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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지극히 주관적인 설 연휴 가족영화 추천 3편 가족이라는 이데올로기 혹은 제도에 대해 생기는 반감은 어쩔 수 없다. 특히 허울만 남은 명절이라면 이제 질색이다. ‘명절’에 대해서 빨간 날이라는 것 말고 좋아할 이유를 댈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밸런타인데이 전날, JTBC 뉴스룸에서 어떤 설문 조사 결과를 언급했다. 대략 “무슨 무슨 ‘데이’들이 사라지기 바라냐”는 물음이었는데, 남자 90%, (예상 외로) 여자 70%가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다음날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는 동안 초콜릿은 무지막지하게 팔려나갔다. 덕분에 나는 계산하는 기계가 되었다. 명절도 이와 다르지 않다. 아마 설문조사를 해도 위와 유사한 결과가 나오리라. 하지만 존재하는 ‘데이’들도 외면하지 못하고 몇만 원짜리 초콜릿을 사다 건네는데, 역사와 전통이 훨씬 오래된 명절을.. 더보기
<꿈보다 해몽> 텅 빈 기호들만의 모호한 향연 아무래도 꿈을 직접 다룬 영화 중 대표작을 하나만 꼽으라면 (미셸 공드리, 2006)이 아닐까. 말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꿈속 세계를 영상으로 만든 시도 자체가 독특하고 발랄했던 영화. 하지만 원래 꿈이라는 것이 그렇듯,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던 영화. 을 보기 전에 나는 홍상수의 영화들뿐만 아니라, (수면)을 염두에 두었다. 하지만 (꿈)은 홍상수와도 달랐고, 과도 달랐다. 1. 반복의 미학 이광국 감독은 홍상수의 조감독 출신이다.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이광국과 홍상수의 유사점 혹은 변별점에 집중했다. 생각보다 둘의 유사점은 별로 많지 않았다. 쇼트가 길긴 했지만, 왠지 카메라는 다급하고 성급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미쟝셴은 홍상수보다는 오히려 박찬욱과 닮았다. 대사나 영화의 .. 더보기
<엘리펀트> 말하기 방식을 나눈 까닭은 영화는 아무런 정보 없이 봐야 제맛이다. 를 무턱대고 봤다. 처음엔 별다를 것 없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상을 단조롭게 다룬 영화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후반부에 들어서 영화는 전혀 다른 것들을 보여줬다. 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그리고 둘 사이에는 넘어설 수 없는 경계가 그어져 있다. 둘 다 같은 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같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후반부에서 영화가 보이는 방식은 전반부와 전혀 다르다. 어떤 의미에서 영화의 전반부와 후반부는 아예 별개로 볼 수 있다. 그 정도로 앞뒤는 동떨어져 있다. 영화는 어떤 식으로 말하고 있는가? 전반부는 다양한 인물들의 시점을 따라가며 그네들의 일상을 담는다. 다소 지루할 정도로. 그다지 친절하지도 않다. 그네들은 모두 나름 고민거리와 갈등이 있는 것 같.. 더보기
<쎄시봉> 정우 연기와 음악은 좋았으나 기대 반 걱정 반 을 보러 갔다. 사실상 기대와 걱정은 다르지 않았다. 다만 정도의 차이었으니까. 70년대 당시의 음악, 풍경, 인물들을 어떻게 재현해낼지 기대하면서도 동시에 과잉된 해석으로 또 하나의 신화가 재생산하는 건 아닐까 걱정했다.(‘지극히 주관적인 2월 개봉 영화 기대작’) 결론부터 말하면, 기대와 걱정은 영화를 보고 난 뒤 완전히 뒤바뀌어 버렸다. 기대는 무너졌고, 걱정은 같은 의미에서 사라졌다. 전반적으로 영화는 억지스러웠지만, 울림이 없지는 않았다. 아래 세 항목으로 나눠서 에 대한 감상을 적었다. 1. 이건 그냥 로맨스 영화잖아요? 영화는 70년대를 재현하는데 충실했다. 인물들의 싱크로율이나, 당시의 서울 풍경, 그리고 옷차림새 모두 전혀 이질감이 없었다. 하지만 나의 기대가 충족된 건.. 더보기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쿠바와 미국 사이에서 조만간(2월 26일) 빔 벤더스의 다큐멘터리 영화 이 개봉한다. 빔 벤더스의 영화 중 내가 본 거라곤 (1987)가 전부였다. 물론 그 한 작품만으로 빔 벤더스란 이름은 내 머릿속에 강렬히 각인되었다. 하지만 그의 다큐멘터리란 좀처럼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이번에 를 보기 전, 선행학습의 하나로 을 봤다. 흔히 은 음악 영화로 알려졌다. 실제로 영화에선 낯선 듯 낯익은 풍의 음악들이 여러 방식으로(공연 실황, BGM 혹은 가벼운 연주/노래) 흘러넘쳤다. 그런데 영화가 오직 음악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당연히 영화는 소리뿐만 아니라 영상을 송출하는 매체다. 아무리 음악 영화라고 해도 거기서 단순히 ‘음악’에 집중하는 것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처사다. 나는 영화에서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더보기
지극히 주관적인 2월 개봉 영화 기대작 네 편 벌써 2월이다. 1월 개봉작을 추천한 지(‘지극히 주관적인 1월의 기대작 세 편’) 벌써 한 달이 지났다니. 다들 1월 한 달 동안 영화 많이들 보셨는지 모르겠다. 나는 그래도 위에 소개한 세 편의 영화 중 두 편의 영화를 보았다. 나름대로 만족하고 있다. 2월에도 어김없이 다양한 영화들이 개봉한다. 역시나 관심이 가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별다른 흥미를 유발하지 못하는 작품도 있다. 이번 달에는 꽤 많은 기대작이 있었다. 그중에서 네 작품을 (어렵사리) 선별했다. 아래 각 작품에 대한 기대 평을 적어보았다. 1월에도 그랬듯, 지극히 주관적으로. (2월 5일 개봉) - 다만 내가 걱정하는 건 아무래도 에 대한 얘기를 하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 있다. 근래 들어 세차게 불고 있는 ‘복고’ 열풍. .. 더보기
<메콩호텔> 영화에서 음악은 무엇일 수 있는가? 영화에서 음악은 무엇인가? 음악은 영화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을 건네는 게 의미가 있을까. 요새 개봉한 한국영화들을 줄지어 본 관객이라면 다소 낯선 이 두 질문에 갸우뚱할지도 모르겠다. 영화에서 서사면 서사고, 배우면 배우지 뜬금없이 음악이라니. 나도 마찬가지였다. 올 1월 들어 본 (‘, 비판적으로 보기 위한 다섯 가지 팁’)과 (‘, '감독' 하정우에 대한 첫 번째 기대와 실망’)에서 음악이란 영화의 편리한 소재 정도에 불과했다. 거기서 음악은 적재적소를 가리키는 지시 도구이자 텅 빈 기호였다. 울어야 할 때, 혹은 웃어야 할 때를 은연중에 ‘강제’하고, 감정적 효과를 증폭시키는 복병이었다. BGM이라는 말 자체가 그렇듯, 음악은 시종일관 영화의 뒤에 숨어서 감독의 지시에 따라 관객을 저.. 더보기
<강남 1970>과 유하에 대한 3가지 키워드 *본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게 유하는 영화감독 이전에 시인이었다. ‘이 지독한 마음의 잉잉거림’( 중). 한때 유하는 내게 사랑의 이름이었다. 하지만 ‘영화감독’ 유하는 유하라는 이름에 건 나의 기대를 와르르 무너뜨렸다. , . 나는 지금까지 유하의 이런 뚝심 혹은 비뚤린 행보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심지어 이후로 유하를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포기했던 적이 있었다. 유하가 변했다! 혹은 유하는 원래 이런 사람이었구나. ()의 개봉 소식을 접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역시나, 유하구나. 하지만 문득 궁금해졌다. 도무지 지워지지 않는 물음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두 번까지는 그렇다 쳐도, 세 번이나? 앞의 두 영화도 그렇고 은 사실상 ‘조폭’ 영화다. 물론 배경이나 상황 설정은 다르지.. 더보기
<우리선희> 솔직히 말해줘, 다만 내가 원하는 걸 “선희야!” 세 명의 남자가 여자를 부른다. 여자는 ‘선희’로 호명된다. 남자들은 하나같이 여자에게 여러 속성을 강제한다. 제목에서처럼 여자는 ‘우리(의) 선희’가 된다. 여기서 방점은 ‘우리’에 찍혀야 한다. 우리가 없다면 선희도 없다. 그런데, 정말 그러한가? 선희는 정말 일방적으로 호명을 당하는가? 우리는 영화에서 ‘진짜’ 선희를 고민해야 하는가? 다시, “선희야!” 세 명의 남자가 여자를 부른다. 하지만 여자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건 “선희야!”가 결코 호명이 아니기 때문이다. “선희야!”는 오히려 대답이다. 선희의 부름에 대한 반응이다. 애초에 선희(정유미 분)는 영화로 침범해 들어온다. 동현(김상중 분)은 대학의 벤치에 앉아 있었고, 문수(이선균 분)는 건널목에서 막 후배와 헤어졌으며, 재학(.. 더보기
<허삼관>, '감독' 하정우에 대한 첫 번째 기대와 실망 *보기에 따라 약간의 스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얼마 전, 1월의 기대작을 소개한 적이 있었다.(‘지극히 주관적인 1월의 기대작 세 편’) 하정우가 메가폰을 잡은 도 그 중 하나였다. 글에 적어놨듯, 은 이후 내가 접한 ‘감독’ 하정우의 두 번째 영화였다. 하지만 은 내가 ‘감독’ 하정우에 대해 처음으로 기대한 영화였다. ‘역시 하정우는 연기자야.’ 영화관을 나오면서 강렬히 떠오른 생각이었다. 적잖은 실망과 함께. 하지만 이상하게도 하정우에 대한 애정은 쉽사리 꺼지지 않았다. 처음으로 ‘감독’ 하정우에 대한 기대가 와르르 무너진 것 맞지만, 결코 하정우의 새로운 영화를 외면할 순 없을 것만 같다. 다르게 말하면, 에서 나는 ‘감독’ 하정우에 대한 실망과 동시에 가능성을 보았던 셈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