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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4

[푸디세이아] 9. 우동집에서 우동을 팔지 않았다 한동안 마음의 빚처럼 묵혀뒀던 감정들이 걸려 낮잠을 자고 광장에 간다. 공기는 쌀쌀하고 인파는 예전보다 많이 줄었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지 끝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한참 타오를 때는 가보지 못 했던 효자동을 찍고 광화문을 돌아 안국으로 간다. 매번 익숙한 그 길들이지만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행진의 서두에서 사람들은 캐럴을 부르고, 여기저기서 산타 모자를 쓰고 다닌다. 생각해보니 크리스마스이브다. 이브 저녁 이곳저곳을 쏘다니니 저녁때를 놓친다. 안국에는 좋아하는 우동집과 냉면집이 있고, 제법 괜찮다 생각하는 만둣국 집과, 무난한 라면집과 해장국집이 있다. 날이 추워 눈앞의 냉면집을 지나치며 라면이나 먹으려다, 갑자기 카레 우동이 끌려 발걸음을 옮긴다. 이미 18000보 가까이 걷고 난 뒤다. 작은 우동.. 더보기
[今酒일기] 무기력(12.23) 무기력하게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 지나치고나서 고개를 돌리게 되는 것들, 이를테면 앙상한 나뭇가지와 그 아래 떨어진 낙엽들, 혹은 황정은과 박준, 그리고 박형준의 문장들이 그렇다. 한숨과 후회로만 남을 나날과 그럼에도 언제나 그 자리에 남아있기를, 그런 기대로나마 끝끝내 버티는 삶들도 마찬가지이며 무엇보다 이젠 단 한번도 반복될 일 없는 2016년 12월 23일의 당산과, 그날 그곳에서 어둠의 빛으로 남을 당신들이 그렇다. 당산에서 3명이 먼저 만났다. '당산 양꼬치'에 갔다. 양꼬치 3인분, 즉 30개와 옥수수국수, 볶음밥을 먹었다. '하얼빈 주스'와 '칭따오 주스'를 1병씩 시켰다. 뒤늦게 9가 합류했다. 옥수수국수를 하나 더 시키고 '칭따오주스'도 하나 더 주문했다. 고량주가 눈에 밟히긴 했지만 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