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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푸디세이아] 9. 우동집에서 우동을 팔지 않았다 한동안 마음의 빚처럼 묵혀뒀던 감정들이 걸려 낮잠을 자고 광장에 간다. 공기는 쌀쌀하고 인파는 예전보다 많이 줄었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지 끝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한참 타오를 때는 가보지 못 했던 효자동을 찍고 광화문을 돌아 안국으로 간다. 매번 익숙한 그 길들이지만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행진의 서두에서 사람들은 캐럴을 부르고, 여기저기서 산타 모자를 쓰고 다닌다. 생각해보니 크리스마스이브다. 이브 저녁 이곳저곳을 쏘다니니 저녁때를 놓친다. 안국에는 좋아하는 우동집과 냉면집이 있고, 제법 괜찮다 생각하는 만둣국 집과, 무난한 라면집과 해장국집이 있다. 날이 추워 눈앞의 냉면집을 지나치며 라면이나 먹으려다, 갑자기 카레 우동이 끌려 발걸음을 옮긴다. 이미 18000보 가까이 걷고 난 뒤다. 작은 우동.. 더보기
세월호 농성장 앞 호국음악회, 충무공이 통곡할 일이다 오늘은 충무공 탄신일이다. 또 올해는 그가 태어난 지 47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동시에 해군 창설 70주년이라고 한다. 분명히 기념할 만한 가치가 있는 날이고, 즐겁게 맞이해야 할 날이다. 그런데 그게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 앞에서라면? 고개를 갸웃할 일이다. 국가적 재난으로 아파하고 슬퍼하는 사람들 앞에서 ‘호국’을 외치며 음악회를 여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어제(27일) 광화문의 풍경은 둘로 나뉘어 있었다. 오늘 있을 나라사랑 호국음악회를 분주하게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세월호 진상규명 서명을 받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이순신 동상을 기준으로 앞에는 비통한 표정의 사람들이 뒤에는 오늘 있을 공연을 기대하는 표정의 사람들이 보였다. 충무공 이순신을 기리는 행사를 여는 것에 문제의 소.. 더보기
충무공에 대한 단상(斷想) 며칠 전 광화문을 지나다가 이순신 동상 앞 세월호 유가족들의 천막이 눈에 들어왔다. 매번 무심결에 지나치던 천막에는 ‘여전히’ 남아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유가족은 자식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해 그곳에서 자리를 지키는 중이다. 혹자는 이제 세월호법이 통과됐는데 왜 여전히 광화문을 ‘점거’하고 있냐며 그들을 공격하기도 한다. 이제 천막 주위에는 적막함이 가득하다. 용기 있는 누군가는 말한다. “여기서 가장 힘든 분들은 유가족들입니다. 그분들 힘내시라고 격려하는 게 저희들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젠 그런 말이 통하지 않는다. 세월호 사태가 일어난 지 벌써 1년이 다 되어 가지만 그동안 소통은 온데간데없고 독선과 아집만이 가득했다. 그럼에도 용감한 시민들은 계속해서 등장했지만 유족..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