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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윤식

유쾌하면서도 불쾌했던 <내부자들> *일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완연한 겨울이다. 벌써부터 거리엔 크리스마스 준비가 한창이다. 집 앞 놀이터에서 뛰노는 아이들도 이제 보이지 않는다. 추운 날 가장 머무르기 좋은 장소는 (집을 제외하면) 영화관이다. 극장에서 연인의 손을 잡든, 수첩에 무언가를 적어가든, 그냥 팝콘을 먹든 관객의 시선은 스크린을 향한다. 각각의 주체가 철저히 독립적이면서도 같은 공간을 바라볼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극장이다. 대개의 경우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시원섭섭함을 느끼게 된다. 꽤 오랜 시간 서사의 처음과 끝을 목격했다는 점에서 시원함을 느끼고, 그 서사가 현실이 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섭섭함을 느낀다. 은 후자가 좀 더 강할 것이라 예측했던 영화였다. 그러나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 느낀 감정은 시원섭섭함이 아니.. 더보기
지극히 주관적인 11개봉 기대작 세 편 같은 시간을 함께했던 이들과의 모임에는 남다른 기억력을 뽐내는 사람이 꼭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7년 만에 만난 재수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유달리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나는 더듬더듬 말을 이어 가고 있었다. “왜 걔 있잖냐. 맨날 잠자고, 자습 빼먹고 피시방 가던 놈. 하, 누구더라...” 다들 조용히 하늘만 쳐다보고 있을 때, 뒤늦게 합류한 A가 치고 들어온다. “아, X 말하는 건가? 자습이 뭐냐. 수업도 빼먹고 피시방 돌아다니느라 바빴지. 걔네 무리가 있었어. Z, W, U랑... 맞다, S. 이렇게 넷이서 같이 다녔잖아. 아, 그리고 니네 그거 아냐? Y랑 X랑 잠깐 사귀었던 거.” 하나 더 있다. 연례행사처럼 모이는 중학교 동창(회라기엔 초라하지만 어쨌든)회. 술이 한두 잔 들어가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