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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투 라이프>에 대한 세 가지 키워드 이 말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유대인 관련 영화라면 이제 사절이다. 50년이나 지난 과거의 일이기 때문이 아니다. 햇수는 전혀 중요치 않다. 2014년 4월에 발생한 사건을 나는 아마 평생 잊지 못할 테니까.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는, 끊임없이 자각하고 반성해야 하는 일은 분명히 존재한다. 유대인 학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동시에 근래 들어 중동의 상황을 살펴보면, 혹시 유대인 학살이 유대인들에게 일종의 절대적인 ‘면죄부’로 작용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분명 부당하고 끔찍한 폭력을 경험했지만, 그렇다고 지금 그들이 행하는 부당한 처사들이 용인되는 건 아니다. 만약 가 유대인 학살에 관한 영화라는 걸 미리 알았다면, 나는 이 영화를 보지 않았을 것이다. ‘다행히’ 그걸 몰랐던 .. 더보기
지극히 주관적인 5월 개봉 기대작 네 편 5월이다. 일단 반갑다. 5월의 첫날부터 고속도로나 공항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걸 보니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 아니지 싶다. 나 같은 대학생에게 그리 큰 의미는 없지만 노동자의 날이 있고, 어린이날이 머지않았으며, 석가탄신일이 기다리고 있다. 더구나 올해엔 이들 모두가 주중에 포진되어 있다. 거기다가 중간고사는 막 끝났고, 아직 기말고사까지는 많이 남았다. 이 얼마나 좋은 달인가! 5월에도 어김없이 기대작들을 추려봤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지극히 주관적’으로. 뭔가 객관적인 정보나 수치를 기대하고 온 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고 보니 이미 이러한 선포는 ‘지극히 주관적’인 시리지를 시작할 때 했었다. 벌써 4개월여가 지났다. 시간 참 빠르다. 5월만큼은 좀 느리게 가길. 하여간 내가 택한 네 .. 더보기
<차이나타운>에 대한 세 가지 키워드 걸작이 나타났다. 실로 오랜만이다. 물론 ‘최근 한국 영화’ 중에서라는 조건이 붙긴 하지만. 이 말은 곧, 역설적이지만 의 가능성과 동시에 결정적인 한계를 함축한다. 말하자면 은 일종의 데자뷰처럼 다가오는 현재 한국 영화의 퇴보하는 경향 와중에 피어난 핏빛 들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더러운’ 냄새를 풍기는 그 꽃은 정갈하게 구획된 정원 위에서 피어났다. 비록 잡초라고 할지라도 의 기반은 현대 영화 시스템이라는 복제된 정원에 있다는 말이다. 결국 의 가능성은 영화 그 자체에서 찾을 수 있으며, 동시에 결정적인 한계는 영화와 그를 둘러싼 영화 산업 구조와의 상호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이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은 여러 제약을 어느 정도 수용했지만(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성과.. 더보기
<위플래쉬>가 단순히 '스승-제자' 영화가 아닌 이유 놓쳐선 안 되는 건, 를 제자와 선생을 다룬 영화로만 보기에는 어딘가 찜찜한 구석이 계속 남아 있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는 (구스 반 산트, 1997)에서 ‘선생-제자’의 관계를 풀어나가는 방식과 달랐다. 자신의 천재성을 깨닫지 못하고 평범하지도 못한 삶을 사는 제자와 그의 상처를 치유하고, 천재성을 발휘시키고자 분투하는 선생. 에서 헌팅(맷 데이먼 분)과 맥과이어(로빈 윌리엄스 분)가 그랬다면, 의 앤드류(마일스 텔러 분)와 플렛처(J.K. 시몬스 분)는 조금 다르다. 는 차라리 제자(와 선생)의 얘기며, 단순히 한 개인(우리 중 누구인들 제자가 아니었으며, 선생을 두지 않았을까)의 이야기다. 둘의 차이를 좀 더 명확히 해보자. 에서 제자와 선생은 명확히 일대일의 관계를 맺는다... 더보기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 다큐멘터리의 존재방식 는 연출을 맡은 사라 폴리 자신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그녀의 가족, 특히 어머니에 관해 얘기하지만 그건 사실상 폴리에 대한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영화 내내 폴리는 가족과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좇는다. 그 과정에서 폴리의 이야기가 은연중에, 혹은 직접 드러난다. 하지만 이게 다는 아니다. 단지 가족, 어머니를 경유해 궁극적으로 폴리를 향하는 것이 영화의 전부가 아니라는 말이다. 중요한 건 그녀가 활용한 영화라는 형식이며, 중간중간 ‘의도적으로’ 배치한 과잉적인 요소들이다. 그런 것들을 통해, 궁극적으로 폴리는 기록으로서 영화(엄밀히는 다큐멘터리)에 대해 얘기한다. 과잉적 요소의 배치 – 인터뷰와 이야기의 어긋남 영화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있다. 우선, 녹음 스튜디오 씬이 있다. 거기서 폴리의.. 더보기
<리바이어던> 불가항력으로서 리바이어던이란? 에 대해 얘기할 때 굳이 홉스Th. Hobbes가 인용될 필요는 없다. 달리 말해, 은 단지 국가 권력에 대한 영화가 아니다. 물론, ‘리바이어던’하면 우선 홉스가 떠오르고, 자연스레 권력을 위임받은 강력한 국가의 비유적 형상(작은 인간들로 구성된 거인)이 떠오른다. 그런데 이러한 의미나 비유로서의 리바이어던은 사실 홉스의 주석 혹은 해석이다. 무시무시한 괴물로서 리바이어던 그 본래의 형상은 성경 몇 군데(특히 )에 드러나 있다. 리바이어던의 본디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간략히만 를 살펴보자. 욥은 신을 충실히 섬기고, 죄를 짓지 않으며, 부족함 없이 살고 있었다. 그때, “욥의 신실함은 그저 그의 풍족함 때문”이라고 사탄이 도발하자, 신(하나님)은 욥을 시험하기에 이른다. 끔찍한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하고.. 더보기
<자유의 언덕> 시간과 인과의 전복적 배치란 “시간은 우리 몸이나 이 탁자 같은 실체가 아닙니다. 우리 뇌가 과거, 현재, 미래란 시간의 틀을 만들어내는 거죠. 하지만 우리가 꼭 그런 틀을 통해 삶을 경험할 필요는 없습니다.” 영선(문소리 분)과 마주한 모리(카세 료 분)의 말이다. 그리고 은 정말로 시간에 대하여,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제시한다. 영화는 크게 두 부분의 시점으로 나뉘어 있다. 우선, 모리가 영선을 찾으러 한국에 온 이후로 영선이 모리의 편지를 보기 전까지의 시간. 이걸 ‘A시간’이라 부르기로 하자. 또한, 영선이 모리의 편지를 접한 이후의 시간. 이건 ‘B시간’이라 이름 붙여보겠다. 영화는 A시간과 B시간을 교차 편집해 보여준다. 그리고 A시간이 보이는 방식은, B시간에서 영선이 읽는 편지와 이어진다. .. 더보기
<나이트 크롤러> 로버트 엘스윗과 제이크 질렌할 덕분에 (나이트)의 내러티브는 명확했다. 다른 말로 하면 의 내러티브에 대한 의문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었다. 인과관계는 뚜렷했고, 기-승-전-결의 전형적인 구조도 거의 완벽했다. 는 마치 한 편의 첩보물 같았다. 사실상 영화는 한 민간 촬영기사에 대한 내용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위에서 말한 내러티브뿐만 아니라, 영화 내내 이어지는 긴장감도 그러했다. 이에 대한 의문은 감독에 대한 정보를 찾아본 뒤 해소되었다. 댄 길로이(Dan Gilroy)는 각본가 출신이다. (숀 레비, 2011), (토니 길로이, 2012)같이 잘 알려진 영화 외에도 6편의 영화 시나리오를 쓴 경력이 있다. 그리고 는 그가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은 영화다. 그는 이 영화에서 각본과 연출을 동시에 맡았다. 즉, 각본가 출신인 길로이는 에서 자신이.. 더보기
지극히 주관적인 설 연휴 가족영화 추천 3편 가족이라는 이데올로기 혹은 제도에 대해 생기는 반감은 어쩔 수 없다. 특히 허울만 남은 명절이라면 이제 질색이다. ‘명절’에 대해서 빨간 날이라는 것 말고 좋아할 이유를 댈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밸런타인데이 전날, JTBC 뉴스룸에서 어떤 설문 조사 결과를 언급했다. 대략 “무슨 무슨 ‘데이’들이 사라지기 바라냐”는 물음이었는데, 남자 90%, (예상 외로) 여자 70%가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다음날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는 동안 초콜릿은 무지막지하게 팔려나갔다. 덕분에 나는 계산하는 기계가 되었다. 명절도 이와 다르지 않다. 아마 설문조사를 해도 위와 유사한 결과가 나오리라. 하지만 존재하는 ‘데이’들도 외면하지 못하고 몇만 원짜리 초콜릿을 사다 건네는데, 역사와 전통이 훨씬 오래된 명절을.. 더보기
<꿈보다 해몽> 텅 빈 기호들만의 모호한 향연 아무래도 꿈을 직접 다룬 영화 중 대표작을 하나만 꼽으라면 (미셸 공드리, 2006)이 아닐까. 말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꿈속 세계를 영상으로 만든 시도 자체가 독특하고 발랄했던 영화. 하지만 원래 꿈이라는 것이 그렇듯,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던 영화. 을 보기 전에 나는 홍상수의 영화들뿐만 아니라, (수면)을 염두에 두었다. 하지만 (꿈)은 홍상수와도 달랐고, 과도 달랐다. 1. 반복의 미학 이광국 감독은 홍상수의 조감독 출신이다.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이광국과 홍상수의 유사점 혹은 변별점에 집중했다. 생각보다 둘의 유사점은 별로 많지 않았다. 쇼트가 길긴 했지만, 왠지 카메라는 다급하고 성급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미쟝셴은 홍상수보다는 오히려 박찬욱과 닮았다. 대사나 영화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