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에세이

[今酒일기] 소심(12.8) 소심은 병이다. 비정상이다. 열등하다. 공격과 비난의 십자포화를 맞고도 쓸데없이 죽지않는 바퀴벌레다. a를 모르는 a이자 f를 절감하는 f다. 소심이란 이를테면 한쪽 면은 빛을 되쏘는 '거울'이고 한쪽 면은 빛이 통과하는 '유리'인 어떤 물체(나한테 이 이미지는 성룡 영화의 한 장면으로 빛바래있는데 어쨌든)의 거울쪽 면을 마주보는 공간배열 같은 것이며, 따라서 언제나 두 개의 시선 혹은 목소리를 마주하는, 일종의 환영 또는 환청-그러나 분명한 근거가 있는-이다. 그렇다. 패러독스다. 나를 벗어난 그 모든 것이다. 이쯤으로 나에 대한 설명을 대신한다.들으라고 하는 소리는 아니다. 성공. 더보기
[今酒일기] 마음(12.7) 마음이 떠난 사람에게 "넌 나를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다"는 말을 듣는다.기쁘지도 슬프지도 않다.조금은 쓸쓸하다. '비어오크'에 가려다 '노랑통닭'에 갔다. 둘이서 후라이드치킨반깐풍치킨반에 '사회민주주의의 주스' 1700cc를 마셨다. 2차로 성균관대학교 정문 앞 작은 중국음식점에 갔다. 가게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과두주' 한 병에 마라탕을 시켰다. 세 잔을 나눠 마시니 병이 비었다. 마라탕은 반 넘게 남겼다.옆에서 익살맞은 표정으로 우리를 보던 종업원이 "연변은 지금 영하 41도"라고 말했다. 모은 두 손에 입김을 불어넣는 포즈를 취했다. 마라탕때문인지 술때문인지 입이 얼얼했다. by 벼 더보기
[今酒일기] 눈물(12.6) 눈물은 몸 밖에 있다. 그런 것들이 있다. 삼겹살을 굽는데 오랜 사람이 "이제 좀 괜찮아졌냐"고 묻는다. 나에게 그 말은 "이제 진짜 겨울이구나"라는 말과 하등 다를 바 없었기 때문에 여기다 대고 대답을 해야 하나 한동안 고민하다 아직 덜 익은 삼겹살 한 점을 집어들며 중얼거린다."그러네요." 난생 처음 고기 잘 굽는다는 칭찬을 듣는다. 이틀 연속 11시가 되기 전에 잠자리에 든다.'눈 앞에 없는 사람'이 꿈에 나온다. 그 사람이 꿈에 나온 건 처음이다. 분명 악몽인데 웃음이 튀어나온다. 날이 춥다. '은주정'에 갔다. 저녁에 가는 건 두 번째다. 다섯이서 삼겹살과 김치찌개를 안주로 '카스' 3병, '참이슬 후레시 4병'을 마셨다. by 벼 더보기
[今酒일기] 다(12.5) 다 재미없다. 이 요망한 짓거리도 언제까지 이어갈지 모를 일이다. 휴가 나온 군인이 마련한 술자리를 고사하고 집에서 술을 마셨다. 6주에 한 번씩 나오는 동생이다. 요즘 애음(飮)하는 '와인'을 1병 마셨다. 와인잔은 깨져 없었다. '투썸플레이스'에서 받은 머그잔에 따라마셨다. 혼술용으로 나온 건지 혼자 마시기에 양이 딱 알맞다. 집 앞 치킨집 주위를 서성이다 순살로 '후라이드반간장반'을 시켰는데 다 그것도 먹었다. 반 정도 남겼던 게 9시반이었는데 10시에 다시 꺼내먹었다. 새벽 3시에 일어나서 10여분간 자아비판의 시간을 가졌다. 팔굽혀펴기를 10회 한 뒤 다시 누웠다. 한동안 뒤척였다. by 벼 더보기
[今酒일기] 생각(12.4) 생각을 비우기 위해 노력중이다. 악몽을 꿨다. 지푸라기 인형이 된다. 나를 둘러싼 수많은 사람들에게 나는 보이지 않는다. 하나같이 나를 향한 그들의 시선은, 그러나 정확히 나를 관통한다. 나 또한 그런 그들을 보면서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한다. 뒤늦게 슬픔이 차오른다. 성공. by 벼 더보기
[今酒일기] 위로(12.3) 위로는 어디서 오나. 촛불에 도취된 넷이 광장시장 '순희네 빈대떡'에 갔다. '대박막걸리' 2병과 '지평막걸리' 1병을 마셨다. 모듬세트와 고기완자 2개, 녹두빈대떡(?) 1개. '형제육회'에서 '참이슬 후레시' 1병을 깠다. 육회 2접시. 간과 천엽은 다음 기회에. 집 가는 길에 와인 1병을 샀다. 할인기간이라 6000원 남짓했다. 닭가슴살을 안주로 1병을 비웠다. 와인잔이 떨어져 깨졌다. 다음날 치웠다. by 벼 더보기
[푸디세이아]7. 만두, 만두, 만두 미친 듯이 바빴던 한 주가 끝났다. 근데, 앞으로 더 바빠진다는 것이 함정. 삶을 시험에 들게 하는 시험들로 삶이 가득하니, 통탄을 금할 길이 없다. 그래도 만두로 가득했던 한 주 이야기를 짧게나마. 1. 16. 11. 28. 저녁 7시. 경향신문사 앞.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을 도통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덜컥 들은 철학 수업 덕분에 앎과 지식으로 마음은 풍성해졌지만 몸은 피폐해졌다. 생각해보면 이 날은 수업까지 다 듣고 나서 학교까지 다시 소환됐으니, 더더욱. 다만 아무리 지치고 힘들 때도 틈이 나면 밥은 꼭 챙겨먹으므로 근처 굉장히 낡고 허름해보이는 분식집을 찾아 들어갔다. 왠지 “쏘울”이 넘칠 것이란 기대와 함께. 현금만 받지만, 밥값이 채 오천원이 넘지 않는 식당에서, 괜시리 아무 것도 없지만 .. 더보기
[今酒일기] 술자리(12.2) 술자리 내내 단 한 모금도 입에 대지 않았다. 말하자면 2차 자가 테스트(1차 테스트는 '혼술' 안 하기. 엊그제 성공했다)를 통과한 셈인데 너무 기쁜 나머지 술자리가 파할 즈음 나는 1시간반가량 요지부동이던 술잔을 들어올렸다. "금주를 위하여!" 달콤한 축배. 집에 가는 길. '간 보기'로는 종로구에서 둘째라면 서러워 "엉엉" 울지도 모를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치킨집인지 치맥집인지에 있다고. 3명이서 '자매식당'에 갔다. 삼겹살 3인분에 '처음처럼 후레시' 2병. 나는 2잔만 마셨다. (축배로 2잔을 마신 건 아니고 사실 막잔이 될 줄 알고 들이켰는데 알고보니 술이 남아있던 것. 술을 남길 순 없는 노릇 아닌가.) 집근처 '더 닭'에서 다른 둘을 만나 후라이드 치킨 1마리에 '생맥주' 1700cc를 .. 더보기
[今酒일기] 마지막(12.1) 마지막을 얘기할 때마다 남아있을 것들이 눈에 밟힌다. 그러고 보면 오롯한 관념론자란 불가능한 게 아닌가. "우리는 생각보다 좋은 사람이에요." 두루뭉술한 말로 공허를 채운다. 많지 않은 술병을 에워싸고 우리는 취한 건지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셋이 왕십리에 갔다. 다만 거리상 그쪽이 '공평'했다. 지인의 추천을 받아 '깡'이라는 삼겹살집에 갔지만 자리가 없었다. 대신 근처 눈에 띄는 막창집으로. 삼겹살과 막창을 안주로 '처음처럼' 3병을 비웠다. 배가 불러 안주 없이 '바나나에반하나' 하나를 시켰다. 밀키스에 바나나 시럽 넣은 맛. '취하지 않을 술은 술이 아니다'는 한 주정뱅이의 말이 떠오르는 맛. 2차로 칵테일집. '파우스트'를 시켰다. 이미 좀 취했던 건지 빨대를 입에 문 채 술잔을 기울이다 술을 .. 더보기
[今酒일기] 와인잔(11.30) 와인잔에 콜라를 따라마셨다. 다른 이유는 없다. 뒤집혀있는 다른 잔들과 달리 와인잔만 바로 세워져있었던 탓일까. 아니면 그립감 때문? 나같이 변명일색인 관념론자(Thanks to 알튀세)에게 '무의식'이란 얼마나 효과적인 무기인지. 어쨌든 성공 by 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