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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오래된 현재

[오래된 현재] #2 갈월동의 경계를 따라 걷다 #1 해가 점차 짧아지던 어느 가을날 오후 5시 40분. 서울역을 갓 벗어나 갈월동 정류장에 내려 카메라를 들었다. 올려다 본 하늘엔 짙은 듯 연한 하늘색이 펼쳐져 있었다. 연기처럼 끼어있는 구름들과 함께 '좋은 에너지, 더 좋은 세상'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과연 우리 세상은 더 좋아지고 있는 걸까.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믿어야겠지. #2 여름과 가을의 경계에 선 두 나무. 지하철교를 사이좋게 옆에 둔 채 함께 나무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조금만 더 시간이 흐르면, 두 나무는 다시 푸르름을 기대하며 앙상해지겠지. #3 늘 무심하게 지나쳤던 '재활용센터'를 발견해 사진을 찍고 오십 걸음을 걸었을까, 짙은 빨간색으로 그려진 글씨 '고물상'을 만났다. 재활용과 고물의 경계는 오십 걸음이었다. 여름과 가을의.. 더보기
[오래된 현재] #1 교보문고와 청계천 헌책방 거리 2016년 3월 11일, 서울 지하철 4호선 동대문역 8번 출구 부근 현대시티 아울렛에 대형서점 하나가 입점했다. 우리가 익히 잘 아는 브랜드 '교보문고'다. 방문객들에게 동대문은 주로 패션의 집결지로 여겨졌는데 서점이라니, 의외였다. 깔끔하게 꾸며진 아울렛 한 편에 자리잡은 서점은 금세 성공했다. 오픈 첫 주말부터 방문객이 몰렸다. 하긴 동대문에는 꼭 옷가게만 들어가란 법은 없지. 책 읽을 곳이 많은 건 좋은 거니까. 이야기를 넘기기 전에, 한 가지 더 의외의 사실이 있다. 교보문고가 입점하기 57년 전에 이미 동대문엔 책방 거리가 있었다. 교보문고와 1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이웃하고 있는 곳이다. 이름하여 '청계천 헌책방 거리'. 이들을 만나기 전에 먼저, 교보문고의 매끄러움을 잠시 들여다보자. 추.. 더보기
[오래된 현재] #프롤로그 거리에서 발견한 우리네 삶 안녕하세요, 별밤에서 ‘by 건’이라는 이름을 달고 글을 쓰는 건입니다. 언젠가부터 제가 드라마 말고도 세상 이야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곳저곳에선 무슨 일들이 일어날까, 그 한복판에 있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종종 궁금해 하곤 하죠. 어떤 장면, 사건, 배경, 인물에 관심을 갖는다는 건 사실 좋은 일이잖아요? 그것에 대해 더 깊이 알아가고, 때론 진실을 찾아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당장 눈앞에 닥친 일들로 인해 우리는 내 삶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를 장면들을 놓쳐버리곤 합니다. 우리의 삶은 의외의 사소한 지점에서 자주 바뀌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에요. 그래서 저도 제 삶에 ‘사소하지만 중요할 의외의 지점’을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거리로 나가기로 했어요. 요즘 저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