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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스 슬로운>, 캐릭터가 주는 속도감 타격감. 영화를 설명하는 데 있어 굉장히 이질적인 표현이지만, 영화 을 설명하는 데 있어 이보다 적합한 단어를 찾기는 어렵다. 시종일관 빠르고 경쾌하게 치고 올라가는 영화는, 약간의 ‘클리셰’가 됐을지도 모를 영역들마저 특유의 속도감으로 극복해나간다. 영화는 제4의 벽을 넘지 않으면서도, 이미 관객의 의중과 반응 정도는 예전에 예측했다는 듯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만든 건, 바로 캐릭터의 힘이다. 엘지자베스 슬로운(제시카 차스테인 분). 업계에서 이름이 널리 알려진 로비스트인 그는, 그 명성에 걸맞게 날카롭고 차갑다.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치고 들어오는 그의 전략은, 적은 물론 아군마저 계산 범위에 두고 움직인다. 하루 16시간을 일하고, 각성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약을 달고 사는.. 더보기
<너의 이름은.> 친절해진 마코토 ‘아련함’을 그리다 를 보면서 ‘이게 뭐야’란 생각을 하고, 노래에 꽂혀 스치듯 를 봤던지라 본격적으로 신카이 마코토란 감독의 애니메이션에 본격적으로 발을 디디게 된 계기는 사실 이 처음이었다. ‘빛’을 잘 그리는 감독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배경화면 등을 그려냄에 있어 거의 실사에 가까운 수준의 묘사들을 담아냈던 영화는 비교적 간단한 스토리 전개에도 불구 여전히 인상에 깊게 남아 있다. 아직도 맥주에 초콜릿을 안주로 먹고, 어쩌면 아직 가보지 못한 비 오는 날의 도쿄가, 보다 더 아름다울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할 정도로. 그런 점에서 일본에서의 폭발적 화제로 기대를 모았던 은 비교적 차분하고 침착한 - 감독 본인의 표현에 따르면 ‘무라카미 하루키’적인 - 이전의 작품들과는 분명 차이를 보인다. 신카이 마코토가 그려내.. 더보기
<쿼바디스> '맞춤제작'된 신앙이란 * 개봉한 지 2년이 넘은 영화지만 전혀 위화감은 들지 않았다. 영화 속 한국교회의 현실은 2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다. 한국교회는 지속적으로 크고 작은 논란의 중심에 있어왔다. 다른 종교와의 비교, 여러 교단 간의 비교 등 다양한 논쟁들은 내게 꽤나 흥미로운 주제였다. 나는 종교를 소명의식이나 믿음보단, 사회학적인 비판내지는 사고의 차원에서 보는 편이기 때문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기독교 인구는 약 967만 명이다. 대략적으로 국민 5명중 1명은 기독교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기독교는 어마어마한 규모와 그에 따르는 영향력과 책임감이 따르게 되었지만 책임감은 잊혀진지 오래고 일부 대형교회를 주축으로 한 영향력은 일종의 권력이 되었다. 나아가 이 권력은 교회에 그치지 않고 자본, 정치.. 더보기
<고산자> 가능성만의 향연, ‘국뽕’ 판타지는 이제 그만 잘 다뤄지지 않는 참신한 소재, 유명한 감독, 안정적인 원작 소설 기반, 탄탄한 배우진. 차려놓은 밥상만 놓고 봤을 때 영화 (이하 )는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을 작품이었다. 구성이 다소 평범했음에도 자연을 담은 씬들 중에서는 탁월함의 가능성이 내비치는 듯한 아름다움 역시 존재했다. 섞어놓은 유머들이 거슬렸지만 그저 우스개꺼리로만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 영화 에는 수많은 펼쳐지지 않은 많은 가능성들이 담겨있었다. 그러나 영화는 모든 가능성을 접고 스스로 평범 이하의 한국 영화로 전락해버렸다. 는 도입부부터 스스로의 색깔을 명확히 하는 영화다. 김정호(차승원 분) 위로 펼쳐지는 자연환경을 담아내는 카메라는 마치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광활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아내지만, 그 탁월함의 경계에서 모든 것이.. 더보기
영화 <트루스>, 그리고 우병우 의혹 조금 위험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온 나라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님 때문에 시끄럽다. 아들 병역특혜, 공금횡령, 공무집행방해 등 열거하기도 어려운 의혹들로 인해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넘어 검찰의 특별수사팀이 꾸려지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민정수석의 비리를 파헤치는 건 좋다. 국가의 요직에 있는 이가 품고 있는 의혹을 짚고 넘어가는 건 필요하다. 그런데 그를 수사하는 과정이 심상치 않다. 그를 감찰했던 특별감찰관도 함께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어찌 된 일일까. 다음은 기사의 한 부분이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검찰에 수사의뢰한 데 대해 청와대가 ‘이석수 흔들기’로 ‘우병우 살리기’에 나섰다. 청와대는 19일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감찰 내용 ‘누설’ 의혹을 제기하며 “특별감찰관.. 더보기
불편해서 고마웠던 영화, <터널> ※영화 ‘터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경찰 수사결과 겉보기에 멀쩡한 터널 안에 지반붕괴를 막아주는 '록볼트'가 수천 개나 빠진 채 시공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밖에도 진전과 갈평 터널 등 모두 7곳에서 설계 수량인 10만7천여개 가운데 30%인 3만4천여개의 록볼트가 누락됐다. 이렇게 해서 빼돌린 공사비가 20억 원이 넘는다” 영화 터널을 봤다면 익숙한 단어 몇 개가 보일 것이다. 터널과 록볼트, 빼돌린 공사비와 같은 것들 말이다. 앞의 문단에서 언급한 내용은 실제로 지난 2월 17일 KBS를 통해 방송된 뉴스 리포트다. 터널 부실시공은 하루 이틀 보도된 문제가 아니었다. 예전부터 설계도대로 시공되지 않은 터널이 발견돼 꾸준하게 부실 논란이 제기됐다. 어쩌면 영화 을 제작한 김성훈 감독은 이런 뉴스를 접.. 더보기
<덕혜옹주> 리듬을 잃은 사건들의 연쇄 1. 약약약약약약강중…‘기막힌’ 리듬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손예진)는 고종의 승하 2년 뒤 1921년 일본 강제유학길에 오른다. 그가 한국의 땅을 다시 밟은 것은 1962년이다. 42년이라는 시간. 자연스레 는 일본에서의 덕혜옹주가 보낸 나날을 가장 비중 있게 다룬다. 강산이 변해도 4번 이상 변했을 기간이다. 그 동안 벌어진 여럿 사건들을 다루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취했을 ‘병렬적 구성’ 자체를 비판할 생각은 없다. 그런데 이건 심해도 너무 심했다. 마치 색종이 찢듯 나눈 시퀀스들과, 이들을 딱풀로 붙이듯 성기게 이은 기묘한 편집술 말이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다. 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영화의 리듬이다. 영화 초반 덕혜옹주를 둘러싼 여러 사건들이 짧게 짧게 이어진다... 더보기
‘싱 스트리트’, 소년이 음악과 함께 성장하며 반짝인 그 찰나의 기록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따금 좋은 영화, 드라마를 보면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안달이 날 때가 있다. 머릿속을 휘젓는 생각과 마음에 오고가는 감정들이 너무 많아 타자 속도로 그것을 따라갈 수 없는 그런 영화 말이다. 내게도 그런 영화가 몇 개 있다. ‘비포 선라이즈’, ‘어바웃 타임’, ‘그녀’(Her)가 떠오른다. 언뜻 비슷해 보이는 ‘사랑’의 메시지를 담은 영화들에 나는 주로 흔들렸다. 그리고 오늘, 그 기록에 남길 영화 하나를 더 추가하고 싶다. ‘싱 스트리트’. 1980년대 경제 위기에 빠진 아일랜드 더블린을 배경으로 고등학생 ‘코너’의 첫사랑과 성장, 음악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싱 스트리트는 음악영화에 일가견이 있는 ‘원스’, ‘비긴 어게인’의 존 카니 감독의 네 번째 작품이다. 비긴.. 더보기
<아버지의 초상>, 아버지보다는 초상에 방점을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래의 제목은 La loi du marche(시장의 법칙), 영어 제목은 The Measure of a Man(인간의 척도)다.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도대체 감이 오지 않는 단어들이 붙었다. 특히 ‘아버지’라는 지극히 감성적인 단어는 , 으로 이어지는 한국 특유의 신파적 분위기에 편승하려는 것이 아니었나 의심했다. 영화를 보면서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은 도무지 이 제목으로 부를 수 없을 만큼 제목과 어울리지 않는 영화다. 주인공 티에리(뱅상 랭동 분)은 아버지다. 처음에 이 남자를 수식하기 위해 ‘아버지’라는 단어를 붙여 준 것 말고는 더 이상 그 역할을 강조할 필요가 없겠다. 영화의 내용은 다른 부분에 집중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는 인간의 초상을 다루고 있다. 즉,.. 더보기
‘구멍’에서 탈출한 신자들의 폭로, <정화 : 사이언톨로지와 신앙의 감옥> 사이언톨로지는 미국의 신흥 종교다. 미국의 공상과학 소설가였던 론 하버드(일명 LRH)가 1954년 창시했다. 우리나라에는 할리우드 배우 톰 크루즈가 가입해 왕성하게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할리우드교’라고 불릴 만큼 유명인사들이 많이 개입되어 있다는 것 말고는 드러난 것이 없다. 하지만 종교라는 속성 때문에 이름 자체에서 신비감을 준다. 과연 이곳은 무엇을 하는 집단일까? . 이것이 넷플릭스에서 번역된 의 제목이다. 미국에서 2015년 3월에 개봉한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그 나라 안에서는 큰 화제가 됐다. 사이언톨로지는 즉각 8분짜리 동영상을 만들어 맞불을 놓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번역된 적이 없었고, 리뷰 하나 조차도 남겨져 있지 않았다. 어떤 내용일까. 궁금했다. 영화는 몇몇 사람들의 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