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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소설가 한강의 작품 ‘채식주의자’로 대한민국이 들썩였다. 권위 있는 세계 문학상인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그는 인간의 본질적 문제인 욕망과 폭력성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읽는 이로 하여금 불편함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사람들이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 한강은 앞으로도 독자들의 불편함을 만들어내는 인간 내면을 다룬 소설을 쓸 계획이다.

 

최근 천만을 향해 순항하고 있는 영화 ‘부산행’에도 비슷한 느낌을 얻을 수 있다. 영화를 보고 나면 과연 인간이 어디까지 악독해질 수 있을까 하는, 그런 질문이 남는다. 나름의 권선징악이 있었지만 그걸 얻기까지 인물들이 놓친 것들이 너무 많았다.

이제 반환점을 돈 드라마 ‘굿와이프’에서도 인간의 이기심에 관한 부분은 도드라진다. 무엇보다 이 세계 안의 인물들은 전부 의뭉스럽다. 그나마 가장 직선적이라 할 수 있는 김혜경(전도연 분)만 봐도 어떤 선택을 내릴지 쉽게 가늠할 수 없다. 그를 둘러싼 이태준(유지태 분)과 서중원(윤계상 분), 김단(나나 분) 등은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모두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예측할 수 없는 선택들을 해낸다.

 

지금 언급한 작품 채식주의자와 부산행, 굿와이프에는 공통점이 있다. 이 공통점은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라면 수없이 많이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이기심’이다. 작품들은 인간의 자기중심적인 삶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보는 이에게 ‘불편함’을 제공한다. 즉, 이기심은 불편함으로 연결된다.

 

굿와이프 속에서 이태준은 자신의 야망을 위해 얼굴 빛 하나 변하지 않고 아내를 이용한다. 8회에서 김혜경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려는 서중원 역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려는 이기심이 발동한 것이었다. 김혜경 역시 그의 고백을 일단 거절하면서 “자신은 이기적”이라고 표현했다.

 

점점 드라마를 보는 것이 불편해졌다. 그러나 이 불편함은 드라마를 보기 싫다는 의미가 아니다. 인물들의 행동들을 보며 과연 내 마음 한 구석에는 저들처럼 행동하려는 것이 있진 않은가, 때로는 엉뚱하다고 비난받는 김혜경의 정의로운 행동을 나 역시 비난하고 있지 않은가 하고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나의 이기심을 발견할수록 나는 불편해졌다.

 

8회 말미에서 이태준은 대중을 앞에 두고 “정의가 이번 일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큰 소리로 외쳤다. 바로 이어진 다음 장면에서 김혜경은 서중원과의 통화에서 “사랑한다는 말은 쉬워, 그 다음이 어려운거지”라고 말했다. 연속으로 배치된 장면은 마치 제작진이 이태준의 위선적인 태도를 보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같았다.

 

정의로워야한다는 말은 쉽다. 그 다음이 어려운거다. 사랑한다는 말도 쉽다. 역시 그 다음이 어려운 것이다. 앞서 뱉은 말을 실현하기 어려운 것은 우리에겐 이기심이라는 것이 있어서 일 것이다. 나를 중심으로 해결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우린 종종 행동보다 앞선 말을 한다. 굿와이프 속 인물들이 의뭉스럽게 느껴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에서였을 것이다. 이들의 이기심이 어떤 파국으로 향해갈지 궁금하다. 차라리 더없이 불편하게 만들어주길 바란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충격적 메시지를 던져줘도 좋을 것 같다. 아니, 아무 영향도 없으려나. 이미 사회는 드라마보다 더 충격적인 끔찍한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by 건

 

사진 출처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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