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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기대되는 이유. 류승룡과 천우희!

category 영화 2015.06.29 15:23

개봉하지도 않은 영화를 기대하게 되는 건 무엇 때문일까? 매달 ‘지극히 주관적인’ 영화 기대작들을 소개해왔는데,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첫째가 감독의 필모그래피고, 둘째는 ‘신박’한 네러티브이며, 셋째는 바람에 실려 오는 영화에 대한 평가, 혹은 영화제 수상 이력 등이고, 마지막으로, 영화에 참여한 배우들이 주된 고려사항들이다.

그런데 7월에 개봉하는 <손님>에 대한 나의 기대는 좀 특이하다. 감독 김광태는 <손님>이 첫 연출작이며, 특이할 만한 영화에 대한 평가는 없었다. 한국의 토속적 배경과 유럽 풍 이야기를 섞은 네러티브는 흥미롭긴 하지만, 공포 장르는 평소 잘 찾아보지 않는다. 어딘가 익숙한 분위기도 영화의 개성에 대한 기대를 다소 낮춘다. 하지만 그럼에도 <손님>에 대한 기대를 저버릴 수 없는 것은 바로 배우들 때문이다. 류승룡, 이성민, 천우희, 그리고 이준. 그 중에서도 류승룡과 천우희! 둘 중 하나 나와도 영화가 충만할 텐데. 스크린 속에서 둘을 한 번에 보는 것은 어떤 느낌일지 기대된다.

 

1. 류승룡 – 위화감 없는 이미지 변신

 

처음 본 류승룡은 마초적 이미지 그 자체였다. <내 아내의 모든 것>(민규동, 2012)이나 <최종병기 활>(김한민, 2011)에서 그가 맡은 성기나 쥬신타의 이미지는 겹치는 부분이 거의 없었다. 성기는 다소 과잉되고 코믹한 인물이었다면, 쥬신타는 시종일관 피비린내에 본능적으로 이끌리는 짐승마냥 남이(박해일 분)을 좇는 냉혈한이었다. 하지만 둘 다 류승룡만의 남성성을 전면화한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광해, 왕이 된 남자>(추창민, 2012)에서 그는 허균으로서 광해/하선(이병헌 분)에게 충신이자 전략가의 역할을 맡았다. 때론 강직하게, 때론 가볍게 광해/하선을 대하는 그는, 그러나 아버지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어머니의 모습과 닮았다. 그 전 두 작품에서 맡았던 역할과 유사하면서 기본적으로 다른 점이다. <7번방의 선물>(이환경, 2012)에서의 류승룡은 앞의 두 작품은 물론이거니와, <광해, 왕이 된 남자>와도 작별을 고한다. 그의 마초적인 이미지는 온데간데없으며, 모성적인 강인함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용구는 보살핌의 대상이자, 차라리 모성애를 자극하는 ‘가엾은’ 존재였다. 물론, <명량>(김한민, 2014)에서 마초적이고 무거운 이미지로 다시 돌아갔지만, 위화감은 없었다.

 

2. 천우희 – 배역에 지독히 천착하는 집중력

 

천우희는 또 어떤가. 내가 그녀를 본격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던 것은 <카트>(부지영, 2014)부터였다. 거기서 천우희는 가녀린 듯, 하지만 회사의 부당함에 맞서 묵묵히 고통을 감내하는 ‘88만원 세대’ 미진이라는 인물을 무리 없이 소화해냈다. 이후 개봉 한참 후에야 찾아봤던 <한공주>(이수진, 2013)에서 그녀가 맡은 한공주는 가슴 깊이 새겨진 과거의 상처를 뒤로 하고 끊임없이 오늘을, 미래를 살아가고자 분투하는 존재였다.(오래 전에 <한공주>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여우주연상의 그녀, 천우희의 영화 <한공주>) 천우희는 그야말로 한공주였다. 그녀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관통하는 연기를 보여줬다.

 

3. 류승룡과 천우희, 그리고 우룡과 미숙

 

어떤 이미지들도 위화감 없이 소화해내는 류승룡, 맡은 배역에 천착하고 몰두하는 천우희가 <손님>에서 뭉쳤다. 재미있게도, <손님>에서 둘이 맡은 우룡과 미숙이라는 인물의 캐릭터는 류승룡, 천우희 각자에 대한 통상적인 이미지를 주고받은 것만 같다. 우룡은 상처가 많은 존재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한쪽 다리가 성하지 않고 정처없이 길을 떠도는 악사다. 거기다 그는 폐병에 걸린 자식이 있다. 하지만 그는 손님으로서 찾아간 산골 마을에서 천재일우의 기회를 얻는다. 말하자면 우룡은 과거의 짐을 짊어진 채로 현재, 그리고 미래를 위한 도약을 꿈꾸는 인물이다. 이 점에서 우룡은 한공주와 비슷한 위치에 있다.

 

미숙은 아직 신 내림을 받지 못한 선무당이다. 그녀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갖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영화를 봐야 알 테지만, 영화가 진행됨에 따라 미숙은 전혀 다른 인물로 바뀌는 듯 보인다. 초반에 미숙은 촌장(이성민 분)의 보이지 않는 폭정에 억눌려 말 한 마디 제대로 하지 못한다. 하지만 예고편에서 얼핏 드러나듯 후반부로 가면, 미숙은 (짐작건대 신내림을 받아) 방언 터지듯 말을 쏟아내고, 과잉된 감정을 폭발하듯 쏟아내게 될 거라 예상해본다. 이러한 후반부 미숙의 모습은 지금껏 천우희에게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이리라.

 

물론 <써니>(강형철, 2011)에서 맡았던 상미는 천우희가 맡았던 여타 역할과는 달리 적극적이고 ‘드센’ 인물이긴 했다. 하지만 상미는 어디까지나 ‘철부지’의 이미지가 강하며, 청소년기가 그렇듯 그녀의 공격성은 어디까지나 자기방어의 수단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상미와 미숙은 전혀 다른 캐릭터다. 오히려 (영화 후반부의) 미숙은 <최종병기 활>의 쥬신타, 혹은 <명량>의 구루지마와 가깝다.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라는 피비린내 나는 신념으로 생을 임하는 존재들. ‘내일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그들에게 비밀, 거짓이란 미숙처럼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할 것이다.

 

 

과연 이렇게 어긋난 배역을 류승룡과 천우희, 둘이 어떻게 소화해냈을지 기대하고 있다. 자세히 말하진 못했으나, 이성민과 이준도 그 역할 자체가 흥미로울뿐더러, 여러 작품에서 연기력을 증명했다. 말하자면 보면 볼수록 기대치는 점점 만빵!에 가까워지고 있다. 7월 9일 개봉!

 

*사진출처: 다음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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