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카트>, 또는 하이픈 노동자의 비애 용돈 벌이를 위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외진 곳이라 손님이 별로 없었고, 일도 어렵지 않았다. 일 년 정도 일을 하면서 다양한 손님을 만났다. 불친절한 손님, 친절한 손님, 깎아 달라는 손님, 괜히 시비 걸고 욕하는 손님 등. 그 중에서도 나를 불쾌하게 하는 손님들을 대할 땐 늘 난감했다. 화를 내야 하나. 만약에 화를 내서 저 손님이 다신 안 온다면 우리 사장님은 손해를 입을 텐데. 아니다. 이 편의점이 내 소유도 아닌데 뭔 상관이랴. 저 손님이 안 온다고 해서 내 수입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받는 것도 아닌데……. 결국 나는 늘 꾹 참곤 했다. 마음이 약했던 것 보단, 수를 계산하며 갈팡질팡하는 와중에 손님들이 떠나곤 했다. 이렇게 고용자와 손님 사이에서 서비스 노동자들의 위치가 난감한 건.. 더보기
[바꼈스오피스] 49주차(11/30~12/6) * [바꼈스오피스]는 저희가 새로운 기준을 통해 제시하는 영화 순위입니다. 현행 박스오피스는 오로지 영화가 벌어들인 수익, 관객수 등 절대적인 수치를 기준으로 하여 순위를 매기고 있을 따름입니다. 그러니까 [바꼈스오피스]는 일종의 ‘대안적 박스오피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새로운 기준에 맞춰 영화 순위를 다시 매긴 뒤 따로 코멘트를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이 작업이 최대한 객관적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기준이라는 것도 사실상 주관적인 가치 판단에서 벗어날 순 없을 텐데, 딱 거기까지를 주관적인 개입의 마지노선으로 삼으려 합니다. *** 현재 상영중인 모든 영화를 다 다루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불가피하게 ‘박스오피스’ 20위권 내에 있는 영화들만 다뤘습니.. 더보기
지극히 주관적인 12월 개봉 기대작 다섯 편 11월 내내 나를 뒤흔들었던 건 ‘연대’라는 단어였다. 달리 말해 한동안 나는 드라마 의 여파로 끙끙 앓을 것만 같다. 나를 울렸던 의 한 장면. 노동조합에 막 가입한 한 계산원은 두려움 때문에 쉽사리 조끼를 입지 못한다. 그녀는 남몰래 옷을 갖고 계산대에 간 뒤, 쭈그려 앉는다. 동료들의 시선을 피해 조끼를 꾸역꾸역 입은 뒤에도 그녀는 쉽사리 일어서지 못한다. ‘나 혼자’라는 두려움을 이기지 못해 눈을 질끈 감고 일어섰을 때, 그러나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하나같이 노조 조끼를 입은 계산원들은 별 말 없이 미소 짓고 있었으나, 그들은 단지 ‘너는 혼자가 아니’라는 말을 하지 않을 뿐이었다. 그런데 나에게 연대라는 단어의 이미지는 단단하거나 확고부동한 시멘트 같은 것이 아니다. 차라리 그건 말랑말랑하고.. 더보기
[바꼈스오피스] 48주차(11/23~11/29) * [바꼈스오피스]는 저희가 새로운 기준을 통해 제시하는 영화 순위입니다. 현행 박스오피스는 오로지 영화가 벌어들인 수익, 관객수 등 절대적인 수치를 기준으로 하여 순위를 매기고 있을 따름입니다. 그러니까 [바꼈스오피스]는 일종의 ‘대안적 박스오피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새로운 기준에 맞춰 영화 순위를 다시 매긴 뒤 따로 코멘트를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이 작업이 최대한 객관적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기준이라는 것도 사실상 주관적인 가치 판단에서 벗어날 순 없을 텐데, 딱 거기까지를 주관적인 개입의 마지노선으로 삼으려 합니다. *** 현재 상영중인 모든 영화를 다 다루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불가피하게 ‘박스오피스’ 20위권 내에 있는 영화들만 다뤘습니.. 더보기
두 가지 질문을 던진 영화, <이터널 션사인> 10년 만에 재개봉한 영화라 떠들썩했지만, 어쨌든 내게는 처음 본 영화였으니까 별다른 선입견 없이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그뿐인가? 미셸 공드리 감독의 전작도 보지 않았으니까 내게는 완전히 새로운 영화, 새로운 감독과의 만남이었다. 무엇보다 오랜만의 로맨스 영화였던 만큼 설레기도 했다. 영화 초반 조엘(짐 캐리)가 출근하지 않고 뜬금없이 몬탁의 겨울바다로 향하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하지만 영화 후반과도 맞닿아 있으리라고는 생각 못했다). 한번쯤 그런 생각 하지 않는가. 정해진 궤적의 삶에서 벗어나 일탈을 맛보고 싶은. 지금까지의 삶에서 별로 그런 선택을 했던 적이 없어서인지는 몰라도 조엘이 기차에 몸을 악다구니로 밀어 넣는 장면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여하튼 누가 봐도 평범한 조엘과 누가 봐도.. 더보기
[바꼈스오피스] 47주차(11/16~11/22) * [바꼈스오피스]는 저희가 새로운 기준을 통해 제시하는 영화 순위입니다. 현행 박스오피스는 오로지 영화가 벌어들인 수익, 관객수 등 절대적인 수치를 기준으로 하여 순위를 매기고 있을 따름입니다. 그러니까 [바꼈스오피스]는 일종의 ‘대안적 박스오피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새로운 기준에 맞춰 영화 순위를 다시 매긴 뒤 따로 코멘트를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이 작업이 최대한 객관적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기준이라는 것도 사실상 주관적인 가치 판단에서 벗어날 순 없을 텐데, 딱 거기까지를 주관적인 개입의 마지노선으로 삼으려 합니다. *** 현재 상영중인 모든 영화를 다 다루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불가피하게 ‘박스오피스’ 20위권 내에 있는 영화들만 다뤘습니.. 더보기
<당신의 세상은 지금 몇 시?>, 당신의 위치는 지금 어디? “이 영화는 공감이 되지 않아서 별로였어.”만큼 난감한 평가도 없을 것이다. 그런 평가가 잘못 됐다는 게 아니라, 공감하고 말고를 나누는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냐는 말이다. 누군가는 비행사의 삶을 다룬 영화를 보면서, ‘나는 비행을 해보지 않았으니, 저 이야기에는 전혀 공감이 되지 않아.’ 영화티켓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내쉴 수 있다. 반면에, 누군가는 재난영화를 보면서 ‘얼마 전 오줌 마려워 죽을 뻔했던 기억이 나네.’ 창백해질 수도 있다. 그러므로 ‘공감을 얻는 영화=보편적 주제를 담은 영화’ 혹은 ‘공감을 얻지 못한 영화=특수하한 주제를 담은 영화’라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나는 (난니 모레티, 2015)에서 어머니의 존재와 부재에 대해 숙고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린 램지, .. 더보기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솔라리스>(1972) 키워드: (반)과학, 예술, 사랑, 기억, 여성, 아버지 1. 과학? 예술! 는 외계 솔라리스 바다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중심으로 진행되므로 외형상 SF 혹은 과학 영화의 컨셉을 취한다. 그래서 그런지 (크리스토퍼 놀란, 2014) 혹은 (로버트 저메키스, 1997)의 원형을 로 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두 영화와 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전자가 SF, 그러니까 과학적 합리성에 대한 믿음에 기초한 세계관에 의존하는 반면 후자는 그와 전혀 무관하고 차라리 반대. 예를 들어 에 대한 과학적 타당성 논쟁, 비난은 가능하지만 에 대해서 그런 논쟁은 무의미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차라리 는 판타지이며, 그것도 철저히 과학적 맹신을 부정하는 반과학적 판타지다. 는 한 마디로, 오로지 사실로서 과학만을 인정하던 크리.. 더보기
[바꼈스오피스] 45주차(11/9~11/15) * [바꼈스오피스]는 저희가 새로운 기준을 통해 제시하는 영화 순위입니다. 현행 박스오피스는 오로지 영화가 벌어들인 수익, 관객수 등 절대적인 수치를 기준으로 하여 순위를 매기고 있을 따름입니다. 그러니까 [바꼈스오피스]는 일종의 ‘대안적 박스오피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새로운 기준에 맞춰 영화 순위를 다시 매긴 뒤 따로 코멘트를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이 작업이 최대한 객관적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기준이라는 것도 사실상 주관적인 가치 판단에서 벗어날 순 없을 텐데, 딱 거기까지를 주관적인 개입의 마지노선으로 삼으려 합니다. *** 현재 상영중인 모든 영화를 다 다루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불가피하게 ‘박스오피스’ 20위권 내에 있는 영화들만 다뤘습니.. 더보기
<더 랍스터>, 사랑은 신기루인건가요? * 약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신기루라는 것이 있다. 그럴듯한 개념 하나 소개하는 듯이 시작하긴 했지만, 우리 중 신기루에 대해 모르거나, 신기루라는 이미지를 상상하지 못할 사람은 거의 없다. 오아시스가 가짜라는 사실을 확인한 여행자의 절규는 어릴 적 우리에게 철없는 동경을 불러일으키곤 했으니까. 그런데 엄밀히 말해 신기루는 가짜라기 보단 왜곡에 가깝다. 신기루는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뿅! 하고 무엇이 생겨나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다. 놀랍게도 신기루에 대한 정의는 ‘물체가 실제의 위치가 아닌 위치에서 보이는 현상’이다. 그러므로 신기루란 목이 너무 말라 오아시스의 환영을 보는 여행자의 ‘망상’이 아니라, 어딘가에 무엇인가 있지만 불안정한 대기층에 의해 왜곡된 빛을 감각하는 여행자의 ‘착시’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