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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늘

<재심>, 힘을 좀 뺐더라면 김태윤 감독의 신작 은 2016년 11월 17일 무죄 판결이 난 익산 약촌 오거리 사건을 토대로 한 작품이다. 도입부의 설명과는 달리 영화의 메인 플롯은 사건이 일어난 거의 그대로를 담고 있으며, 세부적인 부분들 역시 현실을 강하게 반영했다. 영화적 장치일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던 부분들 - 별명인 '다방 꼬마'나 여관에서의 폭행과 같은 강압적 수사, 모티브가 된 박준영 변호사와 변호사 준영의 유사성 등 - 마저도 사소한 디테일까지 포함되는 경우가 제법 많은 정도다. 지나치기 쉬운 수원역 노숙자 살인사건에 대한 묘사 역시, 모델인 박준영 변호사에 대한 헌사를 위한 치밀한 장치로 느껴질 정도다. 정리하자면, 영화는 생각 외로 영화를 위해 현실을 감하는 일이 거의 없이, 현실을 반영했다. 그럼에도 영화 이 현.. 더보기
지금의, 비평은 무엇입니까? - 영화 <동주>에 부쳐 “선생님, 비평가란 무엇입니까?”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앙리 레비의 당돌한 질문에 비평가 롤랑 바르트는 답했다. “쓰레기죠. 비평가는 쓰레기입니다. 굉장히 위험한 쓰레기들이죠. 이들은 역사가 지나간 다음에 남아 있는 걸 뜯어먹고 사는 쓰레기들이죠.” 이 말을 비평이 사후적(事後的)이라는 의미라고 해석해도 괜찮다면, 나는 바르트의 저 대답에 반만 동의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내가 생각하는 비평이란 무엇인가? 나쁘게 말하면, 비평이란 자기놀음이다. 문화라는 폐쇄적인 공간을 발판삼아 휘도는 원운동이랄까. 절대로 비평은 원의 가장자리를 벗어나지 않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 지독하게 말해, 비평은 비유컨대 문화라는 숙주에 기생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났다. 문학 비평에 한정 지어 보자면, 비평이 아무리 문학이라.. 더보기
<쎄시봉> 정우 연기와 음악은 좋았으나 기대 반 걱정 반 을 보러 갔다. 사실상 기대와 걱정은 다르지 않았다. 다만 정도의 차이었으니까. 70년대 당시의 음악, 풍경, 인물들을 어떻게 재현해낼지 기대하면서도 동시에 과잉된 해석으로 또 하나의 신화가 재생산하는 건 아닐까 걱정했다.(‘지극히 주관적인 2월 개봉 영화 기대작’) 결론부터 말하면, 기대와 걱정은 영화를 보고 난 뒤 완전히 뒤바뀌어 버렸다. 기대는 무너졌고, 걱정은 같은 의미에서 사라졌다. 전반적으로 영화는 억지스러웠지만, 울림이 없지는 않았다. 아래 세 항목으로 나눠서 에 대한 감상을 적었다. 1. 이건 그냥 로맨스 영화잖아요? 영화는 70년대를 재현하는데 충실했다. 인물들의 싱크로율이나, 당시의 서울 풍경, 그리고 옷차림새 모두 전혀 이질감이 없었다. 하지만 나의 기대가 충족된 건.. 더보기
지극히 주관적인 2월 개봉 영화 기대작 네 편 벌써 2월이다. 1월 개봉작을 추천한 지(‘지극히 주관적인 1월의 기대작 세 편’) 벌써 한 달이 지났다니. 다들 1월 한 달 동안 영화 많이들 보셨는지 모르겠다. 나는 그래도 위에 소개한 세 편의 영화 중 두 편의 영화를 보았다. 나름대로 만족하고 있다. 2월에도 어김없이 다양한 영화들이 개봉한다. 역시나 관심이 가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별다른 흥미를 유발하지 못하는 작품도 있다. 이번 달에는 꽤 많은 기대작이 있었다. 그중에서 네 작품을 (어렵사리) 선별했다. 아래 각 작품에 대한 기대 평을 적어보았다. 1월에도 그랬듯, 지극히 주관적으로. (2월 5일 개봉) - 다만 내가 걱정하는 건 아무래도 에 대한 얘기를 하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 있다. 근래 들어 세차게 불고 있는 ‘복고’ 열풍.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