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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더 해피엔딩 1회, 재탕이지만 재밌는 이유

category 드라마 2016. 1. 21. 10:56

한 ‘로코’하는 배우들이 모였다. 로맨틱 코미디에 있어서만큼은 책잡히지 않을 연기력의 주연 배우들과 안 신선한 듯 신선한 조연까지. 일단 출연진만 보면 절반의 합격이다.

연기자들의 면면보다 드라마를 보면서 떠오른 재미난 사실이 있다. 드라마의 설정에 명백한 재탕이 있다는 점이다. 정경호와 장나라, 권율과 유인나로 대표되는 MBC <한 번 더 해피엔딩>의 첫 회는 과거 이들이 출연했던 다양한 드라마와 연결고리를 보여줬다.

첫 회부터 빠른 전개를 택한 점은 느슨해지기 쉬운 로맨틱코미디의 한계를 극복한 좋은 방법이었다. 그런데 이 점이 과거의 어떤 드라마와 닮았다. 장나라가 장혁과 다시 한 번 커플로 만나면서 화제가 됐던 드라마, MBC의 <운명처럼 널 사랑해> 였다. 재벌남과 평범녀는 어떤 약으로 인해 취해버려 첫날밤 사고를 벌인다. 그렇게 두 사람은 엮이게 된다.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2회에 걸쳐 두 사람의 ‘사고’를 그린다. 이런 극단적인 설정은 생각보다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두 사람의 밤을 표현하는 달나라 떡방아 CG는 그것만으로 기사화될 정도였다.

<한 번 더 해피엔딩>에서도 이 설정을 재탕했다. 1회에 압축해서 말이다. 연예매체 기자 송수혁(정경호 분)과 한 물간 1세대 아이돌이자 성공한 재혼업체 대표 한미모(장나라 분)는 60분 만에 차 사고를, 이별 통보의 순간을, 앞집인 걸 확인하는 순간을, 두 사람이 술을 마시다 초등학교 동창인 사실을 확인하는 것을, 또 필름이 끊겨 혼인 신고를 해버리는 일을 겪는다. 두 사람이 엮이게 되기까지 수단은 달랐지만 결론적으로 취기에 일을 저질러버리는 설정은 같았다.

 

하나 더, 유인나와 엔젤스를 보면 떠오르는 드라마가 또 있다. 바로 독고진이라는 전설적인 캐릭터를 남긴 MBC <최고의 사랑>이다. 물론 이 드라마의 핵심은 차승원의 독보적인 연기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기본 바탕이 되는 설정이 닮았다. <최고의 사랑>에서는 국보소녀라는 걸그룹이 등장한다. 멤버는 공효진, 유인나, 이희진, 배슬기 이렇게 4명이었다. 역시 한 물간 아이돌이었다는 설정, 그리고 진짜 1세대 걸그룹 멤버가 나온다는 점도 닮았다. <한 번 더 해피엔딩>에서 등장한 1세대 아이돌 그룹 엔젤스의 멤버는 다섯 명이다. 장나라, 유인나, 서인영, 유다인, 그리고 산다라 박이다. 쥬얼리 출신 서인영이 있다는 것도 흥미롭다. 또 <최고의 사랑>에서는 공효진과 대립각을 세우던 유인나가 <한 번 더 해피엔딩>에서는 장나라의 근처에서 ‘동정녀’ 캐릭터를 맡는다는 것도 지켜볼 점이다.

이런 식으로 끼워 맞추다보면 장면마다 출연 배우들의 전작과의 흥미로운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달리 말하자면 <한 번 더 해피엔딩>은 기존의 성공한 설정들을 잘 엮은 드라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이 있다. 바로 이 드라마가 꽤 재미있다는 점이다. 말도 안 되는 우연들과 과도한 설정들이 있지만, 드라마를 지탱해나가는 배우들의 연기가 있다. 무엇보다 울고 웃는 연기, 체면을 버리는 과감한 코믹 연기를 보인 장나라와 정경호의 호연에 기대를 걸게 됐다. 더불어  좋은 카메오(김소연, 오정세)들도 1회인 드라마에 큰 힘을 실어줬다.

결론적으로 1회의 시청률은 동시간대 드라마 중 꼴찌였다. 막장에 버금가는 갈등 요소를 가진 <리멤버-아들의 전쟁>과 제 역할을 묵묵히 해내는 <장사의 신-객주 2015>를 이기려면 이야기 진행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1회의 내용만을 가지고 드라마의 향방을 논하기에는 조금 이르다. 하지만 기존의 있던 연결고리들을 재미있게 재탕해내는 MBC의 능력이라면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 <킬미힐미>의 주연을 비틀어 <그녀는 예뻤다>에서 다시 한 번 홈런을 날렸던 것처럼 말이다. 

 

by 건

 

사진 출처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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