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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사회

가까운 미래, 공허한 어린이날 맞이하지 않으려면

어제(5일)는 어린이날이었다. 동네 놀이터에서 마주친 아이들의 미소는 한없이 평온했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가져다주는 아이들을 보면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은 잠시나마 머릿속에서 사라진다. 그러나 그와 같은 감정은 신기루와 같아서 금세 사라지고 만다. 아이들을 좋아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출산에 대해선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다. 사실 생각할 여유가 없다고 하는 게 더 적확한 표현일 것이다. 출산 앞에 놓인 장벽들이 너무 많다. 취업, 연애, 결혼 등의 문제만 생각해도 머릿속은 과부하가 걸린다.

 

출산은 안정될 때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2개국 중 가장 출산율이 낮은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1.21명이었다. 문제는 저출산이 장기국면이라는 것이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합계 출산율이 1.3명을 상회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는 저출산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2월 정부가 발표한 고령사회기본계획(2016~2020년)에서 정부의 저출산 대책을 엿볼 수 있다. 정부는 고비용 혼례문화 개선, 신혼부부용 전세임대주택 확대, 양육비·교육비 부담 완화 등을 골자로 2020년까지 합계출산율을 1.4명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대책들이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정부의 정책 기조는 대체로 혼인과 교육에 방점이 찍혀 있다. 혼인을 많이 하고, 교육비 부담을 덜어주면 아이를 낳을 것이라는 예측에 따른 정책이다. 그러나 이 시뮬레이션은 한 가지를 간과하고 있다. 그것은 일자리의 안정이다. 아무리 결혼을 하고, 교육비 부담을 덜어줘도 기본적으로 고용과 소득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출산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또 교육비 부담이 덜해도 미래의 아이가 자라날 환경이 불안정하다 느끼면 출산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부모의 경제적 안정과 아이의 교육환경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어야만 출산은 늘어난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은 하나같이 확신을 주지 않는다. 결혼을 하고, 집이 생기고, 양육비와 교육비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곧바로 출산을 계획하는 신혼부부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차라리 안정된 직장에 다니며, 아이와 충분한 시간을 보낼 만큼 육아휴직이 보장되고, 믿고 아이를 맡길 만한 어린이집이 늘어나는 것이 신혼부부가 출산을 고려하게끔 하는 주요 기반이 될 것이다.

 

그나마 있던 복지도 흔들리는데 출산할 마음이 들겠는가?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기존에 정치권에 의해 합의됐던 무상보육이나 무상급식이 재정적인 또는 정치적인 이유로 위기를 맞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복지정책이 흔들리는데 어느 누가 출산할 마음이 들까? 경남 지역에서 무상급식 집회를 벌이고 있는 수많은 학부모들을 보면서 출산을 고려하는 예비부모들은 어떤 심정이 들었을까? 우리나라는 여전히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 있어 부침이 많은 곳이라 느끼지 않았을까.

 

출산율이 낮다며 국가에선 출산장려를 하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아이들을 위한 복지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고 있다. 일단 출산까지는 지원해줘도 교육복지는 확실히 장담할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은 궤변에 가깝다. 그것은 마치 무턱대고 아이를 낳고는 막상 기를 엄두는 못내는 무책임한 부모와 다를 것이 없다.

 

출산장려정책은 아동을 위한 복지정책과 연계되어야 한다. 저출산 문제는 이번 정부 들어서 갑자기 발생한 현상이 아니다. 과거 여러 정부에서도 저출산을 위해 다방면의 정책을 내놨지만 모두 실패했다. 같은 실패를 맛보지 않기 위해서 또 국가경쟁력의 쇠퇴를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저출산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 아이들을 향한 복지가 후퇴하는 상황에서 아이를 낳으라 강요할 수는 없다. 반복되는 복지논쟁은 정부의 수많은 출산장려정책을 공염불로 만들 공산이 큰 만큼 무상급식, 무상보육에 대한 합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따지고 보면 3포세대라는 말은 아무런 연관 없이 나온 것이 아니다. 연애, 결혼, 출산은 사실상 전후관계다. 연애를 해야 결혼을 하고, 결혼을 해야만 출산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3가지를 연결하는 중간항이 안정감이다. 거꾸로 말해 저출산을 해결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3포세대가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5포세대, 7포세대까지 나아가고 있으니 걱정이다. 어제 본 아이들만이라도 또 다른 포기세대가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원해본다.

 

*사진 출처: KBS, 오마이뉴스, 통계청 자료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