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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임진왜란 1592> 4편, 합작의 한계와 가능성

[리뷰] <임진왜란 1592> 4편

 

 

연출 역시 타협이 필요하다. 모든 것을 마음먹은 대로 그려낼 수 있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불행하게도 현실적 제약이라는 것은 무시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모든 역경을 극복하고 이겨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겠지만, 타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비난할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양보함으로써 얻어낸 결과물의 값어치다. <임진왜란 1592> 4편은 1~3편이 보여줬던 기대치에는 부흥하진 못한 느낌이지만, 합작이라는 제한적 환경을 감안해본다면 그래도 선방 이상의 결과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임진왜란 1592> 4편의 초반 도입부 부분은 1~3편의 요약본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기존 촬영 분들의 활용이 많았다. 이는 명나라의 현실을 전체적인 관점에서 조망하기 위한 장치이자, 동시에 부족한 예산의 결과물로 보여줬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144년 동안 왜에 대해 관찰조차 하지 않았던 조선이나, 무능력한 만력제의 행보에 따라 초반 대응이 엉망이었던 명과 달리 (그 당시의 시점에서) 국제적인 면모를 보였던 왜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모습을 대응시켰다는 점이었다. 비록 기 촬영분의 재활용일지라도, 이는 매우 효과적으로 상황을 전달해주는 장치가 되었다.

 

이후 중반까지의 전개는 명의 시선에서 바라 본 임진왜란의 전개를 보여줬다. 일본에서 정보를 보냈던 허의후의 오보로 인해 빚어진 명나라 내부의 오해나, 만력제의 무책임한 대응, 그리고 부족한 정보량으로 인한 3,000여 기병의 패배 등은 명이란 나라가 임진왜란에 대해 가졌던 태도들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들이었다. 심유경과 고니시의 거짓 약정이 당시 몽골족에 의해 벌어진 영하의 난과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보여준 것 역시 이색적이었다. 한 국가의 시선이 아닌 복합적인 상황들이 어떻게 긴밀하게 이어질 수 있는지를 역사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해준 대목이었다.

 

<임진왜란 1592> 4편에 있어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평양성 전투의 묘사는, 그 전개 과정의 화려함보다는 극을 구성하고 있는 컨텐츠의 힘이 더 강력하게 느껴졌다. 즉 16세기에 벌어진 최초의 동아시아 국제적이라는 전쟁의 성격을 조명하고, 그 과정에서 벌어진 화약전의 모습과 화학전의 가능성, 더 나아가 명나라 군대의 편제와 진법까지 소개함으로써 1~3편보다 보다 다큐멘터리적 요소를 강화한 것이 돋보였다. 이는 극적 전개에 있어선 늘어지는 느낌을 주긴 했지만, 평양성 전투라는 가려진 전투의 성격과 의의를 드러냄으로써 잃은 극적 긴박감 이상의 효과를 거두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군사 작전에 있어서의 보급의 중요성 등을 보여준 것 역시 임진왜란 중, 후반의 분위기를 ‘밥의 전쟁’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그려냄으로써 역시 기존의 사극들이 크게 다루지 못했던 부분이란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한중 합작이라는 부분에서 볼 때 사실 <임진왜란 1592>는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다. 중국 측 촬영분과 한국 촬영분이 가지는 이질감의 문제도 있었고, 연출에 있어서도 통일성이 흐려지는 부분들 역시 나타났으며, 양국 간의 완벽한 합의가 이루어질 수 없는 부분들에서는 조금은 뭉뚱그려서 역사적 사건들을 그려내는 모습들을 보였다. 이는 한국에서의 단독 촬영분보다 질적 차원에서 조금은 떨어지는 듯한 느낌마저 주었다. 아직은 합작이라는 틀 내에서의 한계점을 완벽하게 극복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부분들이었다.

 

그러나 <임진왜란 1592> 4편은 그러한 합작의 단점들에도 불구,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예산과 시간, 인력 등이 주어졌고 일본까지 참여해 보다 엄밀하게 그려냈더라면 훨씬 더 사실적이고 효과적으로 그려낼 수 있을 가능성을, 아직은 엉성해 보이는 합작의 형태로도 그려낸 것이다. <임진왜란 1592>는 그런 점에서 비록 아쉬운 점들이 남긴 해도 앞으로의 가능성에 대해 한층 더 기대를 갖게 만드는 가능성의 맹아다.  

 

By. 9

 

* 사진 출처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