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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지극히 주관적인 8월 개봉 기대작 세 편 덥다. 더워도 너무 덥다. 하나 남은 반팔 티셔츠마저 벗길 요량인지 모르나, 쨍쨍 내리쬐는 햇빛이야 그렇다 치자. 그러나 도심 한복판에서 느끼는 습함 앞에선 무장해제다. 그럴 때만큼 프랜차이즈 카페의 강한 자본력만큼이나 빵빵한 에어컨 바람이 그리울 순 없다. 평소에 걷는 걸 좋아해 대학로에서 광화문 사이의 공간은 눈감고 그려낼 수 있는 나로서도, 8월만큼은 예외가 될 듯싶다. 하지만 8월이라고 유별나게 새로울 건 없다. 우리는 수많은 8월들을 살아왔으니까. 지나가는 8월을 아쉬워할 때가 조만간일 테다. (그때 나는 9월의 개봉작들을 추리고 있겠지.) 나와 같은 마음을 품었던지, 시인 박준은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여름에도 이름을 부르고/여름에도 연애를 해야 한다/여름에도 별안간 어깨를 만져봐야 하고/여.. 더보기
[바꼈스오피스] 39주차(7/20~7/26) * [바꼈스오피스]는 저희가 새로운 기준을 통해 제시하는 영화 순위입니다. 현행 박스오피스는 오로지 영화가 벌어들인 수익, 관객수 등 절대적인 수치를 기준으로 하여 순위를 매기고 있을 따름입니다. 그러니까 [바꼈스오피스]는 일종의 ‘대안적 박스오피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새로운 기준에 맞춰 영화 순위를 다시 매긴 뒤 따로 코멘트를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이 작업이 최대한 객관적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기준이라는 것도 사실상 주관적인 가치 판단에서 벗어날 순 없을 텐데, 딱 거기까지를 주관적인 개입의 마지노선으로 삼으려 합니다. *** 현재 상영중인 모든 영화를 다 다루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불가피하게 ‘박스오피스’ 20위권 내에 있는 영화들만 다뤘습니.. 더보기
<암살>, 오락물과 시대극의 만남이란 아니나 다를까, 에 대해서도 수많은 상업적 걱정과 염려가 앞섰다. 심지어 어떤 기사에서는 지금까지 ‘일제시대’를 다룬 영화들의 저조한 흥행실적을 일일이 나열하며, 최동훈의 ‘천만’ 기록에 혹여 누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물론 상업적인 이해관계를 떠나서, (2004), (2006), (2009), 그리고 (2012)의 최동훈과 시대극의 만남이 어떻게 펼쳐질지 좀처럼 가늠하기 어려운 점은 있었다. 굉장히 개성적인 캐릭터들, 자극적이고 흥미를 유발하는 이야기. 이를테면 지금까지 최동훈의 영화는 철저히 만화적 상상력에 기반을 둔 오락물에 가까웠다. 그의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캐릭터와 이야기가 전부였다. 그와 그의 영화를 비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최동훈은 오로지 캐릭터와 이야기만으로 영화를 유려하게.. 더보기
'왜 그렇게 영화를 진지하게 봐?'에 답함 * 원래 에 대한 리뷰를 쓰려 했는데, 의도치 않게 서문이 길어지고 따른 얘기가 되어버려서 따로 옮깁니다. ‘천만’ 영화가 판치는 세상이라 그런가. 돈 좀 들인 영화의 개봉이 가까워질수록 호들갑은 사방에서 한층 부풀어 오른다. “손익분기점이 얼마야?” “오백 만은 넘어야 뭐라도 좀 남을 거 같은데, 글쎄...” 심지어 경영계에서나 쓰였던 전문용어 ‘비피BP(손익분기점)’가 영화를 얘기하는 와중에 종종 튀어나오기도 한다. 아무리 영화의 실질적인 출발점이 (토마스 인스로 대표되는 헐리우드 영화) 산업화에 있었다고는 하지만, 영화가 그저 자동차나 냉장고, 전자레인지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자동차 시동을 켜며 눈물을 훔치거나, 냉장고 문을 닫으며 벅차하거나, 전자레인지를 작동시키면.. 더보기
[바꼈스오피스] 29주차(7/13~7/19) * [바꼈스오피스]는 저희가 새로운 기준을 통해 제시하는 영화 순위입니다. 현행 박스오피스는 오로지 영화가 벌어들인 수익, 관객수 등 절대적인 수치를 기준으로 하여 순위를 매기고 있을 따름입니다. 그러니까 [바꼈스오피스]는 일종의 ‘대안적 박스오피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새로운 기준에 맞춰 영화 순위를 다시 매긴 뒤 따로 코멘트를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이 작업이 최대한 객관적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기준이라는 것도 사실상 주관적인 가치 판단에서 벗어날 순 없을 텐데, 딱 거기까지를 주관적인 개입의 마지노선으로 삼으려 합니다. *** 현재 상영중인 모든 영화를 다 다루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불가피하게 ‘박스오피스’ 20위권 내에 있는 영화들만 다뤘습니.. 더보기
<우먼 인 골드> 죽은 자와 죽지 않은 자 사이는 얼마나 먼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이를테면 1980년의 광주. 그곳에서 처참히 죽어간 이들과, 그들과 연대한 시민들, 믿을 수 없이 아름다웠던 광주의 코뮌, 그리고 그들에게 총구를 겨눈 이들. 그런 것들을. 당시의 분위기나 냄새, 함성, 총성은 물론 광주에 발 디딘 모든 이들의 표정조차 나는 가늠할 수 없다. 짐작할 순 있으나,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있다. “나는 왜 광주에서 죽지 않았는가?” 1980년 5월을 지낸 이들은 둘로 나뉜다. 죽은 자와 죽지 않은 자. 죽지 않은 자에게 삶이란 죄책감의 연속이었다. 죽지 않아 사는 삶. 80년 광주에서 죽지 않은 이유를 끊임없이 되물으며 사는 삶. 80년 5월이라는 시간과 광주라는 공간 밖의 모든 존재들에게 삶은 곧 죽지 않음이었다. 그리고 2015년 7.. 더보기
[바꼈스오피스] 28주차(7/6~7/12) * [바꼈스오피스]는 저희가 새로운 기준을 통해 제시하는 영화 순위입니다. 현행 박스오피스는 오로지 영화가 벌어들인 수익, 관객수 등 절대적인 수치를 기준으로 하여 순위를 매기고 있을 따름입니다. 그러니까 [바꼈스오피스]는 일종의 ‘대안적 박스오피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새로운 기준에 맞춰 영화 순위를 다시 매긴 뒤 따로 코멘트를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이 작업이 최대한 객관적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기준이라는 것도 사실상 주관적인 가치 판단에서 벗어날 순 없을 텐데, 딱 거기까지를 주관적인 개입의 마지노선으로 삼으려 합니다. *** 현재 상영중인 모든 영화를 다 다루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불가피하게 ‘박스오피스’ 20위권 내에 있는 영화들만 다뤘습니.. 더보기
별밤러, 천우희를 인터뷰하다! 7월 8일 수요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천우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필진으로 참여하고 있는 ‘브로큰에그’에서 마련해준 자리였다. 나를 포함하여 다섯 명의 블로거들이 인터뷰에 참여했다. 약간의 편집을 가한 인터뷰 전문을 싣는다. 인터뷰가 동시에 진행되어서 모든 블로거들의 질문이 뒤섞여있는 점 양해부탁드린다. Q. 아무래도 청룡영화제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이라는 ‘사건’ 전후로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 같다. 어떤 인터뷰에서 연기에 대한 부담감 혹은 대중의 반응에 대한 부담 걱정이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6개월여가 지났고, 새로운 영화 개봉을 앞둔 지금, 그러한 감정들이 여전히 남아있는지. 말하자면 외부적 요인들이 여전히 부담으로 다가오는지 궁금하다. A. 그런 부담감 같은 경우는 .. 더보기
나를 만나는 시간, <인사이드 아웃>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캐치볼을 했던 기억이 희미하게 남아 있다. 그때 부자간에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지금으로서는 전혀 알 길이 없다. 다만 당시 다섯 살 꼬마의 표정만큼은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것은 확실히 기쁨이었다. 난데없이 어울리지 않게 웬 감성팔이냐 할지도 모르겠다. 지금 소개할 영화가 감성과 연관이 깊어서다. 은 감정을 환기하는 영화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나의 오랜 기억들이 영화 속 장면들과 묘하게 오버랩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영화 속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하며 영화를 볼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주인공 라일리는 11살 소녀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기쁨’, ‘슬픔’, ‘소심’, ‘까칠’, ‘버럭’의 다섯 가지 감정이 존재한다. 그들은 감정 컨트롤 본부에서 움직인다. 다섯 감정의 움.. 더보기
<손님> 그럭저럭 선방은 했지만, 여러모로 아쉬운 이유 두 번의 포스팅‘(이 기대되는 이유. 류승룡과 천우희!’, ‘지극히 주관적인 7월 개봉 기대작 세 편’)에 걸쳐 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긴 했지만, 동시에 갈수록 대중성과 상업성에 함몰되어가는 한국 영화 산업이라는 전체적인 판도에 대한 우려를 저버릴 순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려는 생각보다 가볍게 해소되었고, 기대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수준에 그쳤다. 충만했던 기대감은 가볍지 않은 우려에 상쇄된 셈이다. 하지만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은, 우려와 기대가 같은 층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려는 한국 영화의 구조적 문제였다면, 기대는 자체에 대한 것이었다. ‘상쇄’라는 표현이 결코 ‘±0’을 의미하지 않는 까닭이다. 1. 일단은 선방! 근래 한국 영화의 구조적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장르의 탈경계화’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