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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9

[푸디세이아] 19. 취재 후의 잔치국수 답답한 마음에는 출구가 없다. 삶은 이를테면, 아무리 기를 쓰고 봐도 답을 알 수 없는 거시경제학 문제와 같다. 이제까지의 모든 삶을 부정하는 듯한 막막함에는 샛길조차 없다. 올해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미래는, 르뽀를 쓰기 위해 스스로를 내던져 조우했던 잊혀진 도시의 기억과 같다. 알 수 없다. 그 어딘가에는, 정답이란 게 있는 것일까. 겨울 어느 날 2시간 내내 동네를 빙글빙글 돌며 맞췄던 퍼즐은 끝내 완성할 수 없었다. 길은 보였지만, 삶을 내던져 그 답을 끄집어 올려낼 자신이 없었다. 동네의 옛 이름에 인상이 변해가는 방앗간집 남자들, 고개를 돌리며 신경질을 냈던 노인. 전화 너머로 프로파간다와 신념과 공식적 멘트를 쏟아냈던 이들과, 마치 허상처럼 자신의 목소리를 온라인.. 더보기
<미스 슬로운>, 캐릭터가 주는 속도감 타격감. 영화를 설명하는 데 있어 굉장히 이질적인 표현이지만, 영화 을 설명하는 데 있어 이보다 적합한 단어를 찾기는 어렵다. 시종일관 빠르고 경쾌하게 치고 올라가는 영화는, 약간의 ‘클리셰’가 됐을지도 모를 영역들마저 특유의 속도감으로 극복해나간다. 영화는 제4의 벽을 넘지 않으면서도, 이미 관객의 의중과 반응 정도는 예전에 예측했다는 듯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만든 건, 바로 캐릭터의 힘이다. 엘지자베스 슬로운(제시카 차스테인 분). 업계에서 이름이 널리 알려진 로비스트인 그는, 그 명성에 걸맞게 날카롭고 차갑다.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치고 들어오는 그의 전략은, 적은 물론 아군마저 계산 범위에 두고 움직인다. 하루 16시간을 일하고, 각성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약을 달고 사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