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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今酒일기] 아이(12.18) 아이가 노부(老父)의 손을 놓는다. 늙은 아비는 등에 멘 가방을 내린다. 아이의 것이다. 건너편 친구들이 손을 흔든다. 어물쩍 화답하고, 아이는 길을 건넌다. 사랑하는 '구탕마라탕'에 갔다. N은 "벌써 세 번째"라며 불평 아닌 불평을 짧게 뱉고는 군말 없이 들어갔다. 맛있긴 하지, 라고 N이 덧붙였다. 셋이서 양꼬치튀김 하나와 마라탕을 시켰다. 양꼬치는 양념이 잘 배긴 했지만 너무 질겼다. 비린내도 약간. 즈란을 듬뿍 찍었다. 마라탕은 역시 '존맛'. 처음 보는 '연경맥주' 1병을 시켰다. 단맛이 강했다. 특히 뒷맛이. 마무리는 '칭따오' 1병. 세븐일레븐에서 와인을 6000원에 할인판매하고 있었다. 사지 않았다. by 벼 더보기
[今酒일기] 우리(12.17) 우리는 승리했다. 고생했다, 그러'니' 이제 시작이다. 곱씹을수록 끝난 건 아무것도 없다. '마침표'는 한 문장을 종결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다음 '마침표'를 위한 들숨이기도 하다.숨을 깊이 들이키자. 다음에 올 문장은 생각보다 길지도 모른다. 헌법재판소 앞에서 막힌 행렬이 광화문으로 돌아가는 길. 지난주 이르게 찾아가 허탕쳤던 '누룩나무'를 찾았다. 넷이서 '개도막걸리'와 '송병섭막걸리'를 한 병씩 마셨다. 해물파전과 석쇠떡갈비를 먹었다. 시중가보다 최소 2000가량 비쌌다. 해물파전은 무려 2만원. 다신 안 갈듯. "이제 광장으로 가자." 나는 물었다. "그 광장이란 것이 광화문 광장을 말하는 거냐 광장시장을 말하는 거냐." 광장시장에는 온갖 손팻말로 가득했다. 순희네 빈대떡에서 모둠과 '대박막걸리' .. 더보기
[今酒일기] 여전히(12.16) 여전히 몸이 좋지 않다. 아프진 않다. 거의 먹지 않은 모든 것을 게워낸다 점심은 굶고 저녁에 본죽을 먹었다. 종이컵에 맥주를 따라마셨다. 딱 1잔. 아프다는 핑계를 대기엔 술을 벌컥벌컥 들이키는 C의 상심이 깊었다. by 벼 더보기
[今酒일기] 몸(12.15) 몸이 아프다. 성공 아닌 성공. 더보기
[今酒일기] 정말(12.14) 남는 것과 남아지는 것은 다만 문법적 '정오' 관계일 뿐인가. 휑뎅그레 '남아질' 때가 있다. 그리고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그 편이 훨씬 익숙하다. 전날 여자(와 남자) 후배들과 술자리를 심하게 가져 술병에 걸렸다는 P형은 골방의 것으로 남기고 R과 둘이 삼각지에서 만났다. 계획했던 곳에서 "1시간 대기"라는 통보를 받았다. 날이 추웠다. 바로 옆 '용산 양꼬치'에 갔다. 양꼬치 1인분과 탕수육 소자를 시키고 '칭따오' 1병과 '청하' 1병을 마셨다. 2차로 앞서 '빠꾸'했던 '시후쿠'로 돌아갔다. '청하' 2병을 마셨다. 단맛이 강했다. '타코와사비'와 '소유라멘'을 시켰다. 술을 좀 마셨더니 술잔이 빙글빙글 더보기
[今酒일기] 낮술(12.13) 낮술은 술인가 술이 아닌가. 취하지 않는 것을 유일한 목적으로 하는 음주란 사실상 금주가 아닌가! 의지와 그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가 끊긴 진 이미 오래라고 하지만(Thanks to 니체) 이 말이 곧 둘의 연결고리까지 제거할 수는 없다. 프랑스 대혁명은 사실상 굶주린 민중의 아우성이 아니었던가. 문명의 진일보를 이룬 로마의 제정은 카이사르의 욕망이 현실화한 것이며 인류를, 지구를 위협하고 있는 수많은 뇌관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순수한' 과학적 성취에서 왔다. 따라서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의지가 없으면 역사도 없다. 고로 나는 선언한다.앞으로 낮술의 경우 그 밑바닥에 깔린 '불취(不醉)에의 강렬한 의지'를 존중, 음주로 취급하지 않겠다.물론 음주 사실까지 부정하겠다는 말은 아니다. * 본 글에는 숱한.. 더보기
[今酒일기] 사실(12.12) 사실 당신의 것으로 남은 길은 283개쯤 더 있다. 그 길을 나는 매일 걷지 않는다. 그러니까 12월이 가기 전 하루쯤은 눈이 펑펑 내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는 말을 하려고 나는 끊임없이 당신을 에두르고 있는 셈이다. 눈 속에 파묻혀 "깔깔" 웃을 날이 앞으로 얼마나 있을까, 라는 물음에 당신은 그저 침묵하리란 것을 나는 잘 아니까. 그렇다면 친애하는 누군가의 말처럼 이제부턴 '당신' 대신 '당산'으로 얘기를 시작해보는 것도 좋겠다. 성공 더보기
[今酒일기] 이(12.11) 이 글은 너의 것이다, 라는 말을 듣는 당신들이 나에겐 있다. 당신은 나를 부러워해도 좋다. '생어거스틴'에 갔다. 세 번째다. 그 누구의 생일도 아니었지만 엄연히 둘의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고기 썰자"는 채식주의자이자 아버지를 만족시켜야 했다. '스텔라' 생맥주 500cc 4잔을 시켰다. '2잔에 1만원' 할인행사 중이었다. 한 잔에 7000원짜리였다. 6000원 아꼈다. 맥주잔에 거품의 흔적이 층으로 남았다. 평소 '스텔라'는 거품이 맛있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그걸 눈을 확인한 셈. 나는 750cc를 마셨다. 달리 말해 1잔반을 마셨다. 나머지 반잔은 아버지의 몫이었다. 어머니는 언제나처럼 제 몫을 넘기지 않았다. 뿌 팟 봉커리와 나시고랭, 그리고 생어거스틴누들을 식사 겸 안주로 먹었다. 일찍 .. 더보기
[今酒일기] 당신2(12.10) 당신의 것으로 남은 길이 하나 있다. 그 길을 나는 매일 걷는다. 아무래도 이건 좀 불공평하다. 예정대로 부모와 광장에 갔다. 추천받은 '누룩나무'에서 낮술을 하려 했는데 문이 닫혀있었다. 대신 옆골목에 있는 '포도나무집'에 갔다. 대문 앞에 달려 있는 빈 막걸리통 다발 때문이었다. 7000원짜리 '송병섭막걸리'를 한 통 마셨다. 단맛이 1도 없었다. "비싼데 그래도 가격값은 하네.“ 내가 아는 한 이 세상에서 열손가락 안에 드는 짠돌이가 말했다. 그의 아내이자 그 못지 않은 짠순이는 그러나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안주는 굴전 하나와 고등어묵은지찜 2인분. 밥 두 공기가 나왔다. 부모에게 각각 한 공기씩 건넸다. 나는 그들로부터 한 숟갈씩 덜어먹었다. 8시에 본행사가 끝났다. 두 번째 행진이 시작할.. 더보기
[今酒일기] 당신(12.9) 당신의 결핍은 곧 저의 부족함입니다. 오늘 저는 당신의 완전함을 설파하는 데 온힘을 다합니다. 그러나 온전한 당신은 그 어디에도 없고, 오늘따라 부족한 당신이 그립습니다. 일주일 전에 잡은 약속이 파토났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개같은" 금융회사는 직원을 '개같이' 굴렸다. 굳이 술을 마시고싶었던 건 아니지만 온 우주가 내게 술을 권하는 느낌을 받아 행시준비하느라 학교붙박이 행세를 하고 있는 친구 M에게 연락을 했다.점심에 '올반'에 갔다는 친구는 "언제 보냐"고 물었고 "최대한 빨리"라는 내 답변에 "오케이"라고 답했다. 7시30분. 둘이서 '대가곱창'에 갔다. 야채곱창 2인분과 뭐시기 막창 1인분을 시켰다. '참이슬 후레시' 2병을 마셨다. 남은 술보다 얘기가 길어지는 중에 사장님이 작은 고구마 4..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