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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까지 이만원> 결말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평양까지 2만원이면 된단다. 얼토당토 않는 이 주장은 금세 묻히고 만다. 사실 이야기의 화제는 다른 곳에 있다. <평양까지 이만원>은 가톨릭 사제가 되는 것을 그만두고 대리운전 기사로 살던 한 남자가 다시 자신의 삶에 빛을 밝히는 이야기다. 

사실상 제목과 관련된 장면은 드라마의 내용을 잇는 도구에 불과했다. 제목은 그저 보는 이의 시선을 다양한 곳에 분산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그런 점에서 드라마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드라마 소개에 적힌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신학생이던 박영정(한주완 분)은 사제가 되는 날, 자신이 신부와 외도한 여성 신도에게서 태어난 아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충격으로 사제되기를 그만두고 ‘평양까지 이만원’이라는 구호의 대리운전 업체에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어느 날 그는 신학교 동기이자 이제는 어엿한 신부님이 된 차준영(김영재 분)과 술자리를 파한 뒤, 의문의 여자 임소원(미람 분)과 갑작스레 합석을 하게 된다. 짧은 통성명에 이은 과음 끝에, 두 사람은 함께 뜨거운 밤을 보낸다. 


그 뒤 영정의 삶에 변화가 일어난다. 성당 주일학교 교사인 소원에게 마음이 간다. 하지만 자꾸 준영을 언급하는 소원의 태도가 의심스러워졌다. 결국 영정은 소원과 준영이 서로에 대한 사랑을 느끼면서도 이를 감추고 막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은 소원을 데리고 영정은 사역을 위해 아프리카로 떠나는 준영을 잡으려 공항으로 간다. 당황하는 준영을 향해 영정은 당당히 말한다. 

“사람한테 통할 수 있는 길은 스스로에게 먼저 정직해지는 거야” 


뒤이어 눈물을 흘리며 서로에게 사과하는 준영과 소원을 두고 준영은 다시 자신의 삶을 시작한다. 여전히 그는 대리운전 기사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삶의 방식은 그대로지만, 그의 삶에 빛이 들어왔다. 


몇 문단으로 짧게 요약하는 것이 어려울 만큼 <평양까지 이만원>에는 다양한 장면들이 녹아있었다. 중심 흐름은 영정, 준영, 소원의 관계 문제인 듯하나, 영정의 출생 비밀, 평양까지 이만원에 데려 달라는 대리고객 할아버지와의 이야기 등 다양한 사건과 사실이 교차됐다. 이렇게 한 번에 소화하기 어려운 이야기였지만 그럼에도 드라마를 한 줄로 관통하는 대사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위에서 영정이 준영에게 씩씩대며 말한 ‘스스로에게 먼저 정직해지기’였다. 

스스로에게 먼저 정직해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준영과 소원이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도 어려웠고, 신부였던 영정의 아버지 역시 죽음을 앞두고서야 편지로나마 영정에게 ‘아들이 태어나기 전부터 사랑했다’는 고백을 했다. 영정 역시 자신의 마음에 정직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 고민 끝에 준영과 소원에게 당당히 저 대사를 말할 수 있었다. 

드라마의 다른 모든 장면들을 쉽게 소화할 수 없었지만 나는 저 대사만큼은 나의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영정이 저 말을 하기 전후에는 이런 대화가 있었다. 영정은 준영에게 소원을 사랑한다고 말하라고 한다. 하지만 준영은 하늘에 계신 분께 통하는 유일한 길은 기도밖에 없다는 원론적인 대답을 전한다. 이에 영정은 사람한테 통하는 길은 스스로에게 정직해지는 것이고, 사람에게도 통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디 하늘을 넘보냐며 화를 낸다. 감히 하늘의 뜻을 함부로 논해서는 안 되겠지만 분명 영정이 한 말에는 의미가 있었다. 내 스스로에게 먼저 정직하고 솔직하기. 비단 등장인물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매일 각자의 삶을 사는 우리 모두가 마음속에 담아두고 실천해야 할 이야기라는 것이다. 


by 건 


사진 출처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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