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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

<재심>, 힘을 좀 뺐더라면 김태윤 감독의 신작 은 2016년 11월 17일 무죄 판결이 난 익산 약촌 오거리 사건을 토대로 한 작품이다. 도입부의 설명과는 달리 영화의 메인 플롯은 사건이 일어난 거의 그대로를 담고 있으며, 세부적인 부분들 역시 현실을 강하게 반영했다. 영화적 장치일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던 부분들 - 별명인 '다방 꼬마'나 여관에서의 폭행과 같은 강압적 수사, 모티브가 된 박준영 변호사와 변호사 준영의 유사성 등 - 마저도 사소한 디테일까지 포함되는 경우가 제법 많은 정도다. 지나치기 쉬운 수원역 노숙자 살인사건에 대한 묘사 역시, 모델인 박준영 변호사에 대한 헌사를 위한 치밀한 장치로 느껴질 정도다. 정리하자면, 영화는 생각 외로 영화를 위해 현실을 감하는 일이 거의 없이, 현실을 반영했다. 그럼에도 영화 이 현.. 더보기
[푸디세이아] 15. 시장이야기 1 기억은 공간과 감각과 사람으로 구성된다고 믿는다. 시간 감각이 휘발되는 그 세계 속에서 기억은 하나의 지표에 잇대 복원된다. 먼지에 묵힌 채 잊혀진 기억은 사소한 음식의 맛 하나로, 혹은 작은 기시감 하나로, 또는 타인과의 대화를 통해서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오래된 과거는 미래가 되고, 현재는 수많은 조각들 가운데서 숨 쉰다. 망각의 동물은 수많은 죽음들 가운데서 헤엄치다 불현듯 눈을 뜬다. 기억하는 걸 포기했던 남자는 그렇게 모든 걸 심연 속에 넣고 살아간다. 계기만 있다면 모든 건 다시 떠오를 것을 알기에. 열쇠는 언제나 주머니 속에 들어있다. 1. 인생의 맥주는 저 멀리 광주 송정역의 16년 8월에 있었다. - 광주 송정역시장 시장이라는 오래된 공간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지표면에 살아 숨 쉬는 기.. 더보기
[푸디세이아] 14. 초콜릿과 맥주 시사회를 다녀왔다. 왠지 무료로 영화를 본답시고 교통비와 간식비를 포함, 돈을 더 많이 썼지만 그래도 즐겁다. 할 일들과 약속이 겹쳐 내일 하루가 아수라장이 될 것이 눈에 빤히 보이지만 그래도 좋다. 처음으로 본 담당자한테 블로그하고 병행해서 올리지 말란 말을 두 번이나 (못 알아먹었겠지라고 생각하고 두 번이나 돌려서 말씀하신거겠지만 그래도 찰떡같이 알아먹었습니다 담당자님. 걱정하지 마십쇼) 들었지만 그래도 괜찮다. 영화 개봉하고 나서 올리지 뭐. 사실 이 글 쓰고 있을 시간에 조금이라도 해두고 자는 것이 훨씬 이익이겠지만, 원래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한다.’ 그런 것이다. 매번 갈 때마다 무너질 것을 두려워하던 롯데월드타워도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말하자면 안전 불감증 같은 거겠.. 더보기
[푸디세이아] 13. 삶을 갉아먹는 글쓰기와 나가사키 라멘 뭘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뭔가를 쓴다. 윌리엄 진서는 글이라는 것이 꾸준히 자꾸 쓰면 느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딱히 무엇이 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근거 없는 자존심으로 쌓아온 옹졸한 성벽들이 쓸 때마다 너무나도 손쉽게 허물어지는 것을 본다. 무얼 근거로 나는 스스로를 글쟁이라고 불렀나.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것들을 써왔으면서. 작문을 시작하고 실험적인 글들을 쓰기 시작하면서 자존감이 더더욱 떨어진다. 머리에서 구상하고 계획한 것들이 제한된 시간 내에서는 제대로 펼쳐지질 않는다. 지루한 글. 재미없는 글. 읽고 싶지 않은 글들을 쓴다. 나름 만족하며 쓴 글들은, 평가의 가치조차 없을 때가 많다. 열심히, 꾸역꾸역 쓰지만 영 쓰는 일이 고통스럽다. 원래 이것이 당연한 것이었나. 엉겁결에 따라간 뒤풀이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