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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의 현상범들] #번외 모(부)성 [호래.txt] 나는 고양이를 좋아한다. 고양이는 나를 싫어한다. 적어도 지금까지 내가 만나 온 고양이는 그랬다. 후미진 골목이나 길가에서 마주친 고양이들은 모두 내게 관심이 없거나 나를 무서워했다. 집에서 고양이를 한 번도 길러본 적이 없는 나는 고양이를 만나면 어쩔 줄 몰라 했고 고양이들은 그런 내가 어색한지 나를 항상 피했다. 그런데 바로 어제, 편의점에 가려고 밖으로 나섰다가 복도에서 작고 귀여운 고양이를 발견했다. 그 고양이는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지 내게 먼저 다가와 다리에 얼굴을 비비며 애처롭게 울었다. 나는 고양이가 배가 고파서 울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얼른 집으로 뛰어 들어가 고양이한테 줄 만한 것을 찾았다. 하지만 나도 먹을 것을 사러 편의점에 가려던 참이라 고양이가 먹을 .. 더보기
"언제 밥 한 번 하자"는 거짓말은 어떻게 삶을 연장하겠다는 의지가 됐을까 - 시인의 일상어사전, 권혁웅, 마음산책 말에는 ‘멋’이 있다. 각 말 자체가 갖고 있는 다양한 뜻, 말과 말의 조합해 만들어내는 새 뜻, 말을 해체해 발견하는 숨은 뜻까지. 말에는 멋이 있다. 그래서 말은 외롭지 않다. 권혁웅 시인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맞벌이한 부모님 덕에 ‘외로울 권리’를 깨치고 닥치는 대로 텍스트를 읽었다고 전했다. 또한 오랫동안 ‘교회 오빠’로 살면서 성경을 공부하다 신화에 빠지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이야기와 언어를 탐닉한 덕일까. 그는 시인이 되어 언어를 다루는 사람이 되었다. 그는 서문에서 책 을 일상어들의 속내를 다룬 것이라고 썼다. 문학에서는 ‘죽은 말’ 취급을 받는 ‘일상어’야말로 삶의 현재형이자 표현형이지 않을까, 상투어와 신조어, 유행어, 은어들의 무의식에 삶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