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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밤, 세상을 쓰다

패러디 ‘미생물’이 제대로 된 드라마가 되지 못한 이유 세 가지 TVN은 영리한 채널이다. 공중파와 다른 전략을 취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고 시청자들을 거뜬하게 홀리고 있다. 지금까지의 움직임 중 가장 큰 성과를 꼽자면 당연히 드라마 '미생'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시청자들은 드라마에 열광했고 TVN도 보답하는 의미로 종영 후 미생을 다양하게 재탕했다. TVN은 재탕도 뻔하게 하지 않았다. 지겹지 않은 우려먹기를 선사하기 위해 패러디라는 특이한 시도를 준비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2015년 첫 금요일에 방영된 '미생물'이었다. SNL출신의 PD가 연출을 맡고, 로봇연기로 시청자들에게 사랑 아닌 사랑을 받는 장수원을 주인공으로 둠과 동시에 TVN 간판 코미디언들을 대거 출연시키며 화제를 모은 작품이었다. 원작 드라마의 후광이 엄청났기에 패러디에 대한 기.. 더보기
새해에는 재미있는 예능 좀 보자! 신작 예능 기상도 을미년 새해가 밝았다. 겨울바람은 더욱 매서워지고,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 역시 칼날 같은 바람을 피하지 못한다. 바야흐로 개편 철이다. 시청자의 사랑을 받지 못한 프로그램은 물러나고 시청자의 선택을 기다리는 신작 예능이 등장만을 기다리고 있다. 시청률에 의해 프로그램의 흥망성쇠가 결정되는 것은 다소간 아쉽지만, 이것은 엄연한 방송계의 생태계이고 개편은 당연지사다. 그렇지만 알다시피 새로운 프로그램이 꼭 사랑받는 것은 아니다. 높아져 가는 시청자의 기대치, 더욱 치열해진 방송사들 간의 경쟁을 뚫고 신작 예능이 살아남기란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만큼 힘든 일이다. 과연 2015년 숱한 신작 예능 중에 시청자의 선택을 받는 프로그램은 무엇일까? 모방이 모방을 낳는 지금의 고루한 예능 판국에 신바람을 불어넣을 .. 더보기
<국제시장>, 비판적으로 보기 위한 다섯 가지 팁 * 보기에 따라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요새 이 뜨거운 감자다. 하지만 오고 가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영화를 에두른다. 엄밀히 말해, 이 아니라 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고 해야 할 판이다. 사람들은 영화 속에서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요소들을 끄집어낸다. 그러니 정치적 대립 각을 세우게 되고, 피 튀기는 혈전이 불가피하게 된다. 나는 이 글에서 을 비판할 테지만, 영화 자체에 충실해 보려 한다. 곧, 이 글에 대한 원색적 비난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나는 예전 패기 어린 시절과는 달리 영화에 대해 한 마디로 평가 하지 않으려는 편이다. 그러므로 을 '졸작'이라고 단정지을만한 깜냥이 내겐 없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은 '별로'였다. 그 까닭을 아래 다섯 문항들로 나눠서 적어봤다. 또한 이는 .. 더보기
우리 모두 장그래? 누가 그래? "이렇게만 하면 되는 거죠?" TV 속 장그래가 물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에 "노력한다면 바둑판에서 말하는 완생마가 될 것"이라고 화답하며 현실 속 '장그래'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곧이어 고용노동부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고자 내놓은 비정규직 종합 대책안(일명 장그래 법). 35세 이상 기간제 근로자가 원하면 계약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해주고, 4년 이후에도 정규직 전환이 안 될 경우 연장 기간 동안 지급된 임금의 10%를 이직 수당으로 주는 것이 핵심이다. '근로자가 원하면'이라는 문구만 봐서는 그럴 듯한 개선안이다. 그러나 '원하지 않을' 경우엔? 지금과 다를 게 없다. 쉽게 말해 이번 개선안은 비정규직 2년을 4년으로 연장한 데 지나지 않는다. 극단적인 예를 들면 4년 동안 2,000만원의.. 더보기
위기 속에 빛난 남자 유재석의 MBC 대상 수상 2014 MBC 연예대상은 역시 유재석이었다. MBC 에서는 5번째, 역대 12번째 연예대상이었다. 그의 대상 수상 기록은 진행 중이다. 자칫 지겨울 법한 연이은 수상 그렇지만 유재석의 수상은 예외다. 해를 거듭할수록 유재석이 받는 대상의 의미는 깊어졌다. 2014 MBC 연예대상에서 그가 받은 대상 또한 그러했다. 사실 유재석의 수상은 MBC 방송 연예대상이 시작할 때부터, 아니 시작하기 전서부터 기정사실이었다. 유재석과 함께 대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후보들은 김구라, 김수로, 박명수, 서경석이었다. 이들의 활약을 깎아내리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만큼은 유재석의 비할 바가 못 되었다. 전반적으로 MBC 예능은 하락세였고, 무한도전 그리고 유재석만이 MBC 예능의 불황 속에서 제 역할을 해냈다. 또한 타 .. 더보기
“사는 게 숨이 차요.”, <거인>의 화법 *보기에 따라 약간의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김태용 감독의 첫 장편 영화 은 한 마디로 요약하면, 사실상 부모가 부재한 영재(최우식 분)의 지독한 성장기다. 영화는 계속해서 영재의 비극적인 행보를 아슬아슬하게 따라다닌다. 집에서 뛰쳐나온 영재는 보호원(이삭의 집)에서도 '집으로 돌아가라'는 암묵적인 압박을 받는다. 거기서 영재는 신부가 되겠다는 가녀린 희망 하나로 아등바등 삶을 버텨낸다. 하지만 그마저도 쉽사리 허락되지 않는다. 감당할 수 없는 사건들이 계속해서 쏟아진다. 말하자면 영재는 불쌍한 아이다. 영화 초반. 사건이 아직 시작되기도 전, 그러니까 영재가 놓인 생활환경부터 안타깝다. 사건이 진행될수록 영재는 더욱 더 불쌍해진다. 영화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영재는 연민과 동정의 대상이다. 여기까지는.. 더보기
질과 양이 충분했음을 보여준 미생 스페셜 2부, 동시에 든 아쉬움 어제에 이어 미생의 두 번째 특집 '미생 스페셜 2부:YES! 더할 나위 없었다!' 가 방영됐다. 방송은 감독판 다큐처럼 구체적인 제작의 뒷이야기를 보여줬다. 어제의 인터뷰가 시청자들이 갖고 있던 미생의 추억을 되살리는 감성적 터칭이었다면, 오늘은 장면과 제작의 비밀을 밝히는 분석적 다큐였다. 드라마 제작 환경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더 없이 반가운 내용의 이야기였다. 촬영 기법과 기획의 과정, CG와 내레이션에 이르기까지 디테일이 뛰어나기로 소문난 연출 김원석 감독의 이야기답게 특집의 내용도 세심했다. 김원석 감독의 인간극장 한 편을 보는 듯 했다. 제작과정을 낱낱이 공개한 만큼 스페셜 2부에서 나타난 미생만의 디테일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김원석 감독과 스태프들의 완벽을 위한 협연이 있었다. 1시.. 더보기
<마미>, 놓쳐선 안 될 세 가지 물음들 는 내가 본 자비에 돌란의 첫 번째 영화이지만, 자비에 돌란에게 있어서는 다섯 번째 영화였다. '칸의 총애', '25살의 천재', '게이', '칸 영화제 최연소 심사위원상'의 감독. 그를 따라다니는 수많은 수식어들을 뒤로 한 채 영화를 보러 갔다. 나는 영화를 보기 전에나 본 후에나 영화 밖의 어떤 문맥도(예컨대 영화의 비하인드 스토리라든지, 감독의 말이라든지, 영화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이라든지) 외면하려는 편이다. 영화를 영화 그 자체로 보고 읽는 것만으로도 벅차기 때문이다. 유일한 예외가 있다면 감독의 자장 내에 있는 다른 영화들의 문맥 속에 영화를 위치시켜보는 것 정도라고나 할까. 아무런 정보도 없이 선뜻 '문제적' 감독의 영화를 보러 간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사전에 영화나 감독에 대한 .. 더보기
한국판 이민법? 이자스민 법에 대한 단상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이 낸 법안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다. 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국에 거주하면서도 한국 국적이 아닌 18세 이하 아이들을 이주아동으로 정의하고 이들에게 기본권을 보장하자는 내용이다. 쉽게 말해 국적과 관계 없이 모든 이주아동들에게 혜택을 주자는 것이다. 혜택의 핵심은 특별체류자격 1. 한국에서 태어나 거주하고 있는 이주아동 2. 건강이나 안전에 위해가 발생해 치료 및 진료가 필요한 이주아동 3. 한국에 입국한 뒤 5년 이상 거주했으며 연속적인 교육을 보장해야 할 필요가 있는 이주아동 4. 그밖에 인도적 사유로 한국 거주를 보장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는 이주아동 여기에 이번 법안에는 ‘부모와 함께 살 권리’가 추가됐다. 즉, 이주아동이 특별체류자격을 얻게 되면 아이의 부모.. 더보기
PD수첩, 헛된 희망에 고통 받는 인턴 그리고 청년 미생이 얼마 전에 종영했다. 시청자들은 미생의 주인공인 장그래을 지켜보면서 격하게 공감했다. 특히 회사에 막 들어간 신입 사원들은 더욱 그랬다. 그만큼 다른 드라마에 비해 현실을 잘 담아냈다는 평이었지만, 그럼에도 현실과의 격차는 존재했다. 특히 주인공인 장그래로 대표되는 계약직 사원에 대한 판타지는 덧칠해졌다. 계약직 장그래를 뜨거운 우정으로 품은 영업 3팀의 모습, 그리고 회사에서 계약직으로서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는 장그래의 행동이 그것이다. 장그래라는 판타지는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존재할 수 없다. 장그래에 희망을 걸기엔 우리 사회가 청년들에게 그리 관대하지 않다. 취업 시장은 좁고, 지원자들은 무수히 많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피말리는 경쟁을 하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