 굶주린 민중의 아우성이 아니었던가. 문명의 진일보를 이룬 로마의 제정은 카이사르의 욕망이 현실화한 것이며 인류를, 지구를 위협하고 있는 수많은 뇌관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순수한' 과학적 성취에서 왔다. 따라서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의지가 없으면 역사도 없다. 고로 나는 선언한다.앞으로 낮술의 경우 그 밑바닥에 깔린 '불취(不醉)에의 강렬한 의지'를 존중, 음주로 취급하지 않겠다.물론 음주 사실까지 부정하겠다는 말은 아니다. * 본 글에는 숱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