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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밤, 세상을 쓰다

[2016 KBS 드라마스페셜] #10 <피노키오의 코> ‘거짓말과 진실’의 진실 어머니가 외도를 했다. 두 딸은 우연히 그 사실을 알게 됐다. 이를 숨기려 했지만 아버지도 진실을 알아버렸다. 어머니는 집에서 도망쳤고 실종됐다. 이에 아버지는 어머니를 살해해 유기한 범죄자로 지목된다. 두 딸 중 첫째는 아버지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고 이를 밝히기 위한 심리학자로 성장한다. 15년이 지난 뒤, 어머니로 의심되는 시신이 발견됐다. 아버지는 다시 한 번 유력한 용의자가 된다. 하지만 진실은 달랐다. 범인은 어머니였다. 뒤늦게 후회한 어머니가 외도한 남자와 실랑이를 벌이다 그를 죽였다. 그는 시신을 저수지에 버린 채 공소시효 기간인 15년 간 도망자 신세로 지냈다. ‘2016 KBS 드라마스페셜’의 대미를 장식할 드라마 는 ‘거짓말과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치 히가시노 게이고.. 더보기
[2016 KBS 드라마스페셜] #9 <아득히 먼 춤> 우리는 모두 평생 닿을 일 없이 KBS 드라마스페셜 아홉 번째, . 오늘 글은 드라마에 대한 장황한 설명보다 드라마 속 연출가, 신파랑(구교환 분)이 세상을 떠난 뒤에야 전해질 수 있었던 기획의도를 남기는 것으로 갈음하고자 한다. 우리는 모두 평생 닿을 일 없이 각자의 궤도를 떠도는 별들이다. 별과 별 사이 수억광년의 거리, 속삭이는 말에서는 평생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난 온몸으로 춤을 춘다. 그 별에 당신에겐 아직 판독 불가의 전파에 불과하겠지만 언젠가 당신의 안테나에 닿길 바라며, 춤을 춘다. 사진 출처 : KBS 더보기
[2016 KBS 드라마스페셜] #8 <웃음 실격> 가장 아름다운 해소, 웃음 * KBS 드라마스페셜 의 결말을 포함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드라마에 대한 얘기를 하기 전에 나에 대한 고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나는 ‘웃음’을 잃어버렸다. 아니 내가 거부했다는 것이 더 옳겠다. 지난 몇 달 간 나는 합격과 불합격의 페이지를 반복적으로 학습하며 천당과 지옥을 오갔고, 매주 수능 보는 기분을 되살리며 주말마다 입사 시험에 응시했다. 나는 여전히 그 과정을 지나고 있으며, 종착지에 다다르지 못했다. 청년 실업률 10%를 보태는 삶을 살면서 동시에 나라의 위기를 보며 통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는 대학생도 아니고, 어떤 신분을 가진 이도 아닌 ‘백수’이기에 시국선언을 할 용기도 없었다. 그저 뉴스를 안타깝게 바라보며, 주변의 공분을 품은 사람들과 이따금 사회를 놓고 토론하며,.. 더보기
[문장을 그리다] #3 안희연, "라파엘" by 리카 우리가 한 송이 장미를 이해하게 된다면 우주를 이해하게 될 거예요 생각하면 할수록 고개를 숙이게 되는 벤치에서. 장미는 남김없이 흩어졌지만 어디에도 빛은 없었다. 더보기
[푸디세이아] 6. “말아 먹는” 대신, 따로 운수가 나쁜 날이다. 마음먹고 밤을 새려다가 애매하게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잠만 못 잤다. 2박 3일 혼자 잠까지 줄여가며 끙끙대며 준비한 글은 방향이 틀렸으니 오는 금요일까지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한다는 얘기나 들었다. 마음이 급하니 캔 커피 하나가 점심이 됐고, 그 사이 트럼프는 대통령이 됐다. 뜬금없이 세계의 끝을 생각하며 지쳐 집에 가는 길, 하필이면 노트북을 버스에 놓고 내리는 바람에 다시 추운 가을 밤 타고 온 버스를 찾아 한참을 헤맨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는 것만 같은 하루가 지나간다. 피곤에 절어 집에 가는 길, 간만에 마음이 동해서 긴긴 귀로 중간을 끊어 밥집에 간다. 정말 좋아했던 국밥집이 사라진 지금, 항상 그대로일 것이라 기대하며 갈 수 있는 식당은 이제 몇 개 .. 더보기
[2016 KBS 드라마스페셜] #7 <국시집 여자> 이기심과 오해가 남긴 상처들 * KBS 드라마스페셜 의 결말을 포함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섣부른 오해는 다른 이에게 상처를 남긴다. 왜곡된 이기심 또는 자기애도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긴다. 그러나 여기서 가장 상처를 받는 사람은 상처를 준 본인이다. 상처 준 사람을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자존심으로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고통 받는 것보다 자신이 훨씬 고통 받게 된다는 의미다. KBS 드라마스페셜 는 한 남자의 잘못된 자존심이 누군가에게, 또 그 자신에게 아픈 상처를 남기는 과정, 그리고 그걸 진심으로 사과하면서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드라마의 핵심 메시지에는 이기심과 상처, 진심어린 사과를 통한 회복이 있다. 줄거리는 이렇다. 문학청년의 꿈을 접고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며 아내와 살던 진우.. 더보기
[푸디세이아] 5. 학교 앞 멸치국수, 오뎅 추가 벌써부터 머릿속이 온통 낯선 경제학자들과 정치학자, 정당 관련 이론들과 제도경제학적, 정치인류학적 내용들로 포화가 되기 시작한 한 달이다. 바빠져야겠다고 스스로 무덤을 판 결과라 어디 누구한테 딱히 하소연할 곳도 없다. 공부를 하고 지식을 쌓는 일은 빠져들면 진심으로 재밌는 일이지만 부끄럽게도 꾸준히 앉아 뭔가를 공부해본지가 너무 오래된 일이라 사실 사는 것이 영 만만하지가 않다. 지금의 삶과는 달리, 머릿속에서 딱딱 정리가 깔끔하게 돼 있는 기분을 선호하는데, 뭔가를 정리하기도 전에 책장이 와르르 쏟아져 내려오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그 때문일까. 아침 수업이라 아침을 먹고 출발해도 수업을 다 듣고 나면 배가 고파 꼭 빵을 한두 개를 사먹는데, 오늘은 그럼에도 여전히 배가 고프다. 설상가상으로 망중한이.. 더보기
[2016 KBS 드라마스페셜] #6 <동정 없는 세상> 올바른 ‘19금’ * 드라마 의 결말과 관련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에서 말하는 ‘동정’의 의미는 이것이다. “이성과 한 번도 성교(性交)를 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지키고 있는 순결. 또는 그런 사람.” 그런 동정(童貞)이 없는 세상, 풀어 말하면 순결을 지키지 않는 세상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렇게 상상의 나래를 펼쳐나가면 이 드라마는 굉장히 ‘야할 것’만 같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드라마는 전혀 외설적이지도, 야하지도 않다. 물론 보는 이에 따라서 흠칫하게 하는 장면, 단어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드라마는 시종일관 밝고 유쾌하게 수능이 끝난 고3 동정 아이들의 세계를 그렸다. 어쩌면 ‘아이 동’에 ‘곧을 정’자를 쓴 곧은 아이들(童貞)의 이야기를 그렸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등장하는 곧은 아이는 차준호.. 더보기
[푸디세이아] 4. 나는 부끄러움조차 모르는 채로 독일. 맥주. 혼자. 항상 마음속의 이상향을 그리며 어디론가 떠나려고 하지만 정작 몸이 묶여 있을 때가 많다. 대개는 금전적 문제였지만, 금전적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자 이제는 마음이 닿는 목적지가 없다. 답답할 때마다 내일로 티켓을 끊고 어디 한 곳에 오래 머무르는 일 없이 바삐 몸을 놀려 기어코 반도를 이리저리 헤집어 놓는 방식으로 여행을 가는 것 역시 채울 수 없는 방랑벽이 주는 헛헛함, 그 때문이다. 반도인(半島人)은 외롭다. 김연수가 말한 ‘국경’의 정의 아래의 나는 제대로 된 일탈을 경험해 본 적이 없기에, 진정한 의미의 ‘여행’은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후일담을 들어보니) 출장차 워싱턴과 멕시코와 쿠바로 떠나셨던 교수님이 시험을 한 주 빨리 보신 탓에 주.. 더보기
[2016 KBS 드라마스페셜] #5 <평양까지 이만원> 스스로에게 정직해지기 * 결말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평양까지 2만원이면 된단다. 얼토당토 않는 이 주장은 금세 묻히고 만다. 사실 이야기의 화제는 다른 곳에 있다. 은 가톨릭 사제가 되는 것을 그만두고 대리운전 기사로 살던 한 남자가 다시 자신의 삶에 빛을 밝히는 이야기다. 사실상 제목과 관련된 장면은 드라마의 내용을 잇는 도구에 불과했다. 제목은 그저 보는 이의 시선을 다양한 곳에 분산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그런 점에서 드라마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드라마 소개에 적힌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신학생이던 박영정(한주완 분)은 사제가 되는 날, 자신이 신부와 외도한 여성 신도에게서 태어난 아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충격으로 사제되기를 그만두고 ‘평양까지 이만원’이라는 구호의 대리운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