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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의 현상범들] #1 기억할 만한 지나침 [호래.txt] 사실 너의 불행에 그리 큰 관심이 없었어. 미안. 생각해보면 널 안 지 그렇게 오래 되지도 않았잖아. 그 말이 나왔을 때 나도 뭐라고 말해야할지 고민했어. 미안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힘들었겠다고 말할까. 나는 그냥 입을 다물어 버렸지. 너는 그런 나의 태도에 실망했고. 하지만 사실 네 부모님이 작년에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 기회조차 없었잖아. 그러니 미안하다는 말도 어울리는 것 같지 않고, 그렇다고 위로의 말을 내뱉으며 너의 한쪽 손을 잡을까도 생각했지만, 그 위로의 말과 몸짓이 스스로도 너무 가볍게 느껴지면 어쩔까 두려웠거든. 원래 나는 다른 사람의 불행을 위로하는데 어려움을 느껴왔어. 섣부른 충고는 주제 넘는 행동같고 기계적인 위로는 위선같다고 생각했거든. 그리고 사실 그리 큰 관심.. 더보기
[3인의 현상범들] 모든 것의 시작 * 안녕하세요, 별밤에서 ‘벼’를 맡고 있는 벼입니다. 제가 최근에 필름카메라라는 요물에 맛이 들려서 이곳저곳에서 이것저것을 찍고 돌아다니는데요. 최근 특이한 경험을 하나 해서 말이죠. 다들 아시겠지만 필카는 디지털카메라와는 달리 현상라는 작업을 (무려 현상소에 직접 찾아가서) 거치기 전까지는 사진이 어떻게 나올지 ‘가늠’조차 할 수 없습니다. 아, 물론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분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눈앞에 있는 이미지(기왕이면 애인이 좋겠죠)를 카메라 속에 담아내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는 작업이야말로 필카의 정수라는 점은 분명하니까요. 다만 제가 ‘가늠조차 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은 셔터를 누르는 순간과 현상된 사진을 볼 때까지의, 그 사이의 무지막지한 간격을 표현한 것이다, 이 정도로 너그럽게 .. 더보기
<제네시스: 세상의 소금> 무엇을,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 빔 벤더스(Wim Wenders)의 세 번째 다큐멘터리 ()은 말할 것도 없이 사진작가 세바스치앙 살가두(Sebastião Salgado)에 바치는 헌사다. 이 말은 혹시 이 영화를 ‘사진’에 대한 영화쯤으로 알고 보러 갈, 혹은 보고 온 사람들에게 던지는 화두다. 는 수많은 사진을 헤집지만, 언제나 에두른다. 말하자면 사진들은 하나의 거울이다. 그리고 거울은 앞에 있는 살가두를 비춘다. 영화는 살가두의 삶에서 무엇을, 어떻게 보여주는가. 1. 무엇 - ‘제네시스’를 향해 온 살가두의 삶 누군가는 원제엔 Genesis라는 단어가 없고, 단지 The Salt of the Earth라는 점을 근거로 ‘제네시스’를 지워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썼다. 얼마 전 끝난 동명의 사진전을 홍보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