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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기대작

지극히 주관적인 12월 개봉 기대작 다섯 편 11월 내내 나를 뒤흔들었던 건 ‘연대’라는 단어였다. 달리 말해 한동안 나는 드라마 의 여파로 끙끙 앓을 것만 같다. 나를 울렸던 의 한 장면. 노동조합에 막 가입한 한 계산원은 두려움 때문에 쉽사리 조끼를 입지 못한다. 그녀는 남몰래 옷을 갖고 계산대에 간 뒤, 쭈그려 앉는다. 동료들의 시선을 피해 조끼를 꾸역꾸역 입은 뒤에도 그녀는 쉽사리 일어서지 못한다. ‘나 혼자’라는 두려움을 이기지 못해 눈을 질끈 감고 일어섰을 때, 그러나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하나같이 노조 조끼를 입은 계산원들은 별 말 없이 미소 짓고 있었으나, 그들은 단지 ‘너는 혼자가 아니’라는 말을 하지 않을 뿐이었다. 그런데 나에게 연대라는 단어의 이미지는 단단하거나 확고부동한 시멘트 같은 것이 아니다. 차라리 그건 말랑말랑하고.. 더보기
지극히 주관적인 11개봉 기대작 세 편 같은 시간을 함께했던 이들과의 모임에는 남다른 기억력을 뽐내는 사람이 꼭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7년 만에 만난 재수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유달리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나는 더듬더듬 말을 이어 가고 있었다. “왜 걔 있잖냐. 맨날 잠자고, 자습 빼먹고 피시방 가던 놈. 하, 누구더라...” 다들 조용히 하늘만 쳐다보고 있을 때, 뒤늦게 합류한 A가 치고 들어온다. “아, X 말하는 건가? 자습이 뭐냐. 수업도 빼먹고 피시방 돌아다니느라 바빴지. 걔네 무리가 있었어. Z, W, U랑... 맞다, S. 이렇게 넷이서 같이 다녔잖아. 아, 그리고 니네 그거 아냐? Y랑 X랑 잠깐 사귀었던 거.” 하나 더 있다. 연례행사처럼 모이는 중학교 동창(회라기엔 초라하지만 어쨌든)회. 술이 한두 잔 들어가면.. 더보기
지극히 주관적인 8월 개봉 기대작 세 편 덥다. 더워도 너무 덥다. 하나 남은 반팔 티셔츠마저 벗길 요량인지 모르나, 쨍쨍 내리쬐는 햇빛이야 그렇다 치자. 그러나 도심 한복판에서 느끼는 습함 앞에선 무장해제다. 그럴 때만큼 프랜차이즈 카페의 강한 자본력만큼이나 빵빵한 에어컨 바람이 그리울 순 없다. 평소에 걷는 걸 좋아해 대학로에서 광화문 사이의 공간은 눈감고 그려낼 수 있는 나로서도, 8월만큼은 예외가 될 듯싶다. 하지만 8월이라고 유별나게 새로울 건 없다. 우리는 수많은 8월들을 살아왔으니까. 지나가는 8월을 아쉬워할 때가 조만간일 테다. (그때 나는 9월의 개봉작들을 추리고 있겠지.) 나와 같은 마음을 품었던지, 시인 박준은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여름에도 이름을 부르고/여름에도 연애를 해야 한다/여름에도 별안간 어깨를 만져봐야 하고/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