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감성

[문장을 그리다] #3 안희연, "라파엘" by 리카 우리가 한 송이 장미를 이해하게 된다면 우주를 이해하게 될 거예요 생각하면 할수록 고개를 숙이게 되는 벤치에서. 장미는 남김없이 흩어졌지만 어디에도 빛은 없었다. 더보기
[오래된 현재] #2 갈월동의 경계를 따라 걷다 #1 해가 점차 짧아지던 어느 가을날 오후 5시 40분. 서울역을 갓 벗어나 갈월동 정류장에 내려 카메라를 들었다. 올려다 본 하늘엔 짙은 듯 연한 하늘색이 펼쳐져 있었다. 연기처럼 끼어있는 구름들과 함께 '좋은 에너지, 더 좋은 세상'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과연 우리 세상은 더 좋아지고 있는 걸까.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믿어야겠지. #2 여름과 가을의 경계에 선 두 나무. 지하철교를 사이좋게 옆에 둔 채 함께 나무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조금만 더 시간이 흐르면, 두 나무는 다시 푸르름을 기대하며 앙상해지겠지. #3 늘 무심하게 지나쳤던 '재활용센터'를 발견해 사진을 찍고 오십 걸음을 걸었을까, 짙은 빨간색으로 그려진 글씨 '고물상'을 만났다. 재활용과 고물의 경계는 오십 걸음이었다. 여름과 가을의.. 더보기
<너를 사랑한 시간> 너무나도 섬세한 우리의 현실을 드라마가 보여주려면 요새 단어로 ‘심쿵’하게 만드는 남자가 등장했다. 주인공은 로맨스 드라마의 선두주자, 이진욱이다. 드라마의 시청률은 저조하지만, 여심을 흔들려고 작정하고 쓴 대본을 구현하는 그의 연기는 일품이다. 많은 사람들이 멜로드라마의 진부함을 지적하고 있지만, 이진욱과 하지원이 보여주는 연기에 대해서는 그래도 박수를 보내고 있다. 드라마는 진부하다. 순진하지만 당차고 매력이 넘치는 여자가 꼭 사랑 앞에서 데이고 힘들어한다. 그런 그녀를 지켜보는 17년지기 남자는 정말 누가 봐도 반할만한 멋진 남자다. 하지만 그는 17년지기 여자를 짝사랑한다. 둘의 감성은 이미 통했으나 이성의 끈을 붙잡고 겨우 아닌 척 친구로 지내고 있다. 이 진부한 이야기를 살리기 위해 드라마는 디테일로 승부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4회 동안 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