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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디세이아] 2. 필사의 계절, 따뜻한 빵이 건네는 위로 게으르고 머리 나쁜 이가 결과물에는 항상 마음이 쫓겨서 시험기간에는 으레 중세의 민머리 수도사들 마냥 뻘뻘거리며 필사를 한다. 눈이 글을 담지 못하니 손으로나마 우겨넣을 뿐이다. 불안한 만큼 꾹꾹 눌러 담느라 샤프심은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항상 똑, 하고 부러져 책상 주변엔 그 잔상들이 항상 포연 뒤 빈 탄피마냥 가득하다. 조급한 마음이 터질 듯해서 바람을 쐬러 나갈 때면 팔뚝과 손가락 마디가 욱신거린다. 벌겋게 달아오른 손가락이 똑 마음을 닮았다. 항상 턱에 받쳐야 폭식하듯 하니 공부가 어느 정도 됐단 것을 깨닫는 순간은 역설적이게도 아무 것도 생각이 나지 않을 때가 되어버렸다. 백야와도 같은, 망각과 기억 사이의 불안이 오히려 안심할 수 있는 척도가 된 역설적 상황에 시험기간은 항상 서릿발 같다... 더보기
<빵집성애자 2편> 골목길 구석에 자리한 대화동 빵집 이곳의 정식상호명은 cake&baguette지만 사람들은 동네 이름을 빌려 대화동 빵집이라고 얘기한다. 대화역 1번 출구에서 성인 남자 걸음으로 10분쯤 걸려서 도착한 대화동 빵집. 작은 골목에 위치해 있으니 초행길에 이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나는 다행히 이번이 3번째 방문(첫 번째 방문은 휴무일인 줄 모르고 방문)이어서 조금 쉽게 찾은 편이었지만 여전히 길이 익숙하지 않아 지도앱을 키고서 갔다. 화려하지 않았지만 손때 묻은 외관이 부쩍 맘에 들었다. 밖에서 보면 확 튀진 않고, 빵 냄새도 자욱하지 않는데도 손님을 이끄는 강한 자기장이 빵집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가뿐한 마음으로 빵집 문을 열면 아담한 내부가 반긴다. 실내 인테리어는 유럽식 가정집을 연상한달까? 세련되진 않아도 정감이 가는.. 더보기
<빵집성애자 번외편> 세월을 버텨온 목포의 빵집 코롬방제과 미안하다. 번외편이다. 번외편이라고 하면 본래 본 편 사이사이에 간헐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프롤로그 편 바로 다음에 번외편이 나오게 돼서 다시 한 번 미안하다고 말하겠다. 서울/고양 지역을 돌아보겠다고 당당히 선포했는데,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외면한 채 목포에 있는 빵집에 다녀왔다. 빵집을 가기 위해 목포에 들린 것은 아니고, 목포에 들렸다가 빵집이 있어 들린 것이 맞겠다. 자 오늘의 빵집은 코롬방제과다. 코롬방제과에 붙는 수식어들은 참 많다. 국내최초 생크림을 사용한 전통의 빵집, 군산 이성당과 함께 호남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 전국 5대 빵집 가운데 하나… 화려한 수식어가 가득한 이곳은 목포에서 관광코스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사실 5대 빵집이라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기.. 더보기