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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2016 KBS 드라마스페셜] #1 <빨간 선생님> 금서와 빨갱이 ‘선생님’이라는 단어를 언제 마지막으로 말해봤는가. 혹시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한 번도 입에 올려본 적이 없는가? ‘부모님’만큼 익숙한 단어가 선생님이건만 의외로 우리는 선생님을 잊고 살 때가 참 많다. 교수님, 선배님, 부장님이 더 가까울 때가 많다. 2016년 KBS의 대표 단막극 드라마스페셜의 출발을 이끈 은 선생님과 제자의 이야기다. 마지막에는 '선생님'이라는 단어를 우리에게 각인시킬만큼 제목과 내용이 일치하는 드라마다. 하지만 그 관계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1985~87년의 시대상을 중심으로 짧은 글에 모든 걸 담아내기 힘들만큼 알차게 내용이 전개됐다. 우선 위의 노래를 재생시켜보자. Queen(퀸)과 올해 1월 세상을 떠난 데이비드 보위가 함께 한 명곡 Under Pressure다. 이 곡은.. 더보기
"언제 밥 한 번 하자"는 거짓말은 어떻게 삶을 연장하겠다는 의지가 됐을까 - 시인의 일상어사전, 권혁웅, 마음산책 말에는 ‘멋’이 있다. 각 말 자체가 갖고 있는 다양한 뜻, 말과 말의 조합해 만들어내는 새 뜻, 말을 해체해 발견하는 숨은 뜻까지. 말에는 멋이 있다. 그래서 말은 외롭지 않다. 권혁웅 시인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맞벌이한 부모님 덕에 ‘외로울 권리’를 깨치고 닥치는 대로 텍스트를 읽었다고 전했다. 또한 오랫동안 ‘교회 오빠’로 살면서 성경을 공부하다 신화에 빠지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이야기와 언어를 탐닉한 덕일까. 그는 시인이 되어 언어를 다루는 사람이 되었다. 그는 서문에서 책 을 일상어들의 속내를 다룬 것이라고 썼다. 문학에서는 ‘죽은 말’ 취급을 받는 ‘일상어’야말로 삶의 현재형이자 표현형이지 않을까, 상투어와 신조어, 유행어, 은어들의 무의식에 삶의.. 더보기
여우주연상의 그녀, 천우희의 영화 <한공주> 나는 와 를 비교한다든지, 한공주를 보고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든지 하는 얘기들을 선뜻 이해할 수 없다. 영화를 보는 내내 어떤 감정의 과잉을 참을 수 없었던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으나, 그걸 분노라고 생각진 않았다. 누군가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도대체 어떤 인물에게 분출해야할지 몰라 답답했노라 말했다. 당연하다. 는 결코 고발영화가 아니니까. 는 밀양 성폭행 사건을 재구성하여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려는 목적으로 제작된 영화가 아니다. "소녀가 포기하지 않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감독의 작의(作意)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허구입니다' 라는 흔한 문구조차 제시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는 허구와 실화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지 않다. 감독은 이 영화가 단지 허구로 읽혀도 좋다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